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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May 03. 2020

직장인의 시간이 짧아지고 있습니다.

내 일을 만나는 커리어 가이드


“30년 전 삼성전자에 취업할 때만 해도 삼성전자는 언제 망할지 모르는 작은 기업이었어요. 다행히 회사가 망하지 않고 성장했고, 딴생각 없이 직장을 다니다 보니 30년을 다니게 되었네요. 하하하”


취업 준비생들이 선망하는 삼성전자의 2019년 기준 평균 근속 연수는 11년 9개월 입니다. LG전자도 11년 8개월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기업 직장인이 직장에 머무는 기간은 10년 남짓입니다. 제조 대기업에 비해 구성원들의 연령층이 낮은 IT 대기업은 근속기간이 더 짧습니다. 2018년 기준 네이버는 평균 근속 연수 5.2년, 카카오는 4.8년으로 제조 대기업 근속연수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찬란한 과거를 뒤로하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산업군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중공업 분야가 대표적입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2007년 수주잔량 부문에서 전 세계 1위부터 3위를 차지하면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발주 취소와 저가경쟁에 내몰리면서 조선업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2014년 조선업 빅 3의 영업적자는 2조 6266억 원에 달했고, 2015년에는 7조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조선업은 판로개척과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을 도모하고 있지만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여러 모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2019년부터 시작해 2020년 상반기 인류를 숨죽이게 만든 covid19 바이러스 대란은 산업 분야를 불문하고 전방위적인 불황을 몰고 왔습니다. 바이러스 대란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 항공, 관광산업은 물론이거니와 경제 전반에 드리워진 불황은 개개인들로 하여금 불확실의 일상을 살아가게 되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제환경과 증가하는 불확실성은 직장인의 시간을 점점 더 단축시키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이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열광하고, 투잡에 열광하는 것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나를 품어주지 못하는 직장을 원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시점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모두가 직장을 떠나 홀로 서야 하니까요. 급변하는 직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마인드의 전환입니다. 


직장은 남 일 하는 곳이 아니라, 내 일을 준비하는 곳이다.


 이렇게 마인드를 전환하고 직장생활을 바라보면 직장은 월급 받으며 내 일을 배우는 경영학교가 됩니다. 직장에서 충실한 시간을 보내 실력을 쌓고, 네트워크를 얻게 되면 나만 할 수 있는 내 일을 찾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박정준 님은 근속 연수 짧기로 유명한 아마존에서 12년을 일한 한국인입니다. 그는 프로그래머로 아마존에 입사했습니다. 그가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얻게 된 것은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만들기와 게임을 좋아해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되었고, 대학에서도 프로그래밍을 전공하다 보니 프로그래머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로 일을 하고 보니 기계와 소통하는 프로그래밍보다는 자유도가 더 높은 일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을 할수록 맡은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고 보니 날마다 '사직서'를 쓰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퇴사의 위기를 극복하고 그 이후로도 오랜 시간 아마존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훗날 사업을 하겠다는 목적에 맞게 다양한 직무를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맡아하던 프로그래밍과는 달리 마케팅 지표 분석 등은 새로 배워야 하는 업무였지만, 언젠가 하게 될 내 일을 만나기 위한 훈련과정이라는 생각에 훨씬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일과 시간과 주말 시간을 이용해 내 일을 조금씩 키워가고, 그 일이 성과를 내어 홀로 설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주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가볍고 즐거워집니다. 기댈 언덕이 있으니 불필요한 경쟁을 위해 시간과 감정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우수한 인재가 독립선언을 하는 경우 내가 일한 직장이 첫 번째 고객 또는 투자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매뉴얼에 따라 공장을 돌리는 산업화 시대와 달리 별다른 장비 없이 개인의 창의성과 실력에 의존해야 하는 테크 기업에서는 이직이 개인의 커리어를 성장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IT 시장을 이끄는 구글과 페이스북 근무자들의 근무기간은 2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러한 사실을 실감 나게 전해줍니다. 작은 기업에서 실력을 쌓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이직하며 몸값을 올리고, 홀로 설 수 있는 준비가 된 상태에서 프리랜싱이나 창업을 통해 자유도와 경제적 여유를 늘려가는 것이 그들이 커리어를 성장시켜 가는 방식입니다. 


실리콘밸리의 IT 공룡들이 기업의 목표과 구성원들의 목표를 최대한 일치시켜 개인의 성장이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입니다. 불확실, 급변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직장생활을 나만의 한 방을 만들기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당연히, 직장생활을 소홀히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직장생활을 치열하게 해낸 사람들만이 직장생활을 통해 나만의 한 방을 만날 수 있는 실력도 네트워크도 쌓을 수 있습니다. 박수 칠 때 조직을 떠나 내 이름만으로 홀로 설 수 있을때 우리는 직장인이라는 이름이 주는 불안함에서 벗어나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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