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하늘 Sep 05. 2023

1. 대방역 환승구간 충돌사건 1

지하철에서 생긴 일

서울로 회사를 다니게 되면서 출퇴근을 지하철로 하게 됐다. 20여 년 만에 다시 지하철 1호선과 만났다.

'오 마이갓'을 외치게 되는 일이 생겼고 앞으로도 생길 것이다


지하철 관련한 에피소드는 사실 나중에 쓰려고 했다. 그러나 모든 기억력엔 한계가 있고 기억은 왜곡될 수도 있어서 우선 사건별로 기록하기로 했다.


2023.9.4 바로 어제 일이다.




1. 대방역 환승구간 충돌사건 1


1월부터 보라매병원역 근처로 출근했다. 지옥철이라고 부르는 지하철 1호선과 20여 년 만의 조우다. 정말 진저리처지게 시르다~


회사 출근시간은 오전 9시까지다. 늦게 다니는 게 싫고 그나마 전철에서 편하게 다니기 위해 한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한다. 일찍 나가기 때문에 사실 뛸 필요가 없다. 그런데 환승구간에서 자주 뛰게 된다.


최근 친절한 어플을 켰더니 환승 전철시간까지 표시됐다. 왠지 그걸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조급함이 생겼다. 23.9.4. 아침 7시 50분, 대방역에서 내려서 신림선을 타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요이, 탕, 46살 아줌이 전력질주했다. 그러다가 쾅!

으악~


별이 번쩍이다 못해 눈앞이 캄캄해졌다. 정확하게 얼굴, 우측 광대뼈를 가격 당했다. 맞은편에서 20대 젊은 남자아이가 전력질주하다가 팔꿈치로 반동운동을 하며 달려오다가 온 힘을 싣고 내 얼굴을 때렸다. 뛰어가던 가속력에 날렵하고 건장한 신체가 무기가 되어 부딪혔다. 얼굴을 정통으로 맞으며 내 몸이 공중에 떠서 시계방향으로 빙그르르 돌았다. 몸무게까지 무거워져서 속도가 더 빨라졌고 왼쪽 팔꿈치로 착지하며 대리석 바닥에 떨어졌다. 쩍~ 내 몸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권투나 킥복싱을 해본 적이 없는데 그들이 받는 고통이 그 정도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얼굴이 함몰된 것처럼 통증이 심했고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았다. 순간 얼굴에 손을 가져가서 피가 나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피는 안 났다. 그런데 미친듯한 통증으로 괴성이 흘러나왔다.


"으아~~~~ 악~~~ 아파~~~ 아파 으으윽

너무 아파. 흐억... 아파... 윽윽... 아파"


넘어진 상태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너무 아프니까 창피한 줄도 모르고 고통에 겨운 신음소리만 나왔다.


넘어지기 인생 46년 만에 가장 큰 고통이었다. 보통 넘어지면 창피함 때문에 통증을 잘 못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어제 사고가 있고서야 알았다. 이전에 창피함을 느낀 건 그만큼 덜 아파서 창피함을 느꼈다는 것을....


젊은 친구는 공중에 뜬 상태에서 나와 부딪혔지만 넘어지지도 않고 아름답게 착지했다. 넘어진 건 나뿐이었다. 키가 큰 친구인지 부딪힌 부위도 서로 상당히 달랐다.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젊은 친구가 2미터 전방에 있었다. 그를 쳐다봐야 하는데 눈이 안 떠졌다. 눈 가까운 곳에 맞아서 그런지 통증으로 오른쪽눈은 뜰 수가 없었다. 고통에 힘겨워하면서 왼쪽눈만 간신히 떴다. 그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목에도 통증이 심했다.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가라는 인사라도 해야 하는데 통증으로 끙끙거리기만 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발만 쳐다보다가 그냥 가라는 말만 간신히 했다.


너무 아팠다. 아파서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아파서 걷는데 휘청거리게 됐다. 중얼거리며 혼미한 상태로 대방역에서 신림선 쪽으로 갔다. 계속 눈물이 나고 휘청거리면서 걸었다. 걷는데 아프다는 말이 주체할 수 없이 그냥 입 밖으로 나오면서 중얼거려졌다. 지금생각해 보면 좀비 같았다. 지하철 안내하는 분이 부축을 해주는데 내입에선 '으~ 아파... 너무 아파~ "라는 말만 계속 나왔다. 사무실에 들어가는데 정상이 아닌 몰골로 들어갔다. 눈물은 나오고 신음소리는 끔찍하게 나오고 중얼거리며 사무실에 들어섰다. 울면서 아프다고 횡설수설하니까 사람들이 놀라서 쳐다봤다.


먼저와 있던 사무실직원분들이 놀란 나머지 말도 못 걸고 있었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계속 중얼거리고 아프다는 소리를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확인하니 벌써 붓기 시작했다. 뼈에 금이라도 간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한분이 얼음주머니를 만들어줬다. 눈도 제대로 못 뜬 상태로 얼음찜질을 시작했다. 무슨 일이냐는 소리에 횡설수설 부딪혔다는 말을 하며 울었다. 병원에 어서 다녀오라는 소리를 듣고 병원으로 향했다.





어제 다쳐서 정신없어서 글도 잘 못쓰고 퇴고도 잘 못하고, 브런치 작가님 글도 잘 못 읽고 여하튼 그랬다는 말씀드립니다. 죽다 살아난 것 같습니다~♡


#지하철사고 #대방역환승사고 #대중교통에서생길일 #죽을뻔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