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체인지 : 내 일을 만나는 선택
현대자동차에서 제가 많이 받은 피드백은 ‘네가 있어서 팀 분위기가 밝아졌다’ 였어요. 결국, 일의 기본은 사람 관계라고 생각해요. 좋은 태도는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만들고, 실행에 힘을 더해주잖아요. 저는 여러 번의 인턴을 겪으면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데 필요한 태도와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윤주는 대학 재학 중 방학과 휴학 기간을 활용해 총 5번의 인턴과 창업을 경험했다. 그가 경험한 인턴은 미디어 스타트업 시지온의 마케팅 인턴(2016년 4~7월), 모바일 콘텐츠 스타트업 네오터치포인트 전략기획실 인턴(2016년 9~12월), 자동차 스타트업 카닥 서비스 및 제품 기획 인턴(2018년 1~6월), 보스턴 컨설팅 RA(Research Assistant) 인턴(2018년 9~11월), 현대자동차 인턴(2019년 1~2월)이다. 인턴 외에 2번의 창업도 경험했는데, 대학 2학년 때 SIG(Social Impact Group)이란 이름으로 글로벌 대학연합회인 인액터스의 선후배들과 함께 첫 창업(2015년 7~2016년 2월)에 도전했고, 대학교 4학년인 2019년 5월에는 친구들과 함께 ’ 빈트로‘라는 가방을 제작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판매했다. 현재는 2019년 7월 1일 입사한 현대자동차에서 일하고 있다.
Q. 저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윤주님이 만든 가방 구매했어요. 요즘 제가 날마다 들고 다니는 최애품이 되었죠. 패션에 관심이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빈티지 패션 브랜드를 창업하게 된 건가요?
졸업 마지막 학기의 경우는 6학점만 수강하니까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어요. 대표님도 잘 아시다시피 제가 일하는 걸 무척 좋아하잖아요. 언젠가는 나만의 개성을 담은 제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졸업하면 회사 일에 매이게 될 테니 지금 해보자고 결심하게 되었어요. 친한 친구와 함께 시작했고, 패션잡화 중에서도 그나마 사이즈 이슈가 적은 가방을 골랐죠. 콘셉트는 빈티지 스타일이고, 남녀공용 가방이에요. 빨리 변하는 패션 트렌드에도 오래 쓸 수 있는 가방을 만들고 싶어서 소재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이것저것 검색하다 ’ 왁스 캔버스‘라는 원단을 알게 됐는데, 직조한 면직 캔버스에 왁스를 칠해 가죽처럼 에이징 할 수 있고, 스크래치가 생겨도 왁스를 칠하면 원래대로 쓸 수 있어요. 브랜드 이름은 빈티지와 레트로를 섞어서 ‘빈트로’라고 정했어요. 판매는 위험 부담이 적은 크라우드펀딩으로 하기로 했죠.
Q. 샘플 만드는 일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물건을 사 보기만 했지, 뭘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어려웠어요. 천을 구하려고 동대문 원단시장부터 신설동 원단시장까지 두루 찾아다녔어요. 처음엔 업체 사장님들에게 초짜인 게 티가 날까 봐 전전긍긍했는데, 어차피 들통날 것 같아서 초보라는 걸 밝혔죠. 의외로 사장님들이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3~4곳에서 단가 견적을 받았어요.
원단을 정하고 나서 가방 제조공장을 찾기 시작했어요. 검색해서 나온 제조공장 10곳 정도에 무작정 전화를 돌렸는데, 샘플 제작 단가가 너무 비싼 거예요. 결국, 원단을 주문한 사장님께 제조공장을 추천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다행히 크라우드펀딩을 여러 번 해본 공장을 추천받았어요. 공장 사장님이 제작 공정을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저는 철형이 뭔지도 모르는 완전 생초보였거든요.
Q. 나름대로 어려운 점이 많았겠지만, 크라우드펀딩 빈트로 판매 페이지는 정말 프로페셔널하게 잘 만든 것 같아요. 사진도 멋지고, 설명도 정말 상세하게 잘 되어있더라고요. 제작, 판매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사진 찍을 돈이 없어서 고등학교 친구 중에 필름 카메라 동호회 활동을 하는 친구에게 연락해 작업비용을 약속하고 촬영했어요. 사진을 찍어준 친구는 결국 저희 빈트로 팀에 합류하게 되었죠. 스튜디오는 조인스타트업을 통해 알게 된 분이 운영하는 곳을 빌렸고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주문한 고객은 총 330명이었어요. 가방은 1개당 약 6만 원이었고, 총 22,976,000원을 펀딩 받았어요. 왁스 캔버스 원단 단가가 비싸서 가격을 올려야 하나, 소재를 바꿔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원하는 걸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해 보자는 생각에 그대로 진행했어요. 수익은 함께 일한 동료들과 동등하게 나누기로 했어요. 액수가 큰 것도 아니고, 다 같이 고생했으니까요.
Q. 빈트로가 윤주님의 첫 창업은 아니죠?
대학교 2학년 때, 인액터스(Enactus: Entrepreneurial. Action. Us. 전 세계 36여 개국 1700여 개 대학과 기업들의 파트너십을 통해 비즈니스 리더를 양성하는 글로벌 대학 창업 동아리) 선배가 꾸린 창업팀에 저도 참여했어요. 팀 이름은 SIG(Social Impact Group)였어요. 연세대 창업지원센터에도 입주했지만, 생각보다 일이 잘 안 풀렸고 결국은 팀이 해체되고 말았죠. 처음 겪는 문제들을 잘 해결하지 못한 것 같아요. 창업팀은 어떻게 꾸려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하는지, 투자를 받기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등. 고민을 많이 했지만 앱 서비스의 베타 버전만 나온 상황에서 팀이 해체됐어요. 그때의 경험을 통해 창업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동시에 다른 스타트업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해졌고요.
Q. 조인스타트업에 참가한 게 창업팀이 해체된 무렵이죠? 당시 조인스타트업도 이제 막 시작된 상황이라서 참가자 후기도 없는 없는 상태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신청한 이유가 궁금해요. 3월 프로그램 참가자가 윤주님을 포함해서 5명밖에 안 됐잖아요.
인액터스 매니저님이 보내주신 메일을 통해 조인스타트업을 알게 됐는데, 프로그램 소개를 살펴보니 저한테 딱 필요한 프로그램이었어요. 당시는 스타트업이란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많던 시절이었고, 저도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상태였어요. 그런데 나에게 딱 맞는 스타트업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니까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던 거죠. 언젠가는 창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러려면 잘 돌아가는 스타트업에서 먼저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언젠가는 창업을 해보겠다’고 마음먹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비록 제대로 서비스를 출시도 못하고 팀이 해체되는 아픔을 경험하기는 했지만, 첫 창업 경험을 통해 직접 뭔가를 만드는 행위의 즐거움을 알게 됐어요. 그전에는 바쁘게는 살았지만,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빈트로라는 브랜드로 가방을 만들면서 ‘시작이 반이다’라는 걸 실감하기도 했어요. 두려움 때문에 안 하는 거지, 막상 시작하면 어떻게든 되잖아요. 실제로 해보면, 또 특별히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한 번 경험하게 되면 도전이 더 가벼워지고, 나중에는 더 큰 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얻게 되었고요.
Q. 윤주님은 대학 재학 중에 인턴만 5번을 했는데요, 5번의 인턴 경험을 통해 어떤 것들을 배웠는지 궁금해요.
첫 회사는 소셜 댓글 서비스 ’ 라이브리(LiveRe)‘를 론칭한 스타트업 시지온이었어요. 주 3일 오후에 마케팅 업무를 진행하는 파트타임 인턴으로 3개월 일했어요. 막상 마케팅 일을 해보니, 제가 원하던 일이 마케팅이 아니라 서비스 기획이란 걸 정확히 알게 됐어요.
Q. 두 번째 회사는 시지온보다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에 가고 싶다고 했었죠. 그래서 선택한 곳이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네오터치포인트‘ 였고요.
조금 더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는 인턴이라 해도 적극적으로 일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대표님께 면담을 요청했어요. 대표님은 제 고민을 귀담아 들어주시며 제가 원하는 방향을 맞춰주겠다고 하셨죠. 그 무렵 콘텐츠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이사님이 합류하셨고, 제 사수가 되어주셨어요. 저는 이사님께 “지금보다 더 힘들게 일하고 싶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새로운 도전이 없으니 힘이 나질 않는다. 그러니 제가 할 수 있는 업무 R&R(역할과 책임)을 기존 사원들과 명확히 분리해서 많이 시켜달라고 말씀드렸어요. 그 뒤로는 재미있는 일을 많이 했어요. 이사님을 따라 광고 수주 미팅도 많이 다녔고 ’ 뭐든지 해보는 랩(이하 뭐랩)‘의 커머스 콘텐츠 기획에도 참여했어요. 그때 아이디어를 낸 게 ‘덕후 실험실’이에요. 뭐랩 플랫폼 구독자가 주로 덕후라는 데에서 착안했죠. 이사님을 비롯해 PD님과 작가님들께 말씀드려 브랜딩을 바꿔보자고 제안했어요. 그리고 ‘덕후들이 티켓팅 하는 법’, ‘덕후들 응원봉’처럼 덕후인 구독자를 위한 콘텐츠를 같이 만들었어요. 다들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했어요. 그렇게 고생해서 만든 콘텐츠가 제법 조회수를 올렸죠. 1회 때 80만 뷰 정도를 기록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이때 팀 안에서 사람 간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저에게 좋은 의견이 있어도, 이걸 구현하려면 결국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해주어야 가능하잖아요.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사람들과 관계가 좋아야 하고요.
Q. 정말 윤주님은 현장에서의 경험을 내 것으로 잘 만들어 가는 것 같아요. 학교에 돌아가서 열심히 공부하나 싶었는데, 다시 휴학하고 ‘카닥’에 들어갔잖아요. 다시 휴학한 후 카닥에 입사한 이유가 뭐예요?
저는 학교 공부보다 현장 일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2017년 초에 교환학생으로 중국을 다녀오고 다시 학교생활로 복귀했는데 뭔가 심심하더라고요. 일상에 권태가 찾아올 무렵, 연세대 커리어넷을 뒤지다 자동차 애프터마켓 플랫폼인 ‘카닥’에서 인턴을 뽑는다는 공지를 봤어요. 얼른 지원했고, 휴학한 후에 2018년 1월부터 카닥에서 6개월 동안 일했어요. 카닥은 차주가 자동차의 파손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수리업체들이 견적을 실시간으로 올리는 모바일 서비스예요. 차주는 제공업체들의 견적을 비교하고 채팅 상담을 통해 원하는 곳을 선택하면 돼요. 수수료는 차량의 수리 여부나 수리비용과 상관없이 고객의 수리 견적 요청에 답한 수리업체에게 일괄적으로 부가하는 구조예요. 수입차, 국산차, 그리고 지역에 따라 차등을 둬서 견적 건당 가격을 책정하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제게는 이게 무척 새롭게 느껴졌어요. 수리비의 몇 퍼센트 형식으로 수수료를 때는 게 너무 일반적인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고, 이 비즈니스 모델을 더 발전시키는데도 참여하고 싶었죠. 처음 창업할 때 아쉬웠던 점이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것이었거든요. 비즈니스 모델에 관해 배우고, 새로운 업계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 지원했죠.
제가 카닥에서 배운 것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였어요. 초반에 직무에 관한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있었거든요. 저는 서비스 기획을 원했는데, 대표님은 제가 마케팅 업무를 원한다고 생각하고 계셨어요. 그 후 직무를 바꿔 앱 개편 기획을 맡았지만, 회사의 사정으로 일정이 계속 지연됐고 4개월이란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내고서야 제품 기획을 맡게 됐죠. 당시 카닥에서는 자동차용 에어컨 필터인 캐빈 필터 개발과 중국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었어요. 대표님은 제게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앱 개편 방향부터 중국 차량 서비스, 가격이나 유통망 등을 알아보는 업무를 맡겨주셨어요. 대표님이 빠르게 피드백을 주며 제 롤을 바꿔주셨고, 그 덕에 제품 기획이라는 전혀 새로운 일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이미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려서 조금 아쉬웠어요. 제가 원하는 롤을 더 명확히 더 빠르게 커뮤니케이션했더라면, 시간을 더 확보해 저도 더 깊이 있게 일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Q. 마지막 인턴이 현대자동차였죠? 현대자동차는 어떤 생각에서 지원하게 된 건가요?
제가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에서 컨설팅 RA(Research Assistant, 또는 Research Analyst)로 2개월 일할 무렵 장 대표님과 이코노미 조선 ‘global conference’에 갔던 것 기억하세요? 콘퍼런스에서 손태장 미슬토(Mistletoe) 회장이 공유자동차 시대에 일어날 변화를 이야기한 게 인상 깊었어요. 도시에 주차장이 줄어들게 되고, 도시 개발도 지금과 달라진다고요. 자동차 산업의 변화가 도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거란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어요. 앞으로 완성차 업체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지 궁금해졌죠. 카닥에서 일하면서 자동차와 좀 친해진 터라 현대자동차 인턴을 지원했어요.
현대자동차에서는 인턴에게 실무 대신 개인 과제를 하도록 했어요. 3주 동안 과제를 디벨롭해서 최종 발표를 해요. 과제 결과와 평소 업무 태도, 조직 적응도 등으로 최종 평가를 하는 식이에요. 처음엔 조금 겁을 먹었어요. 주변 사람들이 “군대 뒤에 현대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도 많이 해서요. 다행히 팀 분위기가 좋았고, 좋은 분들을 만났어요. 제 과제는 중국 시장과 관련된 거였어요. 제가 가진 중국에 대한 경험들을 반영할 수 있었죠. 어려운 점은 자동차 파워트레인이나 사양 등과 같은 자동차 구조와 기능을 잘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현업에 계신 분들을 끊임없이 쫓아다니며 질문하고 공부했어요. 바쁜 분들을 너무 괴롭혔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래도 흔쾌히 대답해 주셨어요.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고 발표도 잘 마쳤어요.
Q. 최종 발표에서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지 궁금하네요. 그동안 인턴을 하며 쌓은 실무 경험이 현대자동차에 취업하는데 도움이 되었나요?
공식 피드백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제 발표 내용이 특별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제가 기획하면서 느낀 것은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였어요. 실제로 제 스스로가 조금 참신하다고 생각한 의견을 발표하면, 실무에 계신 분들이 이미 고민하거나 실행했던 것들이었요. 그러니 아무리 새롭고 좋은 의견을 내도 핵심은 ‘실행’에 있는 것 같아요. 타임 라인에 맞춰서 얼마나 면밀하고 주도적으로 실행했느냐 하는 것들이요. 제 생각이지만, 제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함께 일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실제로 현대자동차에서 제가 많이 받은 피드백은 “네가 있어서 팀 분위기가 밝아졌다” 같은 거였어요. 결국, 일의 기본은 사람 관계라고 생각해요. 좋은 태도는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만들고 실행에 힘을 더해주잖아요. 저는 여러 번의 인턴을 겪으면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데 필요한 태도와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Q. 혹시 떠오르는 실패의 경험이 있나요? 실패라는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궁금해요.
사실 저는 평탄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인생에 큰 굴곡 없이, 평범한 가정에서 큰 시련 없이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실패라고 느꼈던 경험들이 있지만, 그런 경험들은 되도록 빨리 잊어버리고 다른 일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더 좋은 기회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중학교 때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이상하게도 그때는 공부가 재미있었거든요. 하지만, 고등학교에 가보니 저 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은 거예요. 내가 저 친구들과 공부로 경쟁해서 이기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저는 교과 공부보다는 다양할 활동을 하는 게 재미있었거든요. 그래서, 제 시간과 열정을 적당히 분배하기로 했어요. 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성적을 정해 두고, 그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렇게 해서 아낀 시간을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 사용했고요. 남들은 더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해 실패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던 거죠. 저는 지금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기 위해 도전하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자동차가 ‘종합 예술’에 해당한다는 것을 느끼며 재밌게 배우고 있어요. 제가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분야를 배워가는 것은 정말 설레고 신나는 일 같아요.
Q. 조인 스타트업도 사실 같은 목표를 갖고 있어요. 경험을 통해 나를 알아갈 수 있도록 돕거든요. 경험보다 나를 알아가는 더 좋은 방법은 없으니까요. 저는 앞으로 윤주님이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궁금해요.
저는, 제가 가보지 않은 길에 관한 궁금증이 많아요. 호기심은 제 도전의 원동력이에요. 부모님은 저더러 “뭘 믿고 그렇게 긍정적으로 사냐”고 말씀하세요. 미래에 어떤 일을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중학교 때 팔토시 끼고 공부만 하던 시절의 저는 제가 잘난 줄 알고 살았어요.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얼마 전까지도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엔 누군가를 못났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가 자신감이 충만할 때는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는 말’을 잘 공감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진짜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는 걸 절감하고 있어요.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서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면 가장 좋고요.
Q. 5번의 인턴에, 2번의 창업경험까지 윤주님은 내일을 만나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일을 선택하는 기준을 쌓아간 것 같아요. 윤주님이 내일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대학시절,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대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스타트업은 규모와 분야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어떤 점이 다른지 명확히 눈에 보였거든요. 제가 대기업 취업을 선택한 이유는 스스로를 증명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예요. 스타트업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대기업에 못 갈 거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거든요.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온전히 내 선택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일의 현장에서 온전히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택해나갈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