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가 되기 위하여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by 생각에 잠긴 장군

2018.04.12.

평소 '개인주의'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학교 선배를 만나고 후배들과 함께 하다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이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넘어가는 변화를 느낀다. 예전에 친한 형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중 하나를 고르면 뭘 고르겠냐고. 바로 개인주의를 택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개인주의는 아직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로 가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면 된다고, 주위 지인들에게 설파하곤 했다. 그러한 내 생각과 일치하고 동의하는 내용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책은 문유석 판사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적어낸 에세이다. 프롤로그에 그가 쓴 '인간 혐오'는 도입부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자신은 인간 혐오증을 갖고 있다며, 지하철에서 양옆에 사람이 앉는 게 싫어 피한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것은 회식이고 행사라고 말한다. 회식, 접대 문화가 성행하는 대한민국 분위기와 상당히 반대되는 사람이다. 그는 '나'라는 고유한 개인을 소중히 여기며 이를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려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문유석 씨는 나와 타인, 그리고 사회를 논하며 개인주의로 어떻게 잘 살지 제시하고 있다. 그가 말하길,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강조한다. 남들 눈에 비치는 내 모습에 집착하는 문화, 집단 내에서의 평가에 개인의 자존감이 좌우되는 문화 아래에서 개인이 더 불행한 것이다.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집착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 그렇기에 개인이 먼저 주체로 서서 타인과의 경계를 인식하여 이를 존중하며, 책임질 한계에 명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읽으면서 인상 깊은 내용들이 여럿 있었다. 간통죄를 논한 글은 법학도로서 생각해 볼 문제였다. 문유석 씨는 자신이 담당했던 간통죄 사건들을 떠올렸다. 죄를 판결하기 위해서, 한 사람의 촬영된 정사 장면을 경찰, 검사, 변호인들이 지켜본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여관방을 덮쳐 현행범으로 덮치기도 한다. 간통죄가 위헌이 된 후 전통 윤리가 무시되고 가정이 파괴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는 이를 보고 우리 사회가 개인의 존엄성에 대해 얼마나 무신경한지 지적하고 있다.



"인간의 내면에 강제로 공개되어서는 안 될 최소한의 밀실이 있다. 국가형벌권의 대상이 된 자에게는 그 밀실이 허용되지 않다. 광장에 내걸릴 뿐이다. 그래서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 모든 것을 형벌로 다스리는 곳에 법은 있으되 개인은 없다." (책 p48 - 49에서)



법학을 전공으로 하는 독자로서 인상 깊은 대목이었다.


저자는 현재의 '선비', '선비질' 용어에 대한 생각도 써놓았다. 위선 떨지 말라는 의미에서 선비는 최근에 모멸적 용어가 되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속 시원한 본능의 배설은 찬양받고,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위선과 가식으로 증오받는다. 그러나 본능을 자제하는 것이 문명이다. 저열한 본능을 당당히 내뱉는 위악이 위선보다 나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위선이 싫다며 날것의 본능에 시민권을 부여하면 어떤 세상이 될까." (책 p133)


역사 속 나치, 여성 차별, 이민자 증오 등은 우리 인간에게 악한 본성이 있음을 나타낸다. 저자는 우리의 본성을 마음대로 표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서로에게 선비질을 해야 한다고 되려 말한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은 금지된 것과 같다. 차별 발언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위에서 발언이 잘못됐고 그 사람을 당당히 비판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한 문명사회, 좋은 개인주의사회는 이러한 미국의 분위기를 보고 말하는 게 아닐까.


문유석 씨는 불편한 진실을 꺼내며 사회와 독자를 마주치게 한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부러워할 정도로 세계 학력평가 때마다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는 수많은 교육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념 문제 아닌 것을 이념 문제화하여 서로가 좌우자판기가 되어 싸운다. 저자는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이 사회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미국의 에볼라 사태와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비교하며 낯선 것에 대한 공포와 이를 대처하는 성숙한 사회를 논한다.


문유석 씨는 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적 연대의식이 조화를 이루는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를 꿈꾼다. 개인이 집단적 논리에 빠져들지 않고 스스로가 바로 선다. 그 서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존중하며, 자신의 책임을 진다.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개인들이 연대한다. 저자의 생각과 행동처럼 실천한다면,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대한민국이, "나는 개인주의자예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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