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맛나장단 Feb 28. 2020

나에게 맞는 일은 반드시 있습니다

 커리어체인지 : 내 일을 만나는 선택

“학교 다니며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취업에 도움될만한 것들은 빠지지 않고 다해 해보려고 했고요. 학점 관리하면서 알바도 하고, 동아리, 봉사활동, 자격증 준비까지 정말 하루하루 바쁘게 보냈죠.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기업들은 신입은 안 뽑는다고 하고, 일자리는 점점 더 없어진다고 하네요. 도대체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26세, 정**


“회사에 입사한 후 승진하는 재미로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무기력증이 찾아왔어요.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해도, 조직에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며 매번 묵살되었죠. 회사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에요. 변화가 두렵기도 하고, 괜히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그 감당을 어떻게 하나 싶고. 내가 있는 동안에는 안 망하면 되는 거니까 괜찮다고 위로해 보기도 하지만, 이러다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큰 조직이 주는 안정감이 편하고 좋지만, 그 안정감이 변화도, 시작도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제 젊음의 시간을 쏟아부은 회사니까 잘 되면 좋겠는데, 제안과 거절의 루프가 무한 반복되다 보니 지치네요. 막상 그만두자니, 회사를 벗어나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도 하고. 자동화되어가는 변화를 살펴보다보면 일이 줄어들거라는 게 보이는데, 뭘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42세, 김**


제가 변호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 세계에 합류하게 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은 편안한 하루를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의 모습을 지켜보다보면 언젠가는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 같았습니다. 이는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변호사, 의사와 같은 전문직들 종사자들 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지식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2013년 옥스퍼드 대학교 마틴스쿨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는 자동화와 기술의 발전으로 직업의 47%가 20년 이내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서 사라지는 직업은 단순 노동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기술의 발달은 단순 노동 부터 지식 노동까지 광범위하게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있으니까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우리는 일의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배움과 노력이 일로 연결되지 못하는 현상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학교와 현장 사이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렵사리 일을 시작하긴 했지만,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지는 지점을 만나게 됩니다. 남들이 좋다는 길을 선택해 오게 되었지만, 내게는 맞지 않는 길목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일이 일이지, 맞고, 틀리고가 있냐고. 배부른 소리 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은 내 인생의 시간 1/3을 차지하며 내 인생의 질을 좌우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저는 세상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해야 우리의 열심이 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고민하며 10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 우리의 경쟁 상대는 옆에서 공부하는 친구, 옆에서 일하는 동료가 아닙니다. 나 보다 더 빨리 지식을 흡수하고, 나 보다 더 방대한 지식을 처리하는 인공지능 입니다. 우리가 인공지능과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인공지능을 만들거나, 이용하거나,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인류 중 소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우리 중 대다수는 인공지능을 이용하거나,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제가 주목하는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 이 바로 내 일 입니다. 내 일은 내가 만든 일, 나만 할 수 있는 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좋아서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일 입니다. 내 일 하는 사람들은 세상의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아 냅니다. 주어진 대로 살기 보다 내 일을 통해 성장하고, 목표를 이뤄갑니다. 그래서 내 일 하는 사람들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지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내 일이 시장의 수요와 만나게 되면, 내 일은 삶의 보람 뿐 아니라 경제적 여유까지 안겨줍니다. 일에서 가치적 만족(자아실현, 즐거움등)을 찾는 것이 사치라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가치적 만족은 인간이기에 더욱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미국 정부가 인디언 거주 지역에 머물던 인디언들에게 먹고 사는데 부족하지 않을 돈과 의료, 교육시설을 제공했습니다. 경제적 만족이 뒷받침된 그들의 삶은 행복했을까요? 먹고, 사는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그들 중에 마약중독자의 비율이 놀라울 정도로 높았습니다. 인간에게 일은 생존의 수단을 넘어 가치를 느끼는 수단이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의 일이 사라지게 될 시대에는 가치적 만족을 주는 일이 더욱 더 필요합니다. 물론, 내 일을 만나는 여정은 전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의한 변화가 내일 당장 시작되는 것이 아니기에 당장의 경제적 만족이 중요한 상황이라면 가치적 만족을 양보해야 합니다. 경제적 만족을 어느 정도 이루었다면? 가치적 만족을 높일 수 있는 내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경제적 만족과 가치적 만족(자아실현, 즐거움)을 구성요소로 하는 내 일 매트릭스


   제가 내 일 하며 살기 위한 고민과 시도 끝에 닿게 된 곳이 스타트업 세계였습니다. 스타트업 세계에는 커리어를 개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내 일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창업을 선택하기도, 취업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창업과 취업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내 일을 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취업과 창업을 넘나들며 일합니다. 작은 벤처기업이었던 배달의민족, 토스, 마켓컬리, 쿠팡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창업자 뿐 아니라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낸 사람들이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수하게 많은 일이 만들어고 사라지는 스타트업 현장을 지켜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내 일 하며 나를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 보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저는 세상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앙트십(entrepreneurship, 기업가정신)이라 부릅니다. 앙트십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은 유형의 물건이거나, 창작물, 조직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형태와 규모에 상관없이 공통되는 사실은 앙트십으로 만들어낸 내 일은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내 일의 모양새와 규모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모두가 조 단위 기업을 일궈내는 창업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하는 내 일을 만나고 싶다면, 내가 갖고 있는 역량과 꿈의 크기를 솔직하고도 냉정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해내야 합니다. 저는 내 일 하며 살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에게 윤정용 님이 내 일을 만들어간 과정을 소개하곤 합니다. 윤정용 님은 직장에서 회계담당자로 일했던 경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주일학교 교사로 일한 덕분에 재미있고도, 알기 쉽게 설명할 줄 아는 커뮤니케이터 입니다. 저는 그런 그에게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회계 강의를 시작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렇게 저희 회사 이름을 걸고 시작하게 된 윤정용 님의 회계강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는 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 직장인이여 회계하라' 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이제 그의 강의는 온라인 교육 사이트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는 회계 강사일 뿐 아니라 요거트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 이기도 합니다. 그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배우고 느낀 내용을 담아 '자영업자여 회계하라' 라는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은 가능성을 발견해 실행하고, 세상의 수요를 반영해 꾸준히 이어가고, 조금씩 더 크게 만들고. 아마도 그는 세상의 변화를 살펴 또 다시 새로운 도전들을 이어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나답게 만들어가는 일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만들어낸 내 일은 나를 지켜내는 무기가 되어줍니다.

윤정용은 지식을 쉽게 설명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그의 역량과 회계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의 니즈가 만나면 그만 할 수 있는 일이 생겨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창업가로 일하며 만나온 내 일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판을 바꾼 창업가도 있고, 소상인, 프리랜서 그리고 회사를 움직이는 직장인들도 있었습니다. 저마다 하는 일과 규모는 다르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1) 그들은 세상의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입니다. 2) 세상의 변화 속에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냅니다. 3) 그 연결 지점을 잘 살펴 내 일이 될 때까지 꾸준히 만들어 냅니다.


물론, 내 일을 만들기 위한 도전과정에는 기회비용과 시행착오를 만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회비용과 시행착오는 내 일을 만나기 위한 숙성과정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야기한 위협이 전 세계를 혼돈에 빠뜨렸듯이, 이제 우리는 불확실의 일상을 헤쳐가며 살아야 합니다. 경제환경과 노동환경의 변화에 대한 빠르고도 효과적인 국가적 대응이 우리를 지켜준다면 좋겠지만, 이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켜낼 힘을 키워야 합니다. 내 일 하며 삶의 가치와 경제적인 여유까지 누리며 살아간다면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10년 전 제가 스타트업 세계를 만났을 때,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일상 속에서 접하기 어려운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날에는 국가 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앞다퉈 스타트업을 이야기 합니다. 이제 스타트업은 작은 벤처기업을 칭하는 단어에서 새로운 경제현상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해야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제 스타트업이 기업의 차원을 넘어 개인의 차원으로 확장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명은 길어지고, 국가도, 조직도 내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개개인 스스로가 커리어를 스타트업()해야 세상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나만의 커리어를 스타트업()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개인 스스로가 자기 주도적으로 경력을 관리하는 프로티언 커리어 시대가 되었다고 정의합니다.(Hall, 2002, 2004)  


오늘도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뉴스를 접하다 보면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모습에 위기감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를 무작정 따라가는 것도 내 것일 수는 없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유연하게 살피되 그 안에서 나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나만의 커리어를 끝없이 발전시키며 스타트업해야 합니다. 그런 내 일을 만나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대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한 고민 없이 남들이 좋다는 일을 찾아 다니다 좌절하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수많은 활동과 경험의 목록들이 가득하지만 그 모든 목록들이 세상의 잣대에 의해 이루어졌을 때, 결국 내게 주어지는 것은 방황과 고민의 시간일 뿐입니다. 이제 내 일하며 살고 싶은 나에게 질문해보길 권해봅니다.


                                                                                                                        illust by 슬지구

나는 왜 일하는가?

나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무엇인가?

내가 일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일할 때 행복한가?

그렇다면, 내 일의 매트릭스를 어떻게 짜야할까?

내 일을 위해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내 일을 위해 만나야할 사람은 누구인가? 등등


이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물음표에서만 끝나면 내 일을 만날 수 없습니다. 물음표로 시작해 느낌표로 바꾸는 시작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단서를 붙잡아 찾아 보고, 만나 보아야 합니다. 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내 마음의 목소리를 기록해 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작은 시도와 기록들이 쌓이다 보면 내 마음이 건네는 목소리를 선명하게 듣게 됩니다.


내 일을 만나는 여정은 3개월이 될 수도, 3년이 될수도 있습니다. 내 일을 만나기 위한 기나긴 항해를 지속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일 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들의 소식을 자주 접하고, 그렇게 접한 아이디어를 내 삶에 적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변화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니까요. 저는 우리 모두가 내 일하는 삶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내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내 일을 만나는 방법에 대해 전하려 합니다. 제가 전해드리는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이 내 일 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며, 제가 겪게된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껑충 건너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전해드리는 내용이 우리 모두가 내 일을 만나는 시작버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5번의 인턴, 2번의 창업으로 찾아가는 내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