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2003년 방송대 졸업, 영화 <첨밀밀>

셸 위 댄스-인생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by 장하늘

111화

별별챌린지 3기-24일 차




만데빌라(꽃말:천사의 나팔소리)



2003년 방송대 졸업, 영화 <첨밀밀>


2002년 TV에서 영화 <첨밀밀>이 방영됐다. 나는 이미 그전에 첨밀밀 영화를 봤었다. 영화 주제곡을 부른 가수 등려군의 노래도 좋아했다. 등려군의 첨밀밀(달콤해요)과, 월량대표아적심(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해요)은 영화 <첨밀밀>에서 나오는 등려군의 히트곡이다. 중어중문학과에 갔을 때 학과에서 동년배들끼리 첨밀밀 노래 가사를 받아쓰고 떼창을 하며 연습하고 익히기도 했다. 학교 행사가 있을 때 중어중문학과 동기들과 첨밀밀 노래를 합창하기도 했었다. 영화를 재밌게 봤고 영화 OST가 좋았다. 그래서 당시에 가수 등려군의 CD를 샀었다. 특히 좋아했던 노래가 첨밀밀, 월량대표아적심, 야래향(달맞이꽃) 세곡을 좋아했다. CD에 수록된 노래가 모두 좋아서 오랫동안 듣고 다녔었다.


2002년 2월 졸업을 며칠 앞둔 어느 날 TV 채널을 돌리다가 영화 <첨밀밀>이 나와서 채널을 멈췄다. 이미 몇 번이나 본 영화라서 중간부터 봐도 상관이 없었다. 영화를 보는데 학교생활의 4년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96년 처음 안양의 전문대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던 일도 떠올랐다. 그해 1학기가 지나고 2학기에 자퇴서를 내면서 느껴졌던 마음이 떠오르기도 했다. '99년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했고 당시만 해도 중국어가 인생의 길을 바꿔줄 거라고 믿었었다. 그러나 방향은 엉뚱하게도 '20년 결혼도 하기 전에 처녀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를 갖고 오갈 때 없는 신세가 되기도 했었다. 집이라는 공간은 10대 때도 20대 때도 나에게 몇 번이나 갈 곳을 잃게 했다.


단칸방이지만 처음으로 마련한 첫 집에서 나만의 보금자리를 사소한 것 하나부터 차곡차곡 만들었다. 북향집에 곰팡이가 창궐했지만 2년 동안 소소한 즐거움을 준 집이기도 했다. 봄이 되면 다른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해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02년도에 4학년 2학기 마지막 기말고사 시험을 보고 혼자서 벅찬 마음이 들어 울컥하기도 했었다. 이미 여러 번 본 영화를 보면서 지난 몇 년 동안의 일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불과 얼마 전 남편과 크게 싸운 일도 생각났다. 남편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그의 친구라는 상 0 선배(그녀)가 쉽게 내뱉었던 말은 나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이후 술이 깬 그는 내가 그녀와 그런 대화로 전화를 끊은 줄도 몰랐다고 했다. 끊임없는 상념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넘실거리며 울렁거리게 했다.


4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22살에 방송대에 입학했을 때 1학년 때는 무엇이든 가능한 파릇한 청춘이었다. 23살 2학년 때 임신과 동시에 한 치 앞도 제대로 분간할 수 없는 안갯속에서 한 발짝씩 나아가야 했다. 24살 3학년 때는 아이를 출산한 아기 엄마가 되어있었다. 아이 엄마가 되면서 온몸이 튼 살로 바뀌어있었다. 몇 년이 지나서 튼 살 크림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그런 크림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해도 살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25살 4학년에 오랜 숙원이었던 개인 빚을 청산했다.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늘 쉼 없이 달리고 있었다. 인생이란 장거리 마라톤에서 속도 조절과 쉼 조절이 필수라는 걸 아마도 그 당시 알았던 것 같다.


쉼을 위해 짬짬이 내가 할 수 있는 즐거운 일들을 찾아서 했다. 단칸방에 살 때는 화분에 고추와 파, 양파 화분을 심었다. 반찬으로 사용하기에도 좋았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보는 것도 좋았다. 아들이 크는 과정을 사진으로 남기고 짬이 나면 수첩에 기록하기도 했다. 밤마다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아들을 잘 살펴보는 것도 살아가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직장, 학교, 집안 살림을 병행했기 때문에 영화나 책은 많이 읽을 수 없었다. 짬이 나면 학교 공부를 했다. 중국어과가 아니라 중어중문학과라서 3, 4학년에는 중국문학과 한문을 많이 배우게 됐다. 책 속에 있는 지식을 습득하다 보면 척박한 현실을 잊고 꿈을 꿀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현재를 살면서 씁쓸한 맛이 느껴질 때 미래를 꿈꾸면서 희망이라는 달콤한 마시멜로를 입안에 품고 다녔다.


영화 <첨밀밀>은 1996년에 개봉한 홍콩 영화이다. 진가신이 감독을 맡았고, 장만옥과 여명이 주연을 맡았다. 영어 제목이 상당히 특이한데, Comrades:Almost a Love Story(동지들:거의 러브스토리에 가까운)이다. 'comrades'는 실제로 공산권 국가에서 사용하는 '동지/동무'를 뜻하는 것이다. 16회 홍콩 영화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을 비롯한 9개 부문을 휩쓸었다. 우리나라에 1997년 개봉했으나 서울 관객 6만으로 그리 성공하지 못했고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2차 시장에서 더 인기를 끌었다. -네이버 검색참조


영화의 첫 장면은 홍콩에서 소군(여명)과 이교(장만옥)의 운명적 만남으로 시작된다. 운명적인 만남과 달리 그들에게 닥치는 현실은 그들을 함께 있지 못하게 한다. 이교는 다른 남자 표형(암흑가의 보스)의 애인이 되고, 소군을 떠난다. 소군은 고향에서 이미 약속되어 있던 소정과 결혼식을 올리면서 이교에게 청첩장을 보낸다. 이교가 소군의 결혼식에 참석하며 그들이 재회한다. TV를 멍~ 하니 보다가 그들의 결혼식 장면을 보며 내가 아직까지 결혼식을 안 한 게 아주 큰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결혼식 이후 재회한 소군과 이교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소군은 결혼한 소정에게 이교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소정을 떠난다.


2003년 방송대 중어중문학과 졸업식은 4년간의 파란만장했던 나의 생활과 달리 그 어떤 의식도 없이 조용하게 지나갔다.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졸업증을 띌 수 있다는 것이 졸업을 했다는 증거였다. 학과 동기들이 졸업식에 참여하자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졸업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스스로 자축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그 흔한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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