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내 일
2020년은 제가 창업가로 살아온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창업가로 살아온 10년을 돌아보니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다는 자부심과 함께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남들이 안 된다는 일을 비즈니스로 만들어 냈으니 감사하고도 자랑스러웠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10년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로 인해 가치를 누리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앞으로의 10년을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앙트십스쿨과 조인스타트업은 앙트십(기업가정신)이라는 뿌리에서 피어난 서비스이지만 두 개의 서비스는 대상도 성격도 달랐습니다. 앙트십스쿨의 이용자는 학생이지만, 구입고객은 선생님입니다. 앙트십스쿨은 족집게 과외 서비스가 아니라서 서비스의 가치를 알아주는 고객들에게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신뢰를 쌓아가야 하는 서비스입니다. 조인스타트업은 성장욕구가 강한 2030 세대와 빠른 성장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고객으로 하는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시장의 수요에 맞게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한 서비스입니다. 고객의 필요를 발견해 만들어간 서비스이지만, 작은 조직이 성격이 다른 두 개의 서비스를 함께 키워가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저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팀원들에게 공유하고 그들의 생각을 묻고, 또 물었습니다. 회사가 나아갈 방향과 함께 개개인이 갖고 있는 성장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눴습니다. 그렇게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찾는 3개월의 시간을 거쳐 아래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1. 앙트십스쿨과 조인스타트업은 별개의 법인이 독립해 운영한다.
2.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은 오이플은 이번 기회에 도전에 나선다.
3. 대표는 오이플 모두가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정성껏 돕는다.
2020년부터 앙트십스쿨은 공동창업자로 합류해 어려운 시간을 함께 견디고 이겨낸 조혜선과 조인스타트업을 통해 회사에 합류하게 된 박누리가 새로운 회사를 창업해 공동대표를 맡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조혜선은 2013년 우리 회사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취재하러 온 기자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후 저희 회사가 운영한 프로그램에 참가해 더 친해질 수 있었고요. 조혜선은 그 누구보다 앙트십스쿨을 사랑합니다. 앙트십스쿨에 대한 그의 애정은 스스로가 내 일을 찾아 나선 경험과도 이어져 있습니다. 조혜선은 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했습니다. 그가 회계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던 건 누구나 그렇듯이 회계학을 전공하면 먹고 살 수 있다는 부모님의 권유에서 였습니다. 대학 졸업 후 취업한 첫 직장에서도 회계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일에서는 아무런 보람도 흥미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웠던 일터를 떠나 찾게 된 일이 ‘방송작가'였습니다. 그는 사람들 안에 담겨있는 스토리를 길러내는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대학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일을 만나게 되었지만, 사람들 안에 담겨있는 스토리를 글로 길러내는 방송작가의 일이 좋았습니다. 그는 방송작가로 보낸 시간을 통해 몇 가지 키워드를 찾게 되었습니다. 바로 ‘글'과 ‘사람'이라는 키워드입니다. 글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사람들을 빛나게 하고 싶었던 그는 앙트십스쿨을 만나 그 소망을 새롭게 꽃 피우고 있습니다. 그는 앙트십스쿨을 통해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세심히 살펴 찾아내고 길러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저는 이렇게 일은 동사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일과 달리 앞으로의 일은 명사가 아닌 동사가 될 가능성이 됩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내 일을 찾아가려 애쓰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박누리는 3년 전 조인스타트업을 통해 합류했습니다. 박누리는 ‘내 인생의 ceo로 살아가는 힘, 앙트십'이라는 앙트십스쿨의 슬로건을 눈에 보이는 콘텐츠로 만들어낸 인재입니다. 제가 앙트십의 시작을 열었다면, 앙트십이 콘텐츠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한 이가 박누리, 앙트십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만든 사람이 바로 조혜선입니다. 저는 저희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회초년생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본인이 갖고 있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진짜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라고. 대다수의 사회초년생들은 대학까지 더하면 16년을 교육의 수요자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교육이 제일 친숙하고, 그래서 교육 분야에서는 무언가를 해볼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에게 교육은 수요자로서 익숙한 영역이지만, 교육서비스의 공급자로 살아간다는 건 나 보다 남을 귀하게 여기는 정성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박누리는 여느 사회 초년생들과는 시작부터 달랐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면서 아이들을 세심히 돌봐 왔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었고,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찾아서 키우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차근차근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내게도 저런 언니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제 저 보다 더 앙트십스쿨을 아끼는 팀원들이 맡아 운영하게 되었으니, 이제껏 보다 더 멋지게 성장시켜낼거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제게 묻곤 합니다. 오이씨가 기업이냐고. 오이씨가 하는 일을 보면 기업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오이씨는 국가나 재단이 해야 할 일을 기업이라는 이름을 걸고 해냈습니다. 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결과이기도 합니다. 저는 '기업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 해결 조직'이고, 기업은 수익창출이 아닌 고객창출 하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창업가로서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고객창출의 결과로 얻게 되는 것이 수익이고, 그 수익으로 인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게 되는 것이고요. 이는 제가 갑자기 만들어낸 이론이 아닙니다. 경영의 대가 피터 드러커가 강조해온 내용이고, 오늘 날 많은 기업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저는 설혹 사업이 실패한다 하더라도 동료들이 과정을 통해 배우고, 저마다가 앙트십을 갖고 내 일을 찾아가길 바랐습니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내 일은 창업가의 모습일수도 있고, 프리랜서일수도, 직장인 일수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저는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한 동료들이 내 일을 찾아가도록 돕는 학교를 운영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동료 한송이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동료입니다. 꼼꼼하고 선한 성품을 갖고 있는 한송이는 우리 회사에서 서비스 운영 매니저로 일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운영 매니저라는 직무는 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인내를 요구했습니다. 저는 열심히 일해도 본인이 기대한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자책과 함께 하루 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미안한 마음도 커갔습니다. 그래서 세심히 살피게 되었습니다. 그가 어떤 일을 하면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
- 그는 외국인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한 경험으로 글로벌한 마인드와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 디자이너로 일하신 아버지 덕분에 예술적 감수성과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 다양한 IT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이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업무를 처리합니다.
- 스스로 무언가를 완결적으로 만들어내는 걸 좋아합니다.
이런 그의 역량과 성격을 고려해 제가 그에게 제안한 커리어는 프런트엔드 개발자였습니다. 그 역시 프런트엔드 개발자로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생각에만 머물렀을 뿐 실행하지 못한채 시간만 흘려보냈다고 합니다. 저의 적극적인 설득과 권유에 마침내 그는 프런트엔드 개발자라는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의 도전은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하지만, 그가 어떤 결론에 이르더라도 그의 도전은 내 일을 향한 마인드셋과 역량을 단단하게 만들어낼 거라 생각합니다.
앙트십은 앙트십스쿨과 함께 조인스타트업이라는 열매를 맺어냈습니다. 앙트십스쿨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조인스타트업은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입니다. 두 서비스는 우리 팀과 파트너들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서비스입니다. 교육 서비스는 특성상 콘텐츠를 고객들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앙트십스쿨은 앙꼬(앙트십 코치) 선생님들이 학교로 찾아가 학생들에게 세상과 학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앙꼬선생님은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그 변화 속에서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을 깊이 고민하는 분들입니다. 주입식 경쟁 교육이 갖고 있는 한계를 알면서도 다가오는 세상을 개척하며 살아가려면 어떻게 키워야 하나 고민하다 앙트십을 만나게 된 분들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가길 바라는 그들은 아이들에게 먼저 손 내밀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앞서 챙겨주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며 그들이 스스로 힘을 쌓아 돌파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줍니다. 물론, 이 같은 생각과 태도를 갖춘 앙꼬 선생님을 찾는 일은 어렵고도 인내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7년의 세월을 인내하며 한 명, 두 명 모이다 보니 앙트십의 힘을 믿는 앙꼬쌤들이 커뮤니티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서로를 응원합니다. 학교 현장을 찾아 내 아이처럼 우리 아이들을 돌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경험해 나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내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어 직장생활을 그만두게 된 옥주희 선생님은 앙트십이 학교 현장을 찾아가기 시작하던 무렵부터 6년째 앙트십스쿨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앙트십을 전하기 시작하던 시절 갓난아이였던 첫째 아들 하이는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는 해보려고 하는 아이들을 향한 응원을 아낌없이 주는 분입니다.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해보려고 애쓰는 아이들에게는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격려하고 도와줍니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자라게 된 그의 아이들은 이제 엄마가 만든 앙트십 콘텐츠의 최초 이용 고객이 되었습니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로 일했던 양은주 앙꼬 선생님은 직장인이지만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 앙트십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앙트십은 직장인에게도 커리어를 개척하며 살아가는 생존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에게 앙꼬로 살아가는 일상은 예쁜 딸 채린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충분히 누리면서도, 학교 현장을찾아 아이들의 성장을 응원하고 도울 수 있는 뿌듯함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도상희 앙꼬 선생님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주입식 교육 환경 속에서 내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낼 방법을 찾다가 앙트십스쿨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던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경험하며 어른들도 아이와 함께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학교 밖 세상 이야기를 딸과 앙트십 친구들, 부모들과 나누며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고, 가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는 앙트십스쿨을 통해 내 아이의 성장과 함께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스스로가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모습을 볼 때 무척 행복하다고 이야기 하곤 합니다.
저는 앙트십스쿨과 함께 하는 앙꼬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선한 의지'가 함께 할 때 만들어내는 놀라운 힘을 실감하곤 합니다.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넘치는 정보들은 단번에, 쉽게 이루어내는 성공을 강조합니다. 우리 아이가 당장 1등이 될 수 있고, 당장 영재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갈 날들이 많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고민과 탐색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고민과 탐색의 시간은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 단단한 힘을 축척해 결국에는 엄청난 힘을 발휘합니다. 앙꼬선생님들은 사회적 가족으로서 우리 아이들이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은 제게도 선생님과 같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묵묵히 맡은 역할을 해내시는 그분들을 통해 제가 더 배우게 되니까요.
앙트십스쿨은 학교에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프로그램'이라는 방식으로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더 큰 꿈을 꾸고, 내 안의 가능성을 믿을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청년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인스타트업은 일의 현장으로 뛰어들어 일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입니다. 그런 서비스를 위해서는 그 길을 먼저 들어선 선배들과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길을 걸어도 그리 아프지 않다고, 이 길에 들어서면 이런 어려움을 만나게 되지만 나름의 해결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토닥여줄 수 있는 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창업가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앙트십의 힘을 믿고, 흔쾌히 내가 쌓은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었습니다. 그들의 진심이 모여 4년 동안 2000여 명의 청춘이 조인스타트업을 거쳐갔고, 500여 명의 청춘들이 스타트업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일의 영역에서의 성장은 맘 통하는 동족과의 만남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성장을 긴밀하게 관찰하고 적절한 도움을 주는 선배가 함께 한다면 더없이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개인이 개인을 돌본다는 것은 여러모로 힘든 일입니다. 여기에서 서로의 성장을 돕는 효과적인 방법은 느슨한 규칙을 두고 동족끼리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제가 조인스타트업을 설계하면서 의도한 바입니다. 코치라는 이름을 두고 있지만 일을 조금 먼저 시작한 선배는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인재를 만나 새로운 활기와 열정을 충전받게 됩니다. 내가 가진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더 깊이 들여다 보고,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선배 역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조인스타트업에서 코치로 활동하며 나에게 맞는 직장을 찾아가고, 창업을 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나눔이 주는 선순환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성장을 갈망하고 서로의 성장을 돕는 사람들이 상호작용 과정을 거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계속해 나가려 합니다. 더 크고, 더 넓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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