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다. 눈에 반사판이 있고 동공 조절도 잘 하기 때문에 아주 약간의 빛만 있으면 충분하다. 애석하게도 사람은 그렇지 않다. 밤이 되면 콩이는 내 왼쪽 머리맡으로 오는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두 바퀴를 돌며 신중하게 자리를 잡은 후 눕는다. 그러고는 자겠다고 눈을 꼭 감고 있는 그 모습을 눈에 선명히 담고 싶을 때가 있었다.
자기 전 핸드폰을 내려놓고 무드등까지 끄고 나면 눈이 어둠에 적응하기를 기다렸다. 콩이가 어떤 자세와 표정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괜히 눈을 크게 뜨고 끔뻑거려보다가 지금 뭔가 귀여운 것 같은데, 생각이 들면 좋은 구경거리 놓칠세라 재빨리 핸드폰 불빛을 켜서 콩이 위에 가져다 댈 때도 있었다. 원인 제공은 고양이가 했지만 초보 집사의 명백한 변태 행동이었음을 인정한다.
처음으로 배를 드러내고 자던 날에는 기쁨과 귀여움으로 끓어오르는 비명을 겨우 참았다. 원체 겁이 많으니 길에서는 단 하루도 마음 놓고 잠들지 못했을 거다. 안전한 공간에 와서야 보여주는 생소한 모습들이 안쓰러우면서 그게 또 그렇게 귀여웠다.
집사 3년 차가 된 지금은 보려고 애쓰지 않는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아야 겨우 들리는 숨소리, 그 소리가 알려주는 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속도, 밤에 더 고소하게 느껴지는 냄새, 가까이 돌아누우면 얼굴에 느껴지는 모양새로 콩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오감 중 하나가 작동하지 않으면 다른 감각이 예민해진다니. 참 공평한 시스템이다.
동그랗게 말아누운 콩이에게 얼굴을 갖다 대고 깊은 숨을 쉰다. 포근하고 고소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냄새가 들어온다. 어떤 냄새와 닮았냐 하면 카라멜 팝콘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카라멜 소스가 거의 묻지 않아 일반 팝콘 같은 비주얼로 아쉬움을 주는 그 부분의 냄새와 흡사하다. 어떤 날은 빨간 봉지의 카라멜콘 과자가 떠오르기도 한다.
코가 익숙해지면 다른 냄새로 옮긴다. 고양이의 네 발바닥에 있는 말랑한 패드를 집사들은 ‘젤리’라고 부른다. 눈치를 보며 손끝으로 살살 만지다 보면 그보다 더 어울리는 명칭은 존재하지 않음을 수긍하게 된다. 얼룩 하나 없는 분홍색 젤리에서 연한 꼬순내가 난다. 녹여먹은 누룽지 사탕이 남긴 여운마저 다 사라져 갈 때. 그때의 맛을 구현해낸 것 같은 냄새다. 젤리 냄새를 너무 음미하면 가차 없이 발을 빼버리기 때문에 적당히 치고 빠지는 스킬이 중요하다. 하루 종일 통통거리며 돌아다니느라 제 나름대로 냄새를 풍긴다는 생각을 하면 웃음이 나온다.
왼쪽으로 돌아누워 한쪽 팔로 콩이를 감싼 채 눈을 감는다. 우리의 취침 루틴이다. 자다 깨면 콩이를 더듬어보곤 내려가 있는 이불을 끌어당겨 다시 덮어준다. 시원하게 튿어진 난방 텐트 틈새로 새벽 공기가 들어오고 있다. 잠들기 직전에 종종 각성하는 콩이가 활개를 치고 날아다니며 만들어 놓은 작품이다. 작가는 태평하게 지를 꼭 닮은 인형을 베고 있다. 내 사랑은 카라멜 향이 나는 보들보들한 삼색. 그 사랑은 보이지 않아도 보이고 들리고 맡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