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날다

여행 -미켈란젤로를 만나다

by 장하늘

12화




여행


미켈란젤로를 만나다


처음으로 간 유럽 여행 기간은 한 달이었다. 유럽의 나라들, 도시들은 각각의 매력이 있다. 기차로 짧게는 한 시간, 멀게는 몇 시간을 타면 다른 나라로 이동할 수 있다. 야간열차를 타고 가면 쿠셋(잠을 잘 수 있는 간이침대가 있는 기차 칸) 예약비가 추가로 들지만, 숙박비를 아끼고 시간을 절약하며 이동할 수 있다.


여행 중에 가장 큰 감동을 받은 장소는 로마이고 여운으로 남은 장면은 미켈란젤로와의 만남이었다. 그와의 만남은 감동 자체였다. 로마는 아주 특별한 곳이었다. 테르미니 기차역에서 내렸을 때부터 모든 순간이 신비함의 연속이었다. 수백 년 된 건물은 기본이고 천 년 넘은 돌로 된 길이 있고 유명한 건축물이 가득했다. 로마 안에 있는 또 하나의 독립국 바티칸의 존재도 특별했다. 성 베드로 성당에서 처음으로 예술작품과 대면했던 때가 생생하다. 성당 안 박물관에 들어서면서부터 다른 박물관과는 다른 울림이 느껴졌다. 그곳을 걸어 들어가며 마주하는 작품들은 이상하게 전율이 느껴졌다. 미술책에서 보았거나 영화 속에서 본 그림, 동상과 마주했다. 고흐, 고갱, 피카소, 라파엘로 그나마 알 것 같은 화가를 만나기도 하고 전혀 생소한 예술가의 작품과 대면하기도 했다. 박물관 안쪽으로 들어가서 나는 미켈란젤로를 만났다.


미술작품에 해박하지 않은 내가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보면서 왜 오열했을까? 그건 그림이 주는 감동과 그림이 준 고통 태문이었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보는데 우선 그 크기에 압도당했다. 넓은 천장을 가득 메운 그림을 고개를 들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굴절된 천정에 그림을 그렸는데도 원근감을 모두 다 살려냈기 때문에 밑에서 그림을 봐도 어색한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건축과 조각을 했던 미켈란젤로만이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최고로 평가받았던 라파엘로가 그린 그림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박물관은 별도로 현지에서 가이드 예약을 해놓은 터라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한참 동안 작품을 바라보았다. 그림의 순서를 따라가고 다시 따라가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목과 허리가 아팠다. 압도당한 그림을 자세히 보고 싶은데 뻐근한 목과 허리가 거추장스러웠다. 자세를 바꿔가며 감상하는데 일어서서 보기가 힘들어 바닥에 앉아서 고개를 젖히고 그림을 봤다. 그러다 문득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목이 아픈데 어떻게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장화는 프레스코 방식(회반죽 벽이 마르기 전, 즉 축축하고 '신선'할 때 물로 녹인 안료로 그리는 부온 프레스코 기법 및 그 기법으로 그려진 벽화)으로 천정 위에 일일이 물감을 두드려 그려냈다고 한다. 그의 고단함이 전달된 걸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누가 본건 아닐까? 창피했다. 불쑥 나온 눈물에 어색하게 눈을 훔치고 계속 그림을 바라보았다. 높은 천장에 그림을 그려야 했을 테니 높은 사다리 같은 것을 타고 허리를 뒤로 젖혀서 그림을 그렸을 미켈란젤로가 보이는 듯했다. 그는 작품 활동을 4년 넘게 했고, 한 번은 도망까지 갔다고 했다. 그런 그가 다시 돌아와 그림을 그려야 했던 건 다름 아닌 돈 때문이었다고 하니 그 옛날 그의 상황과 처지가 내 가슴을 저미게 했다. 뚝뚝 흐르던 눈물이 여러 가지 감정이 겹겹이 돼서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울음소리 없이 서러운 듯 울면서 그림을 바라봤다. 이후엔 부끄러움도 잊고 그냥 울었다.


미켈란젤로는 천장화를 완성하고 한쪽 눈이 멀었고, 심각한 허리디스크, 관절염등을 얻었으며, 30대 나이에 60살로 보일 정도로 늙어 버렸다. 그리고 몇 년 후 결국 37세에 사망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로마에 가보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하루는 로마 거리에 흔한 여러 성당을 둘러보며 보이는 대로 그 안에 들어갔다. 전혀 유명하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성당에 들어갔는데 경건함과 각자 성당마다 가진 매력과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낮에 보는 로마와 밤에 보는 로마는 또 다른 모습니다. 콜로세움 앞에서 결혼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니 그 모습 자체가 그림이 되었다. 그리고 로마는 전쟁이나 시대상에 따라 부서진 건물들을 그대로 둔 곳들도 많다. 그것을 그대로 유지하며 기억하는 그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여행 책자 안내에 트레비 분수에서 로마에 다시 오게 해달라고 소원을 밀며 동전을 던진다는 걸 보고 처음엔 그 말이 너무 우스웠다. '무슨, 빌 소원이 없어서 그런 소원을 빈다는 거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마에서 마지막 날 밤이었다. 마음이 분주하고 아쉬운 마음에 그냥 잠들 수가 없었다.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트레비분수에 다시 찾아가서 동전을 던지며 간절하게 빌었다. "로마에 꼭 다시 오게 해 주세요!" 로마는 늦은 밤 혼자 트레비 분수를 찾아가서 소원을 빌만큼 감동을 주는 도시였다.


로마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도시들은 특별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가라앉고 있어서 우리 세대에 꼭 봐야 한다는 자동차가 없는 도시 베네치아, [냉정과 열정 사이](츠지 히토나리) 책에 나오는 두오모(성당) 차이가 극명하게 다른 느낌인 밀라노와 피렌체, 기울어진 탑으로 유명한 피사, 오페라의 고장 베로나, 피자가 맛있는 남부 항구도시 나폴리, 화산재로 뒤덮인 폼페이, 맛있는 스파게티를 팔 것 같은 소렌토, 동굴 도시 마테라, National Geographic이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여행지 1위에 선정됐던 해안가 바위산이 빽빽한 집들이 있는 포지타노, 신화 속에 나오는 천 년의 영광이 있는 로마, 그 이름도 거룩한 바티칸,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 나에게 이탈리아는 유럽 여행한 나라 중에서 가장 큰 울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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