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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이혼, 끝이면서 새로운 시작

셸 위 댄스

by 장하늘

158화

별별챌린지 3기 -66일 차(마감글)


센토리아 : 센트레아 : 수레국화 (꽃말: 고독, 미모, 그리운 엄마, 행복, 섬세, 유쾌)




이혼, 끝이면서 새로운 시작


이혼 접수하고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부부의 인연을 끊은 것은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원인 제공을 그가 했으니 나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다 그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원망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실제는 내가 끊은 게 맞았다. 그것을 알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불편을 넘어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으~~~~ 악~" 소리치다가 고함소리에 깨고 흐느끼다가 새벽에 눈을 떴다. 검은 형채가 내 머리를 질질 끌고 가는데 두려움에 소리칠 수도 없었다. 겨우 악소리를 내며 깨면 꿈인걸 깨달았다. 자고 있다가 새벽에 눈을 살짝 떴는데, 침대 끝에 머리를 늘어트린 여자가 흠뻑 젖은 채 앉아있다. 놀라서 소리를 치는데 소리가 안 나왔다. 몸을 일으켜야 하는데 손가락하나 움직일 수 없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울다가 몸을 움직여 일어났다. 또 꿈이다.


가위에 눌리는 꿈, 밤이 깊어도 잠드는 게 무서웠다. 어렵게 잠이 들어도 일주일에 두세 번 가위에 눌렸다. 가위에 눌리다 깨면 다리에 쥐가 심하게 와서 울다가 주먹으로 다리를 힘차게 때리곤 했다.


'어느 날 갑자기 그가 오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친정집에는 아직 내 상황을 말하지 못했다. 조정 기간이 지나고 모든 게 끝났을 때 엄마에게 말할 생각이었다.


이혼 접수를 하고 그간의 일에 대해 작은언니에게 말했다. 각자 사는 게 버거울 때라서 이전에 작은언니와 상의하지 못했다. 막내 동생마저 이혼한 것을 속상해했다. 그는 평소 타인에게 자신의 모습을 잘 감추고 있었다. 작은언니에게도 이혼 후에나 그와의 일들을 말했다. 한동안 그와의 일화에 대해 하나씩 풀어놓을 때마다 작은언니가 듣고도 못 믿겠는지 적잖이 놀랐다. 동생이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걸 알게 되고 나를 위로해 주고 더욱 살뜰히 챙겨주었다.


이맘때 작은언니는 혼자 월세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며칠 동안 잠을 못 자고 있었기 때문에 작은언니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불안하고 무서우니 당분간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자는 부탁이었다. 언니의 집은 전철역에서 가까운 곳이었지만 우리 집은 다소 거리가 있었다. 출퇴근도 멀어지고 불편을 감수해야 했을 텐데 불안해하는 동생을 위해 언니가 마음을 내주었다.


이혼을 할 때 차를 내가 가지고 온건 생각할수록 잘한 일이었다. 여자가 중고차를 산다는 건 많은 리스크를 안아야 하는 걸 의미했다. 요즘에는 자동차 중고를 사더라도 많은 부분이 투명해졌기 때문에 이건 옛날 기준의 일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사고이력 등을 감추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괜찮은 차를 산다는 건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차가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경차인 데다 차를 산건 4년이 넘었지만 소중한 마이카였다.


작은언니가 간단한 짐만 몇 가지 챙겨서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지냈다. 방이 세 개라서 방 하나에 짐을 풀었다. 화장실이 두 개라서 아침에 둘이 함께 준비하는 것도 무리가 없었다. 아들을 챙기는 것도 작은언니가 많이 도와주었다. 나는 여전히 아들 아침을 챙겨주고 있었다. 아침밥은 그와 먹었던 게 습관이 된 상태였다. 늘 먹던 거라서 저녁에 국을 만들어놓고 아침에 언니와 함께 밥을 챙겨 먹고 다녔다. 작은언니는 아침을 안 먹다가 먹으려니 곤욕을 치르기라도 하는 듯 힘들어했다.


이혼 직후에 불안했던 마음은 점차 편안해져 갔다. 좋은 마음과 안 좋은 마음이 공존했다. 그를 안 본다는 생각은 편안했지만 이혼이라는 것 자체는 버거운 실체로 상당한 스트레스가 됐던 것 같다. 몸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얼굴에 화색이 돌고 표정이 편안해졌다. 반면 음식을 거의 소화하지 못했다. 처음엔 과식할 경우에만 소화를 못 시켰는데 이후에는 적당하게 먹어도 체하곤 했다. 자연스럽게 음식 먹는 양이 줄었다. 이전에 살쪘을 때는 그렇게 다이어트가 힘들더니 살이 쉽게 빠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주변에서 예뻐졌다는 말을 듣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 이혼서류를 접수했다. 그와의 관계가 서류상 완전히 정리됐다. 안도의 숨을 쉬게 됐다. 그 사이 자동차 명의변경을 끝냈다. 그와 관련된 것들을 정리하자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악몽에 시달렸지만 작은언니와 함께 지내면서 그 횟수도 점차 줄어들었다.


"엄마, 죄송해요. 저 이혼했어요."

엄마가 뭣 때문이냐고 묻는데 대답할 수가 없었다.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이혼, 해야... <할> 것 같아서 했어요."

차마 이혼해야 <살> 것 같았다고 말하지 못했다.


엄마에게 이혼이 완료된 후 말씀드렸다. 우리 집은 부모 자식 지간에도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참 많았다. 조정 기간까지 지난 상태에서 엄마에게 말씀드렸는데 엄마는 그와 내가 흔하디 흔한 부부 싸움 정도로, 다툰 후 냉전 상태라고 오인했다. 왜, 이혼을 한다는 말까지 나온 거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었다. 그간의 일을 어떻게 엄마에게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다. 나뿐만 아니라 엄마마저도 상처받을 일들이 떠올랐다.


이혼이 완료됐다. 나의 이혼은 다행히 감사하게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혼에 관한 이야기는 배우자라는 인연과 타인이 되는 끝맺음 (엔딩) 스토리다. 나의 가족이었던 사람이 남남이 되었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변한 건 그것(관계 재정립) 뿐이었다. 여전히 그는 내 아이의 아빠고, 나는 살아있으니 앞으로 내 인생은 끝이 아니고 그대로 나아가면 된다.


2006년 28살에 싱글맘이 되었다. 하나의 관계에 변화가 생겼을 뿐, 새로운 일상이 시작될 것이다.




글을 쓸 때마다 늘 꽃 사진을 넣은 건 특별한 의미가 있다. 꽃말 또한 글을 쓰는 주제와 일맥상통한 의미를 담았기에 선택했다. 나의 일상엔 기쁜 날에도 아픈 날에도 즐거운 날에도 슬픈 날에도 늘 꽃이 잎을 틔우고 봉우리를 맺고 만개하며 향이 전해지는 날들이었다. 앞으로도 나는 꽃을 피울 것이다.






맺음말


28살, 이혼을 할 때까지의 일을 기록했습니다. 응원해 주시고 부족한 글 읽어주신 분들께 심심한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소심하게).

행복한 순간,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별별챌린지 3기도 오늘로 66일 마지막날입니다. 함께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글쓰기 동지분들인 글로성장연구소, 라라크루 작가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브런치에 인연이 된 작가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끝맺음할 수 있었습니다. 두 손 모아 공손히 인사드립니다. 추석 잘 보내시고 건강한 연휴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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