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이 결혼했어요!
벌써 6년 전이네요. 고려대학교에 스타트업 특강을 간 적이 있었어요.
특강을 마치고 가방을 챙기고 있는데 한 여학생이 제게 다가와 질문을 건넸어요. 모스타트업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참 열정적인 친구'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인연 중에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지현이 제 인생에 쑥 들어오는 '장면'이 생겼습니다. 어느 주말, 저는 동네 테니스코트에서 열심히 테니스를 치고 있었어요. 그런데, 누군가 제게 다가와 '대표님' 하고 부르는 겁니다. 돌아보니, 지현이었어요.
세상에나 지현은 저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었고, 저희 테니스 코트 앞을 지나 지하철역으로 향하다가
낯익은(?) 제 모습에 인사를 건낸 거 였습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아도 얼굴 한 번 보기가 어려운데 우리는 그렇게 다시 만났습니다.
지현이 저를 발견한 것도 신기하지만, 그 때 지현이 제게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면?
아마도 우리는 이렇게 찐한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인연이 운명(?)임을 확인하며 인연을 이어갔습니다. 당시 지현은 대학 졸업반이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공대를 졸업했지만, 스스로가 판단할 때 찐 공대생은 아니라 엔지니어로서의 미래를 그리고 있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기업, 컨설팅펌, 경영대학원등등을 두고 고민하던 중에 제가 스타트업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지현은 제가 건넨 스타트업 카드를 두고 냉정하게 자신의 미래를 따져보았습니다. 내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건 뭔지, 지금 스타트업을 선택하면 이룰 수 있는 건 뭔지, 반대로 스타트업을 선택하면 잃게 되는건 뭔지등등. 결국, 남들 보다 더 빨리 성공하려면, 스타트업에서 압축된 성장을 경험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그렇게 조인스타트업을 통해 마이리얼트립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프로성장러 지현의 이야기는 폴인콘텐츠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실 수 있어요)
2016년 3월 지현이 마이리얼트립에 합류를 결정할 당시만해도 마이리얼트립은 구성원 20여명 남짓의 소기업이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지현의 아버님은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딸이 듣도보도못한 작은 기업에 취직하겠다는 선택에 반대하셨습니다.( 그냥 반대가 아니라 대노^^::) 지현은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나름의 확신을 갖고 있었지만, 거센 아버지의 반대로 속상해 한 동안을 눈물 바람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5년이 흐른 지금 마이리얼트립은 430억 원에 달하는 추가투자를 유치했는데요, 코로나로 여행업계가 줄도산을 이루고 있는 상황임에도 거액의 투자 유치를 이룰 수 있었던 건 마이리얼트립이 여행업계를 리드할 테크리더임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정말 안 될 것 같은 일을 되게 만들어온 마리트 이동건 대표님도 대단하고, 함께 만들어낸 마리터 모두 대단하다는 생각 뿐입니다. 그렇게 기업의 성장을 함께 했던 지현은? 사업 부서에서 일을 시작해 지금은 마이리얼트립이 진정한 테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는 개발자 채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현은 입사 초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마이리얼트립 가이드들과 소통하며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한 달 동안의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출장으로 여행을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고 건네니 출장 후 한 동안 아팠을 정도로 힘겨웠던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본인에게 주어진 일은 끝장을 내고 마는 지현은 빠르게 스타트업 세상에 적응해 갔고, 내부 투표를 통해 가장 마리트다운 마리터로 뽑힐 정도로 지난 5년의 시간을 열정적으로 일하고, 성장했습니다. (지현님의 브런치글을 보면, 그 치열함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하는 지현에게 농당반,진담반으로 "연애 좀 하라"고 건네곤 했습니다. 연애는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해 더 나은 나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도 하고, 청춘의 특권이니까요. 하지만, 저의 조언이 무색하게도 3년 여의 세월이 흐르도록 지현에게서 별다른 핑크빛 소식을 접수할 수 없었 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현이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하는 겁니다. 어찌나 기쁘던지. 저는 뛸 듯이 기뻐하며 축하해 주었죠. 같은 회사를 다니는 디자이너인 종민님이었습니다. 저는 자기 주관이 강한 지현을 사로잡은 남자가 누구인지 궁금하고도 기대됐습니다. 만나고 보니 역시나 싶더군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전형적인 E형인 지현과 달리, 종민님은 혼자만의 시간이 더 소중한 I형 이었습니다. 종민님은 디자이너라로 표현하고 말기에는 아까운 대학 시절 부터 주도적으로 본인의 커리어를 개척해온 이였습니다. 남들이 좋다는 방식으로 살기 보다는 나에게 맞는 길을 찾아 두드려보고, 다시 해보며 하나씩 성과를 쌓아왔죠. 저는 그런 종민님이 지현에게 더 없이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런 종민님을 에너지 충만한 지현에게 쉴 곳을 마련해 주는 이라는 의미에서 의자남이라 부르고 있어요. 하지만,,,, 제게는 지현이 종민님 보다 더 소중하니까( 종민님 미안해요 ㅋㅋㅋ) 지현에게 연애의 기쁨을 즐기되 결혼은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습니다. 지현이 연애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섣불리 결정하면 어떡하나 싶었거든요. 하지만, 역시나 자기 주관이 뚜렷한 지현은 저의 조언을 무시(?)하고 결혼 사실을 알려왔습니다. 종민님과 사계절을 보내봤는데, 역시 이 사람이다 싶었나고 하네요. 역시 우리 지현은 속전속결!
지현과 종민님은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다보니 본인들의 연애로 작은 회사에서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 조심했습니다. 연애를 하는 동안 동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행동한 것은 물론이고, 결혼날짜를 잡고서도 결혼식날이 다가오고서야 결혼사실을 알렸습니다. 지현과 종민님이 결혼을 결정하고, 준비하는 과정은 흡사 창업과정과 유사했습니다. 함께 만들어갈 인생목표를 정하고, OKR( 스타트업의 성장 관리 방식)로 지표를 설정하고, 실행여부를 관리했습니다. (누가 스타트업 커플 아니랄까봐 ,,,^^) 신혼집을 장만하면서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현황을 낱낱히 살펴 본인들이 갖고 있는 자금 범위 내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고요. 집을 꾸밀 가구선택도 시트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조각을 맞춰나갔죠.
그렇지 않아도 스몰웨딩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쉽사리 꺽이지 않는 코비드재앙으로 인해 행여 하객들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까 조심하며, 결혼식 규모를 줄이고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두 사람을 아끼는 이들이 축하의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요. 촘촘히 짜여진 결혼식 프로그램은 거품은 줄이면서도 두 사람의 진실된 사랑을 확인하고, 하객들의 축하를 듬뿍 전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결혼식을 지켜보는 내내 마치 제 딸을 떠나보내는 것마냥 긴장되고, 기쁘고, 아쉽고 하는 복잡미묘한 마음이 들었는데요, 양가 부모님은 어떠실까 싶었습니다. 결혼식장에는 조인스타트업을 통해 만나게 된 스타트업 피플들이 함께 했어요. 지현에게서 난생 처음 축사를 부탁받고 난감한 마음에 검색창에 "축사 잘 하는 법"을 입력했다고 하는 지은도 조인스타트업을 통해 만난 인연입니다. 저는 지현과 지은을 서로에게 소개시켜주며 웬지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빠른 속도로 친해지더군요. 두 사람은 스타트업 피플를 살아가며 겪게 되는 고민과 애로를 서로 나누고, 달래며 더 없이 친한 친구 사이로 발전했습니다.
프로성장러로서의 의지를 서로 다독이며 그로쓰 & 쉐어라는 커뮤니티를 함께 만들고, 운영한 명수님, 동현님, 연수님 모두 조인스타트업과 인연이 닿게 된 스타트업 피플이죠. 이들은 모두 저 보다 더 찐한 스타트업 스피릿을 갖고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연수님은 얼마 전 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영상을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다음에는 명수님, 동현님도 소개해 볼께요.
결혼식 내내 지현은 종민님 곁에서 함박 웃음을 지었습니다. 준엄한(^^::) 표정의 지현 아버님 표정과 대조적일 정도로(저렇게 좋아해도 되나 싶었어요) 행복해 보였는데요, 때로는 깍쟁이 같고, 때로는 모범생같은 지현이 종민님 곁에서는 그야말로 총천연색 귀요미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인연이 운명처럼 다가왔듯이 앞으로도 지현의 성장과 행복을 열심히 응원해 보려 합니다. 지현,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