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통한 시야 넓히기

『어디서 살 것인가』를 읽고

by 생각에 잠긴 장군

2018.11.17.



0. 건축이라는 세계

주로 접하지 않는 분야, 새로운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저자 유현준 교수는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 2>에 출연했는데, 그의 건축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또한 저자의 우리 학교 수업이 인기 강좌 중 하나인 걸로 알려져 관심이 더 갔다.

어디서 살 것인가? 책의 제목은 인생에서 스스로에게 꼭 던져지는 질문이다. 사람에게 집은 필수다. 우리 모두가 갖고 있어야 하고, 갖고 싶어 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사람은 건물을 무조건 이용한다. 건물의 이용 없이 살아가는 하루는 없다.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해, 교수는 실생활 속 건축물을 관찰한다. 교수는 관찰을 토대로 건축가의 관점으로 여러 이야기를 담아냈다. 우리가 평소에 미처 하지 못한 생각을 제시하고 의견을 다양하게 내놓는다. 책은 실제 건축물과 사례를 친숙하게 논해서 쉽게 읽힌다.



1. 기존 건축물에 대한 비판적 사고

저자의 기존 건축에 대한 비판이 인상 깊다. 책의 첫 내용에서부터 한국의 학교 건축물을 비판한다. 수십 개의 똑같은 상자형 교실을 모아 놓은 네모난 건물과 하나의 운동장. 다양성이 부족한 학교 건물을 교도소에 비유한다. 기존 학교의 낮고 평평한 천장 공간을 바꾸고 외부 마당과의 접근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학생들이 쓰는 운동장의 상황도 지적한다. 운동장이 대개 큰 축구장으로만 이루고 있어 얌전한 남학생과 여학생들은 외부 공간에서 갈 곳이 없다고 말한다.

서울 도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현재 서울은 공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사람들과 가까이 있지 않다. 서울을 둘러싼 성곽은 문화재로만 취급해서 주변에 상업 시설이 들어가지 못한다. 또한 공적 공간이던 골목길이 주차된 승용차로 사적 공간으로 변형되어 있다. 저자는 공간 활용에 있어서 도시의 문제점을 짚으며 해결 방안도 함께 제안한다. 강북의 북촌이나 삼청동 같은 골목길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획일화된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은 도시 속에서도 우연한 풍경들이 계속 다양하게 바뀌는 곳을 찾는다. 그는 강북의 서울숲과 강남의 로데오 거리를 연결하는 보행자 전용 다리를 제시한다. 차 도로만 있는 한강에 변화를 주어, 보행자를 중심으로 하는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도시 정책에 있어서 건축이 매우 중요하는 점을 시사한다.



2. 세심한 관찰력

책의 내용에서 유현준 교수의 관찰력은 눈에 띈다. 일상의 사소함에서부터 그의 눈은 빛나고 있다. 그가 볼 때, 힙합 가수가 후드티를 많이 입는 이유는 시선을 차단해서라도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은 공적인 공간에서 사적인 공간을 만들려는 몸부림이다. 짧은 순간, 작은 장소에서도 내 공간을 만들려는 욕구는 언제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미디어에 대해서도 관찰을 빼놓지 않는다.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의 세트 구조와 영화 <어벤저스:인피니티워> 포스터를 통해 현대사회의 특징 '탈중심'을 말한다. 저자는 탈중심을 건축에 대입시켜 일본의 '가나자와 미술관'을 논하기도 한다.


탈중심적 구조를 가진 가나자와 미술관


저자는 관찰력을 통해 특정 장소에 사람들이 자주 가는 이유를 분석한다. 생활 속 '3차선 법칙'을 주장한다. 차도가 3차선 이하인 경우에는 보행자의 흐름이 이어지지만 4차선보다 넓으면 단절된다는 현상이다. 저자는 좋은 예로 홍대를 꼽는다. 홍대 상권이 3차선 이하의 도로가 블록 간을 유기적으로 연결돼서 보행 친화적이다. 반대로 합정역 사거리는 10차선이나 되기에 사람들이 메세나폴리스에는 잘 가지 않는다.



3. 저자의 관점을 내 눈에도 입혀

책을 읽으며 '이렇게 바라볼 수 있구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계속했다. 건축을 통해 과거에 갖지 못한 관점을 알게 돼 좋았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이용하는 독서실 건물과 농구장의 구조를 살펴보고 분석해 보는 경우도 생겼다. 또한 '내가 살고 싶은 곳'은 무엇인지 떠올려봤다. 가족과 다 같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으면서도 나만 쓸 수 있는 방이 있는 집, 도시에서 살면서도 도로와 거리는 있어 조용한 단지, 근처에 자연공원이 꼭 있는 동네, 영화관이 대중교통 이용으로 15분 내에 갈 수 있는 곳. 내가 좋아하는 집과 생활을 되돌아보고 지금의 집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비판적 사고와 세심한 관찰력은 '어디서 살 것인가'이라는 질문에 좀 더 명확한 답을 내리게 해 줄 참고서 역할을 한다. 또한 건축이라는 세계를 통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넓게 보는 방법도 알려준다.

최근에 <알쓸신잡 3> 피렌체 편이 방영됐다. 유시민 작가는 리우렌치아나 도서관을 방문했는데, 장소에서 생각을 하는 작가의 자세가 매력적이었다. 그는 도서관이 설계된 이유를 고민해 보며 장소에서 르네상스 정신을 잘 느꼈다. 단순한 공부를 뛰어넘어, 뜻깊은 여행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작가의 공간 감수성도 <어디서 살 것인가>의 질문에서부터 계속 이어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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