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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Feb 27. 2019

정서적 금수저를 아시나요?

딸의 성장일기 

해보라고 응원해주는 사회적 가족이 있었어요

  

'아산 프런티어 유스' 프로젝트 발표회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아산 프런티어 유스는 아산 나눔 재단(http://asan-nanum.org/)에서 운영하는 소셜 섹터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에요. 아산 프런티어 유스 프로그램은 앙트십 스쿨(https://www.entshipschool.com/)의 청년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참가자들은 6개월 동안 사회적 경제와 창업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소셜벤처, 비영리단체 인턴십을 거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임팩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저는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만나 그들의 도전을 응원한 후, 프로젝트를 마치고 난 뒤 다시 만났어요. 학생들은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사회문제를 찾고, 나름의 해법을 찾아 검증하며 업치락, 뒤치락하는 과정을 거쳐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학생들이 진행한 프로젝트 발표를 지켜보던 제게 유독 한 친구가 건넨 답변이 기억에 남았는데요, 그 친구가 참여한 팀이 진행한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에게 스라밸(스터디 앤 라이프 밸런스)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사회에 전하는 아카이브 전시 프로젝트였어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팍팍한 일상을 잘 알고 있는 저는 발표자들에게 물었어요.   

왜,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나요?

    학생들은 학업에 쫓겨 스라밸을 누리지 못했던 자신들의 10대 시절이 아쉬워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고 대답했어요. 단 한 명만 빼고요!!. 그 한 명의 친구는 같은 팀의 친구들과는 달리 아쉬울 것 없는 10대 시절을 보냈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을 지켜보게 된 경험을 반영했다고 대답했어요. 저는 호기심이 발동해 그 이유를 물었죠. 그녀의 대답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해 보라고 응원해주는 사회적 가족이 있었어요 


정서적 금수저를 아시나요?

 

  저는 변호사를 그만두고 창업 생태계에 들어와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학교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그 결과물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가정신 교육서비스 앙트십 스쿨( https://www.entshipschool.com/)과 앙트십 인재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인재 매칭 서비스, 조인스타트업( https://www.joinstartup.co.kr/ )입니다. 앙트십 스쿨은 뚝배기처럼 문화를 만드는 역할, 조인스타트업은 일의 현장으로 들어가 창업가처럼 일하며 성장판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일의 세계를 접하며 어떻게 해야 일과 교육의 거리가 좁혀질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하게 되는데요, 교육문제, 특히 공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고민할수록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더군요. 당장 결과가 나오는 일도 아니고, 나 혼자 잘한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라서요. 아이들을 학교라는 틀에서 함께 키우는 일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앞으로 중2부터 고2까지 입시제도가 해마다 달라진다고 하니,,, 털석입니다). 


    이리저리 휘둘리고 더디 움직일 수밖에 없는 학교환경을 살펴보며 제가 내린 결론은

    '내 아이의 성장을 바라는 부모의 결단이 필요하다'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결단이란 

1) 학교 성적으로 내 아이를 판단하지 않기 

2) 해보고 싶어 하는 것은 해보도록 응원하기

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급적 딸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볼 수 있도록 응원해 왔어요. 


   제가 창업가로 살아가는  동안 만나게 된 20 ~30대 창업가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요,  그건 '부모님의 지지와 응원'이었어요. 학교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니 지지와 응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요? 물론 학교 성적이 좋은 친구들도 있었지만,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도 많았어요. 다만, 해내는 아이들의 특징은 '뭔가 해보려는 의지와 시도'가 있었다는 공통점은 있었습니다. 그들의 부모님은 뭔가 해보겠다는 아이의 말에 '일단 해보라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지지를 건넸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온 친구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도전하고, 실패를 이겨내는 힘을 갖고 있었어요.  

  "무엇이든 해보라" 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달랐어요.

  저는 5년 후를 예측하기 어려운 오늘날의 변화 속에서 아이들이 개척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서적 금수저"로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부모님들이 내 아이의 가능성을 학교 성적표에 가두지 말고,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학교 성적으로만 바라보면 우리 아이의 가능성과 도전이 '별 것 아닌 것'으로 비치거든요. 아시잖아요? 학교 밖 세상에서는 학교 공부를 잘 한 친구들은 잘 한 대로, 못 한 친구들은 나름의 길을 찾아가고, 그 방법은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그리고 자세히 내 아이의 모습을 관찰해 보세요. 내 아이가 뭘 하고 있을 때 유독 환한 얼굴을 보이는지, 어떤 말을 할 때 신나 하는지. 그리고, 그 환한 얼굴과 신나서 하는 말들 속에서 우리 아이의 내일을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학교 성적표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실 거예요. 


 딸아이가 드림캐처를 주문받아 판매한 적이 있었어요. 고급 재료를 사용해서 재료비를 빼면 인건비도 못 버는 일이었지만, 딸은 정성껏 주문을 접수하고 납품하는 미션을 완수했어요. 딸은 제게 건네받은 연락처로 연락해 고객의 니즈를 꼼꼼히 확인해 제품을 만들어 발송했어요. 고객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며 본인 스스로가 정한 데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밤을 새워 작업을 하기도 했고요. 제 페이스북을 통해 딸의 드림캐처 작업을 접하고 주문한 고객은 '악몽을 꾸는 딸에게 드림캐처를 선물하고 싶다'라고 주문 의사를 밝혔지만, 사실은 제 딸아이를 응원하고 싶은 의도가 더 컸을 거라 생각해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딸이 진행한 드림캐처 판매 작업은 우리가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비록 내 손에 남는 돈은 미미하더라도, 누군가를 만족시켰다는 경험은 아이를 엄청나게 성장하게 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분들께도 권하곤 합니다. 아이들이 무엇이든 해보려 한다면,  '해보도록 해주자'고. 어릴 때부터  '해봐''실패해도 괜찮아'라는 응원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20대가 되면 더 크고, 더 힘든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딸아이는 지난여름 방학을 마치고, 그동안 다니던 동네 학교를 떠나 거꾸로 캠퍼스에 입학했어요. 거꾸로 캠퍼스는 아이들이 스스로 지식을 흡수하고, 함께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익히는 거꾸로 학습법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선생님들과 그 변화를 다큐멘터리로 담게 된 정찬필 PD님이 의기투합해 만든 대안학교입니다. 

( 학년 구분 없고 떠들기 장려… 벤처 신화들이 꽂힌 '거꾸로 캠퍼스 ) 딸아이가 거캠에 입학하게 된 과정은 다소 갑작스럽게 찾아왔어요. 딸아이는 우리 동네가 제일 좋고, 친구들과 놀 수 있는 동네 학교가 최고라던 아이 었거든요. 하지만,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생각이 조금씩 바뀌더군요. 친구들이 고등학교 입시에 시들어가고,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에게 맞는 길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제게 친구와 함께 거꾸로 캠퍼스 설명회에 가보겠다고 하더군요. 거꾸로 캠퍼스라는 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건 저였지만, 딸은 엄마가 하란다고 하는 아이가 아닌지라 선택을 권할 수는 없으니까요. 딸아이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저는 그동안 사회혁신 파트너로서 이해하고 있던 거꾸로 캠퍼스를 학부모 모드로 전환해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공교육 과정을 탈출하는 도전을 감수해야하는터라 스타트업 생태계와 미래교육 환경에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저이지만 그래도 신중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저와 달리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아빠는 설명회에 다녀온 후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밝혔어요. 딸아이와 엄마, 아빠가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3학년 2학기에 진행되는 두 모듈(한 모듈이 3개월 단위로 운영됩니다)을 경험한 후 지속 여부를 결정하자'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딸아이의 도전은 6개월의 검증 기간을 거쳐 고등학교 진학 대신 거꾸로 캠퍼스 선택으로 이어졌습니다. 

거꾸로 캠퍼스는 개인 프로젝트와 팀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하는 배움 장터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을 증명하고, 응원합니다. 

 두 모듈을 마친 딸아이의 거캠생활에 대한 총평은 '아쉬운 점도 많지만, 배우는 게 즐거워졌다'입니다. 지난주에 열린 배움 장터를 다녀온 저와 아이 아빠 역시 '우리 딸이 많이 성장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딸은 개인 프로젝트로 '내가 만든 디즈니 프린세스'라는 주제를 선택했는데요, 디즈니 영화에 나오는 공주 캐릭터를 분석해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분석하고, 이에 대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저도 딸아이의 발표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요, 디즈니 공주들은 최근 인종의 다양성이 시도되고 있지만 예외 없이 10대에 개미허리를 갖고 있더군요. 딸이 대안으로 제시한 캐릭터는 쇼컷에, 탄탄한 몸매, 사랑에 대한 갈망 대신 세상을 바꾸는 정치에 관심 많은 29세 여성이었어요. 마지막 발표 장표에는 딸이 디즈니에 보내는 편지가 담겨있었는데요, '너네 캐릭터를 분석해보니 이런 상황이다, 내가 만들어본 대안이 있으니 한 번 살펴봐라'는 내용이 담겨있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딸아이의 개인 프로젝트에 딸아이가 성장 과정을 통해 보여준 관심사들이 담겨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어요. 딸아이는 어릴 적 포켓몬 수집에서 시작해 일본 애니메이션을 거쳐 디즈니 애니메이션 덕후로 진화하면서 젠더 이슈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주말에 집에도 못 오고, 밤을 새워가며 만든 결과물을 발표하던 딸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대견하고 멋져 보였습니다. 


  거꾸로 캠퍼스는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실험 조직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주도적인 참여에 큰 비중을 두고 있고요. 그래서, 정해진 룰에 따라 안정적인 페이스를 밟는 게 편한 아이들에게는 불편한 점 투성입니다. 다행히 딸은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해내는 습관(엄마가 도와줄 수 없으니,,, 쿨럭 )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거 캠 생활이 그렇게 큰 부담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저로서는 거 캠이 제공하고 있는 학습 환경이 스스로 해낼 수 있고, 세상을 더욱 밀접하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거캠입학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들께 아래와 같이 조언하고 있습니다. 

1) 내 아이가 주도적인 환경에서 스스로 해낼 수 있지 아이의 역량과 의사를 확인해 주세요.

정해진 내용을 정해진 방식으로 해내는데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거캠의 학습방식이 무척 불편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자꾸 생각하라고 하고, 자꾸 말하라고 하거든요. 제 딸마저도 이런 특성에 대해 '멍 때릴 여유가 없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2) 거캠이 제공하는 교육 환경에 대해 수용 가능한지 살펴보세요.

제가 흔쾌히 거캠을 추천드리지 못하는 이유가 기숙사 환경과 관련된 부분인데요, 거캠은 주택가의 빌라를 통째로 빌려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는데, 아침과 저녁 식사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딸은 마켓컬리에서 식재료와 음식을 주문해 아침, 저녁 식사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지만, 여학생들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해결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학교 측에서도 해결방법을 찾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3) 거캠 입학에 가장 좋은 시점은 중3 또는 고1 무렵인 것 같아요.

무학년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어느 시점이든 가능하지만 거캠의 커리큘럼과 신체적, 정서적 성장단계를 고려하면 이 즈음이 가장 효과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제가 10년 동안 현장에서 관찰하고, 실행해온 내용을 학문적으로 정리한 책을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마인드셋'이라는 책입니다. 책 표지에 아래와 같이 소개글이 적혀 있는데요, 아래 인용해드린 소개글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나답게 성장하는 우리 아이를 돕고 싶은 부모님께 살포시 권해 봅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의 세계적 석학 캐럴 드웩 교수는 수십 년간의 연구 끝에, 단순하지만 아주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한다. 바로 '마인드셋(마음가짐)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교육, 비즈니스, 스포츠, 예술을 비롯한 인생 모든 분야에서의 성공이, 우리가 '자신의 재능과 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의해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 보여준다. 이른바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 즉 ' 능력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은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 즉 '능력은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 비해 성공할 가능성이 확실히 낮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단순하고 뻔해 보이는 차이가 낳는 결과의 엄청난 간극을 자녀 양육, 교육, 직장생활,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례를 통해 확인시켜준 후,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하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알려준다."



덧) '정서적 금수저'라는 워딩을 제게 알려준 효진 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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