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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Jan 14. 2019

직장인의 직업 만들기

내 일을 만나는 커리어 가이드

"전 독학한 엔지니어예요. 메이커이기도 하고, 전자제품에 열광하지요. 캘리포니아 롱비치 출신이고요.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아빠는 자동차 세일즈맨, 엄마는 주부예요. 오랫동안 홈스쿨 했어요. 2010년에 캘리포니아 주립대에 갔고, 저널리즘을 전공했어요"

파머 러키의 개인 블로그(http://palmerluckey.com/)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2010년 열일곱 살 때, 아버지의 차고 안에서 연구를 거듭하며 휴대성이 높은 가상현실 기기를 만든 1992년생의 젊은이 파머 러키(Palmer Luckey)는 유로게이머라는 이름의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으로 23억 달러에 인수된 VR제조사 오큘러스의 공동 창업자다. 하지만, 그는 이상한 천재도 아니고, 괴상한 발명가도 아이고, 은밀한 사람도 아니다. 권위 있는 기관에서 배운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젊은이가 어떻게 VR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신기술을 발명했을까? 

그 해답은 스마트폰에 있다. 2007년 1월 9일 처음 스마트폰을 선보인 애플 사는 수많은 대중을 타깃으로 제품을 생산해 대중화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중력 감지 장치 등 그때까지 가격이 비쌌던 주요 부품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VR은 오래된 기술이다. 단지 휴대성 확보에 필요한 부품 가격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을 뿐이다. 러키는 스마트폰의 기술을 VR기기에 적용했고, 그때까지 난제로 꼽혔던 휴대성을 해결하면서 단숨에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그때까지 전문가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융합’에 평범한 개인이 성공해 낸 것이다. 평범한 개인이 전문가를 넘어설 수 있는 시대, 스마트폰이 만들어 놓은 새로운 혁명의 시대는 수많은 평범한 개인이 모여 있는 집단에 해당하는 ‘롱테일’의 시대를 열어 주고 있다. 파머 러키 같은 평범한 개인도 얼마든지 혁신의 대열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시대가 된 것이다. (책, 팝업시티 85 ~86p)


책 '팝업시티'는 도시를 무대로 확대되고 있는 공유경제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가고 있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도시의 변화를 이야기하기 위해 책을 썼지만, 내 눈에 유독 인상 깊게 들어오는 부분은 저성장, 모바일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목격하게 되는 사람들이 일을 찾아가는 방법이었다. 앞서 언급한 파머 러키는 모바일 시대가 개인에게 준 창조환경을 1000%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저성장과 모바일이라는 키워드가 만들어낸 도시 라이프에는 파머 러키처럼 럭키한(^^:;) 사례는 아니라 하더라도 전에 없던 새로운 커리어의 탄생을 야기했다. 책 팝업시티는 도시인의 삶을 바꾸어낸 공유경제라는 흐름의 맥락과 제도적 대응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나의 흥미를 이끌었던 부분은 저자가 기자라는 업을 떠나 커리어를 발전시켜 가는 과정이었다. 나는 운 좋게도 저자를 만나 그의 커리어에 대해 자세히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는 기자로 일하는 동안 이 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없을 정도로 본인의 업을 사랑하고 즐기며 몰입해서 일했다. 이후, 기자라는 경력이 쌓여가면서 전문성에 대한 열망을 품게 되었고, 그 열망의 첫 단추를 채우게 된 기회가 3개월 동안의 뉴욕 연수 시절에 찾아왔다. 그는 연수지인 뉴욕에 머무는 동안 환경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지인을 만나게 되었다. 지인과 함께 자연스럽게 뉴욕이라는 메가시티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고, 뉴욕이라는 도시를 도시적 삶이라는 측면에서 다뤄낸 책을 펴내게 되었다. 그렇게 도시라는 키워드를 찾게 된 저자는 한국으로 돌아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도시문제가 응축되어 있는 서울시를 주목했고, 출입기자를 자원해 일하면서 메가시티 서울의 면모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당시, 서울시는 기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출입처였다고 한다. 그가 2014년 서울시 출입기자로 일하며 작성한 젠트리피케이션 분석 기사는 서울시의 대응을 이끌어냈고, 2016년 서울시의 주요 지역 등기부등본 331개를 떼어 분석한 젠트리피케이션 기사는 학계에서도 화제를 이끌게 되었다. 그가 도시라는 키워드를 붙잡고 다양한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을 거쳐 그의 이력과 전문성은 '도시건축 전문작가'라는 정체성으로 웅축될 수 있었다. 그는 현재 여행자를 위한 공유주택 비즈니스로 도시의 주거환경을 바꿔가는 에어비앤비로 직장을 옮겨 비즈니스 섹터의 경험치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기자 시절에 비해 근무시간이 예측 가능하고 개인의 창조활동을 적극 지지하는 에어비앤비의 업무환경은 그가 직장인이자 도시건축작가로 전문성을 쌓아가는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가 에어비앤비로 이직하게 된 배경에는 에어비앤비가 도시인의 주거환경을 바꿔가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카테고리적인 흥미 외에 직장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창작활동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점이 매력적인 조건으로 작용했을 것 같다. 그는 에어비앤비로 이직한 후 도시에서 벌어지는 공유경제의 모습을 더욱더 세밀하게 지켜보고, 경험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보고, 듣고, 느낀 내용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지금은 그가 에어비앤비에서 일하는 직장인 음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기자를 거쳐 직장생활을 통해 쌓게 된 전문성은 '도시건축 전문작가'라는 그만의 직업으로 홀로 설 수 있는 엄청난 자산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책 팝업시티는 공유경제라는 흐름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책을 읽게 되는 도시인들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대목이 많다. 저성장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확산되고 있는 공유경제가 도시인의 삶을 빠른 속도로 해체하고, 결합하고, 창조하고 있는 모습을 상세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에 팝업시티 내용 중 도시인의 커리어 디벨롭이라는 측면으로 바라볼 때 흥미로웠던 부분을 정리해 본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공유경제의 확산에는 1) 저성장 경제환경 2) 스마트폰의 보급 3)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적 특성이라는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새로 구입하기보다 빌려 쓰거나, 재활용을 통해 비용을 줄이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런 소비성향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제공한 요인이 2007년 등장한 스마트폰의 확산이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접근성이 대폭 확대되었고, 기존 자원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협력적 소비와 개인 간 거래를 확산시켜 소비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문화적 트렌드를 리드하는 밀레니얼 세대( 1980 ~2000년생)의 문화적 요인이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소유보다는 경험과 이벤트, 네트워크를 중시한다.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본다. 집을 살 수 있는 자본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성도 과거 세대보다는 덜 느끼며 만남을 중시한다. 공유경제의 확산을 지켜보는 개인의 입장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 있다. 공유경제는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해 사용자를 모집하고, 남는 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경제방식이라는 것과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해 소유 대신 이용으로 비용을 줄이고, 남는 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효과적인 이용방법이라는 점이다. 


무질서의 효용에서 리처드 세넷은 빈곤의 시대를 지나 부를 쌓은 도시인들이 서로를 경제적 지위에 따라 구분하고, 인종과 민족에 따라 지리적으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빈곤의 시대에 욕망을 억눌렀으나, 성장하던 시기에는 '욕망을 실현할 만한 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프라이버시라는 욕망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이 '구분 짓기'가 최근 들어 허물어지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조용히 찾아온 저성장 시대에 의해서다. 

'무질서'가 가진 효용을 극대화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공동체가 부활하고, 자원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단순한 당위론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으로 시장에서 소비된다. 스마트폰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개인을 등장시켰고,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빈곤의 시대와 저성장의 시대를 동일하게 관통하는 공유경제의 문법은 '문화'와 '스마트폰'이라는 두 단어로 차별성을 갖는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원격 근무를 하는 젊은이들은 집 근처를 걸어 다니며 도시의 어바니티(다양성을 가진 도시의 매력)를 즐긴다. 에어비앤비는 이러한 흐름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에어비앤비는 우리의 민박과 동일하지만, 퀄리티와 모빌리티로 무장된 시스템의 차별화가 새로운 비즈니스로 탈바꿈시켰다. 여유공간을 갖고 있는 개인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고객을 만날 수 있고, 번지 지르르한 호텔 대신 개성 있는 공간을 선호하는 개인은 저렴한 비용에 에어비앤비라는 옵션을 흔쾌히 선택한다. 에어비앤비라는 새로운 공유경제 플랫폼은 플랫폼에 기대어 수익을 얻는 도시인을 만들어냈다. 불과 10여 년 만에 글로벌 플랫폼으로 변신한 에어비앤비로 인해 호스트 외에 청소 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나게 되었다. 에어비앤비가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잉여의 공간, 자산을 갖고 있는 개인은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새로운 직업의 탄생 또는 실험의 장으로 유용한 플랫폼이 와디즈(https://www.wadiz.kr/) 나 텀블벅(https://tumblbug.com/) 같은 클라우드 펀딩 서비스이다. 이 같은 클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제조 역량이나 창작역량을 갖춘 개인은 자본이라는 장벽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경제시대, 직장인이 직업을 만나는 방법

나는 스타트업 인재와 스타트업을 잇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의 문턱에서 학생의 정체성을 버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청춘들을 목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은 내게 주어진 일을 깊숙이, 끝까지 해보라는 것이다. 그래야 일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야 내 일을 고민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 부분과 관련해 더 자세히 고민하고,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책 '왜, 일하는가'(이나모리 가즈오)를 강추한다. 내게 어떤 일이 주어져도 자신 있게 처리할 수 있는 직장인이라면?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평생 할 수 있는 내 일에 대한 고민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공유경제 시스템은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연습과정에 활용할 수 방법들이 많다. 내 일은 내 이름 걸고, 내가 직접 해서, 먹고살 수 있는 일이다. 오랜 시간 직장에 매어 살아온 사람들은 단박에 독립하기 어렵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수익을 얻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면? 일단 돈을 벌어보는 연습부터 해보자. 단, 내가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야에서 말이다. 글 쓰는 일을 좋아하지만, 글로 돈 벌 수 있는 수준이 안 된다면? 글 쓰는 방법을 가르쳐보면 어떨까?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가르쳐 보는 일이다. 숨고( https://soomgo.com/ ) 나 크몽( https://kmong.com/ ) 같은 재능마켓은 재능을 가진 개인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연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글 쓰는 작가로 살아가고 싶었던 이슬아가 글쓰기를 업으로 삼기 위해 처음 시도했던 수익활동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그렇게 글쓰기 강습을 통해 습작의 시간을 축척하고, 자신이 쓴 글을 SNS를 소개하고, SNS에 소개한 웹툰이 엄청난 반응으로 이어지자 웹툰 서비스에 연재를 시작하고, 일간 이슬아를 발간해 구독자를 모집하고, 그렇게 습작이 쌓이자 책으로 펴내고. 얼마 전 베스트셀러로 화제에 오른 우울증 극복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 역시 클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활용해 초판을 발간했다. 그 역시 내가 쓴 글을 누가 읽을까 싶었다. 그래서 초판 발행에 필요한 2천만 원이 모이지 않는다면, 출판계획을 접겠다는 생각으로 펀딩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 집단 우울 현상을 앓고있는 이 시대의 청춘들은 저자의 심리상태에 공감했고, 그녀의 이야기를 응원하며 펀딩에 참여했던 것이다. 

직장인이 직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공유경제 서비스는 홀로서기를 배울 수 있는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로 돈을 벌어보고, 시장의 평가를 받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내 일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다양한 공유경제 서비스를 활용해 독립된 경제주체로 참여해 보자. 그렇게 참여의 기회가 쌓여갈수록 홀로서기에 필요한 생존 근육도 단단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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