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퇴근해서 집 현관문을 열었다가 뿜어져 나오는 악취로 아찔해졌다. 문을 다시 닫은 채 문밖에서 멍하게 있었다.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데 속이 메스꺼웠다. 나는 중학생 때 이미 위염이 있었다. 점심을 제대로 못 먹고 다녔기 때문에 생겼던 것 같다. 그리고 어릴 때 멀미를 심하게 했다. 흔들리는 버스를 타서 멀미가 심했다기보다는 버스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멀미가 심했다. 후각이 예민한 건지 냄새에 취약했다.
아들을 낳고 키우면서 내가 비위가 무척 약하다는 것을 알았다. 갓 태어난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는 건 큰 문제가 없었다. 모유 수유를 했기 때문에 아기의 똥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이후 분유를 먹고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냄새가 달라졌다. 그래도 순차적으로 달라져서 그런지 참을만했다. 그리고 아이가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는 어른들의 변과 비슷한 냄새가 났지만 치워주는데 심하게 역하지 않았다. 아주 가끔 심각한 변과 마주했을 때 역할 때가 있었지만 숨을 참고 노력하면 참아 낼 수 있었다. 문제는 토할 때였다. 토사물에서 나는 냄새는 참기가 힘들었다. 속을 다 뒤집어 놓는 그 냄새는 생각만 해도 속이 메스꺼워진다. 아이가 토를 하면 나도 같이 토하는 일이 비일비재였다. 아이가 토를 하면 보호자인 엄마는 빠르게 조치를 해야 하는데 책임져야 할 엄마인 내가 같이 토하는 상황이 왕왕 벌어졌다.
역한 냄새 때문에 집 문을 다시 못 열고 문밖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초여름이라서 그런지 더 냄새가 진동했다. 심한 악취로 집에 들어가는 게 힘들었다. 그러나 아이 가방과 준비물이 손에 들려있었고 아이를 업고 4층 계단을 올라온 상태였다. 문밖에 계속 있을 수 없었다.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인상이 자연스럽게 구겨졌고, 참을 수 없는 악취에 할 말을 잃었다.
냄새 때문에 어지러워서 토가 나오려고 했다. 무조건반사로 화장실로 뛰어가다가 화장실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심해지는 강력한 냄새로 그대로 고개를 돌려 개수대에 토를 했다. 토를 했지만 저녁 식사 전이라서 많은 양의 토사물은 나오지 않았다. 정신없이 토하느라 아직 아들을 업고 있었던 것도 잊고 있었다. 아들이 칭얼거리다 울고 있는 걸 안 후에야 아들을 내려놨다. 더 이상 토할게 없어진 후에도 한참 헛구역질이 이어졌다. 이후 심했던 냄새는 코를 마비시켰고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고조금 잠잠해졌다. 그래도 화장실 쪽에서는 여전히 심각한 냄새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저녁밥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정신을 좀 차릴 수 있을 때 화장실을 머뭇거리며 힘겹게 열어봤다. 그런데 화장실이 가관이었다. 시어머님 방문을 두드렸다. "어머님~ 무슨 일인 거예요? 화장실이 왜 저래요?" 어머님 얼굴을 보고 물어봤다. "이~~ 똥 쌌는데 물이 안 내려가서.." 시어머니의 말을 듣고 나는 더 아득해졌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밥을 하는 것도 문제고 당장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는 게 더 큰 문제였다.
화장실을 못 간다고 생각하니까 소변을 참기가 더 어려워졌다.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했지만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았다. 화장실 앞을 배회하다가 못 참을 것 같아서 아들을 업고 엄마 집으로 갔다. 엄마 집에서 화장실을 사용하자 엄마가 무슨 일이냐는 듯 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잠시 들렀다고 말하고 가야 한다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로 들어오니 처음보다 심각한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숨 쉬는데 요령도 생겼다. 최대한 코가 아닌 입으로 숨을 내뱉었다. 그러나 여전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냄새로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웠다.
남편이 퇴근시간에 맞춰 집에 들어왔다. 집에 들어오면서 심각한 냄새로 인상이 잔뜩 구겨졌다. 나는 그에게 밥을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화장실 좀 보라고 말했다. 그가 화장실을 확인하고 시어머니와 대화한 후 청소를 시작했다. 이미 아들을 키우면서 내가 비위가 약하다는 걸 알고 있는 그였다. 나는 그 같은 상황이 처음이라서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변기만 난리가 난 게 아니라 화장실 전체가 똥으로 범람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떻게 했길래 화장실뿐 아니라 집안에서 온통 재래식 화장실 보다 더 심한 똥 냄새로 가득 찬 건지 알 수 없었다. 내가 푸세식 화장실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푸세식 화장실 보다 더 심한 똥 냄새가 화장실뿐 아니라 집안에 온통 퍼져있었다.
남편이 한참 동안 변기를 뚫고 화장실을 청소했다. 집안에 냄새가 사그라든 건지 코가 마비된 건지 머리가 깨질듯했던 냄새가 좀 잦아들었다. 그러나 화장실은 여전히 들어갈 수 없었다. 똥 냄새로 쓰러질 것 같은 어지러움이 들었다. 사라지지 않는 냄새 때문에 내가 슈퍼에 가서 락스를 사 왔고, 남편이 락스로 다시 청소를 끝냈다. 락스로 청소를 하자 락스의 강력함으로 똥 냄새가 많이 없어졌다. 그러나 진한 락스 냄새와 여전히 잔류하는 똥 냄새로 화장실은 여전히 들어갈 수 없었다. 화장실에 창문이 없어서 더 환풍이 안 됐을 것이다. 그날 나는 저녁을 먹지 못했다. 그리고 3일이 지난 후에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끔찍한 일이 있고 나서 2주가 지난 어느 날 시어머님이 나에게 약을 넣어달라는 말을 하셨다. 나는 무슨 약을 넣냐고 여쭈었다. 시어머님이 나에게 넣어 달라고 한 약은 똥을 싸게 하는 물약으로 되어있는 물약이었다. 2주 전 끔찍했던 냄새로 충격이 사라지지 않은 나는 공포감마저 들었다. 나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소스라치게 놀라고 두려웠다.
"네?"
맙소사. 시어머님이 며느리에게 똥구멍에 관장약을 넣어 달라고 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 미치고 팔짝 뛸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