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의 멋을 배우다

영화 '인턴'을 보고

by 생각에 잠긴 장군

2015.10.17.

movie_image.jpg

훈훈한 영화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잔잔한 여운이 오래 남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다. 백발의 일흔 살 인턴이 서른 살 젊은 사장 밑에서 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흔히 젊은 인턴이 연장자 상사에게 시달리는 장면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 익숙한 구도를 뒤집는다. 세대가 엇갈린 두 사람이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movie_image.jpg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는 이 영화의 중심이자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꼰대의 냄새 없이 멋지게 나이든 사람이다. 은퇴 후 외로움 속에 머물던 그는 다시 삶의 전환점을 찾는다. 인터넷 쇼핑몰 회사의 시니어 인턴에 지원하면서다. 정장과 넥타이를 단정히 매고 오래된 서류가방을 든 그의 모습은 클래식한 원칙 그 자체다. 젊고 트렌디한 사무실 한가운데서 처음엔 다소 낯설고 어색했지만, 이내 그는 조용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주변을 변화시킨다.


주위의 우려와 달리 그는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며 존재감을 증명해낸다. 직원들을 세심히 도우며 스스로의 역할을 찾아나가고, 까다로운 CEO 줄스(앤 해서웨이)와의 관계도 유연하게 풀어낸다. 일에 대한 조언뿐 아니라 이혼 위기의 가정문제까지 지혜롭게 보듬는다. 그의 태도에는 젊은 세대에게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배려와 신중함이 깃들어 있다. 연륜에서 비롯된 따뜻함은 ‘경험은 늙지 않는다’는 말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movie_image.jpg


줄스가 벤에게 의지하는 모습은, 취업과 일에 치여 사는 젊은 세대에게 따뜻한 위안이 된다. 세대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오늘날, ‘인턴’은 보기 드문 세대 간의 소통을 진심으로 그려낸다.


나 역시 삼십 살 이상 차이 나는 아버지와 가끔 의견이 부딪히곤 한다. 그래도 영화 속 장면처럼 서로의 삶을 이해하려 애쓰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인생의 선배로서 아버지가 건네는 충고를 받아들이며 대화를 이어갈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뿌듯함이 마음을 채운다.


두 주인공의 관계처럼 나이와 지위의 경계를 넘어 서로를 동반자로 대하는 사회가 진정한 의미의 성숙한 사회일 것이다.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더 따뜻하게 이어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벤을 통해 ‘늙어감의 멋’을 배웠다. ‘인턴’은 아직 세상을 배우는 어른들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삶의 가르침을 남긴다. 영화 속 벤처럼, 타인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손수건 하나쯤은 가방에 넣고 다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우리들의 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