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여행
2023년 46살
여행은 나에게 도피일 때도 있었고 휴식이며, 선물이고 꿈이기도 했다. 새로운 곳을 다니고 일상을 벗어나서 아름다운 곳을 유랑하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희망했던 꿈이 여행이라면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여행하며 살았다. 바다로, 국내 아름다운 곳과 제주도, 일본, 동남아등 해외여행도 다녔다. 일상을 열심히 살아간 것에 대한 보상으로 <여행>을 했다. 새로운 곳을 가고 쉬는 건 언제나 좋았다. 그러나 유럽은 기간과 비용이 크게 드는 곳이니 엄두를 못 내는 장소였다.
처음으로 유럽을 다녀오고 이후 유럽을 몇 번 더 다녀왔다. 짧은 기간이 아닌 대부분 한 달 이상이나 보름 이상이었다. 오랜 바람을 이루고 나니 한편으로는 허탈한마음도 들었다. 내가 꿈꾸던 여행이 먼 곳으로 떠나는 거였나? 그렇게도 소망하던 하고 싶은 것을 이루어 보니 조금 알 것 같다. 어딘가를 떠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2023년 지금 나는 46살이다. 중학생 때 꿈을 꾸기 시작해서 고등학생 때 꿈을 확장했다. 그리고 매년, 매일 꿈을 꾸기 시작해서 고등학생 때 꿈을 확장했다. 그리고 매년, 매일 꿈을 꾸고 꿈을 이루며 살고 있다. 인생의 방향이 어디로 데려가든지 나는 매일 꿈을 꾼다. 사랑받기 위해 아프로디테를 찾던 소녀가 아르테미스의 부족한 면에서 당당함을 인지하고 자기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며 성장해 간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 가고 있다.
10대는 땅속 깊은 곳에서 움트기 위해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었다. 20대는 땅을 뚫고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세우고 잎을 피우는 시기를 보냈고 30대는 뿌리를 단단히 만들어 성장하고 가지를 넓히며 지냈다. 40대가 돼서 풍성한 가지에 잎이 풍성해지고 나무 한 그루가 되어간다. 46살인 지금 나는 설레고 즐겁고 행복하다. 44살에도 14살, 19살, 29살, 36살 그 어떤 때도 행복했다. 지난날이 꽃 같지 않았던 날들이 없고 새싹 같지 않았던 순간이 없다. 지나온 모든 일은 감사한 일들이었으며 행복이었다.
나는 매일 여행한다. 여행하듯 살고 사는 것이 곧 여행이다. 유럽 여행을 통해 갈망하던 YOU LOVE에서 나를 사랑하는 LOVE ME로 화답한다. 2,30대에는 14살에 꿈틀거림이 만들었던 꿈을 못 이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무언가 찾아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행하며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기에 그런 삶을 살아가는 길을 떠났다. [연금술사](파울로쿄엘료)의 주인공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났듯 나도 길을 떠났었다. 숙제하듯 여행에 집착하며 못한 것에 한풀이하듯 여행했다.
산티아고가 찾은 것처럼 길을 찾아가다 보니 어느 날 알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도 여행하는 것이고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곧 여행이라는 것을. 물론 요즘도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어 여행을 하곤 한다. 그렇지만 내게 여행은 더 이상 목표가 아니다.
내게 여행은 곧 삶이고, 삶이 곧 여행이다. 요즘 열중하고 있는 여행은 이런 것들이다. 글을 쓰는 것, 책을 읽는 것, 퇴고하는 것,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 것, 회사에 출근하는 것, 작은언니와 시간을 보내는 것,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것, 아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 부동산 시세를 알아보고 공부하는 것, 주식투자 공부하는 것, 아침에 눈을 떠서 침대에서 바로 일어나서 출근준비하는 것, 가족이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 토요일에 독서모임 하는 것, 유튜브 보거나 가끔 드라마 보는 것, 글을 쓴다고 이렇게 노트북 앞에 있는 것 등 이 있다. 나는 여행하듯 지금을 즐기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하루라는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나와 대면한다.
하늘을 날 듯, 오늘도 하늘이로 하루를 산다.
시 [풀꽃](나태주)에서 나오듯
오래 보아야 예쁘다고 했던
풀꽃 같은 내가 참 좋다
꽃 같은 당신이 참 좋다.
오늘도 나와 당신의 꽃을 한껏 아름답게 피우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