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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Sep 13. 2020

직장은 최고의 창업 준비학교

에어비앤비 동료들과 밑미 창업한 김은지


# 대기업, 스타트업 거쳐 창업으로 이어진 은지 님의 커리어


제가 김은지 님을 처음 만났던 건 8년 전쯤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은지 님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인들의 일을 도우면서 나에게 맞는 일을 탐색 중이었어요.

그 당시 은지 님이 돕던 회사 중 한 곳이 위즈돔(위즈돔 창업가 한상엽 님이 작성한 '위즈돔은 이제 기억으로 남으려 합니다' 참고)이었죠. 저는 위즈돔과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어서( 그 공간은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기업 sopoong의 사무실이었고, sopoong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소셜벤처를 위한 공유 오피스 카우앤독을 만들었답니다) 가끔씩 사무실에 드나드는 은지 님과 인사를 나누곤 했습니다. 


이후 은지 님이 본인의 숙소이자 오피스 공간을 활용해 카우치서핑을 하다가 글로벌 친구들과 만나고 인연을 쌓게 되는 경험이 너무 좋아 카우치서핑의 비즈니스 버전인 에어비앤비라는( 그 당시 에어비앤비는 대한민국에서 생소한 기업이었거든요) 글로벌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소식을 듣고 '참 은지스럽다'는 생각을 했죠. 어찌어찌하여 대학과 대기업까지는 '남들이 좋다는 길'을 밟아가게 되었지만, 막상 그 길에 들어서고 보니 남들처럼 사는 대신 나답게 살고 싶어 하던 은지 님의 열망을 익히 알고 있었거든요. 

은지 님이 에어비앤비 대한민국 최초 스탭이 되어 일하는 동안 듣보잡(당시는 듣보잡이었어요) 스타트업 에어비앤비는 빠른 속도로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하며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에어비앤비에 합류하게 된 은지 님은? 기업의 성장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누비며 성장했죠. 은지 님이 에어비앤비에 합류하던 당시에는 한국 오피스가 없어서 싱가폴로 넘어가 일을 시작했고요, 이후 한국 오피스가 생겨나면서 한국으로 넘어왔죠. 은지 님은 에어비앤비에서의 일상을  페이스북에 소개하곤 했는데요, 에어비앤비에서 보내는 은지 님의 일상은 일인지 여행인지 모를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즐거워 보였어요. 은지 님의 찰랑거리는 열정도 느낄 수 있었고요. 실리콘밸리의 바퀴벌레라 불리는 에어비앤비(에어비앤비가 처음 사업을 시작하던 당시에는 투자자들로부터 이건 절대 안 되는 사업이다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해요. 그래서 시리얼을 팔며 연명하던 시절도 거쳤다고. 그렇게 부정적인 전망과 재무적인 위험을 모두 극복하고 시장을 일궈내서 이런 별명이 생겼다고 해요.)가 전에 없던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은지 님을 통해 에어비앤비가 구성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얼마나 훌륭하고, 현명한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상장을 앞두고 코로나 재앙을 맞아 눈물의 정리해고를 하게 되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에어비앤비의 CEO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보낸 메시지가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은지 님은 7년간의 에어비앤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에어비앤비가 직원에게 사랑받는 회사인 이유"라는 스토리북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은지 님이 밑미를 창업했어요

그렇게 멋진 회사를 잘 다니던 은지 님이 에어비앤비를 퇴사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어요. 7년이면 충분히 새로운 시도를 할 시기가 되었으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야기 나눠보니 뭔가 대단한 걸 해보겠다는 생각을 품고 퇴사를 결심한 건 아니었다고 하네요. 마치 사랑하던 사람과의 연애가 끝나가는 게 느껴지는 그 느낌처럼 그렇게 사랑하던 회사에 출근하는 게 힘들어지는 신호를 계속 느끼고 있었는데 결국 건강이 악화되면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20대 후반과 30대의 시간을 치열하고도 열정적으로 함께 했던 회사와의 이별은 제삼자인 제가 보기에도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퇴사한다면 은지처럼'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시작과 끝이 모두 아름답고 사랑스러웠어요. 은지 님은 건강도 챙기고 미뤄두었던 탐색의 시간을 보내며 시간을 보내더니 '헤이 요트'라는 서비스를 세상에 내밀었어요. 7년간의 치열한 직장생활을 통해 직장인에게는 선물처럼 '쉼과 자기 탐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세상과 단절된 요트라는 공간이 이를 실현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거죠. 그렇게 헤이 요트를 출항하기 위해 고객을 모으고, 서비스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코로나를 만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아쉽게도 헤이 요트의 출항은 당분간 접어두어야 했어요. 그래서요? 오히려 그 위기가 기회가 되어 출발하게 된 서비스가 밑미입니다. 밑미는 에어비앤비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그들이 일하며 느꼈던 필요를 듬뿍 담아 만든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이에요. 3명의 공동창업자가 에어비앤비로 한 달 동안 방을 빌려 뚝딱 만들어간 과정도 그렇고,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환상의 케미를 바탕으로 팀을 꾸렸다는 사실도, 그리고 그 누구보다 이런 서비스의 탄생을 기다렸던 이들이 만들었다는 사실도 흥미로운 서비스입니다. 



#나만의 커리어를 스타트업하는 은지 레시피


1. 내 맘의 목소리에 집중

은지 님은 남들처럼 대신 나답게를 선택했죠. 

대기업에 사표를 쓸 때도, 소셜벤처와 창업 언저리를 돌며 나에게 잘 맞는 일을 찾기 위해 1년여의 시간을 탐색할 때도 '이게 나에게 맞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살펴보고 선택했어요. 남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에어비앤비를 떠나는 결정을 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내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날마다 일상 속에서 내 안의 목소리를 새겨듣고, 이를 실행으로 연결하죠.


2. 시작도, 이별도 과감히 

은지 님이 에어비앤비 대한민국 첫 번째 스태프로 합류할 당시 에어비앤비는 유니콘을 보장하는 로켓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은지 님은 나름의 기준으로 글로벌 비영리 커뮤니티 서비스보다는 지속 가능한 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는 있다면 족하다고 생각해서 선택했죠. 엄청 성공할 거야 보다는 '내가 원하는 일을 월급 받으며 할 수 있다니' 정도의 기대로 합류한 거죠. 물론, 그 선택이 기업과 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져 해피했고요. 하지만, 시작 못지않게 이별도 과감히 선택하고, 실행했죠. 문을 닫아야 새로운 문이 열리니까요. 


3. 원하는 일을 최고의 팀원과 함께 시작 

창업에 성공방정식( 투자자의 시점이 아닌 창업자 시점, 투자자가 함께 할 때의 성공이란 또 다른 영역이니까요)이란 없지만, 그래도 몇 가지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조건들은 있는 것 같아요.


공급자가 타깃 고객인 서비스

밑미는 이런 거 있으면 좋겠다.. 에서 만들어진 서비스입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시장 사이즈도 살펴야 하고 시작하기까지의 허들이 많은데요, 내가 필요하니, 내가 쓸 수 있는 자원만큼 투자해서 만들기로 접근하면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IT서비스는 인건비 외의 비용이 크지 않으니까요. 실패하더라도 경험이 남게 되니, 주저할 이유가 없는 거죠. 주저할 게 없으면 강한 실행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고, 밀어붙이는 힘의 근원은 '이런 거 있으면 좋겠다'가 되죠. 밑미의 서비스를 살펴보면 그들이 평소 느꼈던 필요를 에지 있게 서비스로 담아내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나라면 선택할 건가?'라는 높은 기대 수준을 통과한 밑미의 서비스들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이 보다 쿵작이 좋을 수 없는 팀

같은 회사에서 오랜 시간 쿵작을 맞췄던 이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서비스라니. 서로가 하자라고 해서 하게 되면 설득에 필요한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동기부여를 할 필요도 없고, 만들고, 해내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를 온전히 서비스에만 쏟을 수 있죠. 저는 한 달 동안의 합숙 기간을 통해 뚝딱 서비스를 만들어낸 과정 자체가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은지님에게 전 직장 에어비앤비는 

사업 아이템과 동료를 만나고, 일 하는 방법까지 알려준 최고의 창업 준비학교 였습니다.


이제, 누구나, 언젠가는 창업가로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좋은 직장의 기준은 창업 준비하기 좋은 곳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나만의 일을 준비할 수 있는 직장을 만날 수 있냐고요?

음,,,, 제 입으로 이야기하기 쑥쓰럽지만 조인스타트업과 함께 하시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거예요.


아래 인터뷰 영상에서 은지님의 생생하고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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