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과제 공지: 시각/후각/청각/미각/촉각을 부분적으로 더 살린 다섯 가지 감각 보여주기식 글쓰기 (욕심을 버리고 한 문장을 선명하게 살려주세요)
주제: 내가 돈 주고 사긴 그렇고, 공짜로 얻으면 행복한 것(사물, 생물 등 무관)에 대한 보여주기식 글쓰기.
제목 : 운동화 1,2,3,4
장하늘
보통 갖고 싶은 것, 필요한 건 거의 <내돈내산>인 것이 많다. 내돈 내산이 아닌 경우가 드물어서 주제를 생각하는데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러다 공짜로 받은 걸 생각해 보니 운동화 1,2,3,4가 생각났다.
1은 친구가 지난해 겨울 선물로 사준 운동화다. 한동안 잘 신고 다녔다. 1은 커피콩같이 생긴 아이다. 바닥부터 몸통 전체가 짙은 어둠을 간직하고 광택이 나는 게 커피콩 같다. 게다가 볼도 넉넉하고 투박하게 생겨서 더욱 커피콩과 닮아있다. 가끔 신발을 들어서 향을 맡고 싶어 진다. 고소하면서도 구수한 향이 날 것 같다. 1의 반전매력은 비 오는 날 발휘된다. 빗물에 몸이 젖으면 커피콩의 모습을 감추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다. 바다의 상쾌함을 몸 안에 가득 품고 있다가 장열 하게 음식에 풍미를 살리기 위해 투신한 진한향이 일품인 오징어먹물파스타 맛이 날 것 같은 모습으로 주인에게 어필한다. “날 먹어요~” 비 오는 날 미친x이 안되려면 정신 줄을 꼭 붙들어 매야 한다.
2는 큰언니가 먼저 사서 신은 키 높이 운동화다. 가족들끼리 만났을 때 “신발 예쁘다”라고 했더니 엄마, 작은언니, 내 것까지 사주었다. 2는 배스킨라빈스의 라이언 망고 마카롱 아이스크림 빛을 품고 있다. 2를 신고 베라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시키고 나란히 깔 맞춤 인증 샷을 찍으면 한방에 나도 인싸 각이다. 키 높이 운동화는 처음이라 그 느낌이 참 새롭다. 말캉하고 폭신한 갓난아이 엉덩이 같은 수플레를 밟는 기분이다. 수플레는 폭신한 마시멜로 같아서 입안에 넣고 녹여버려야 한다. 먹어야 하는데 밟는 기분이 든다니 아쉽기 그지없다. 걸을 때 높이 때문인지 진동이 느껴지면서 흔들거리고 뒤뚱거려서 오리가 된 기분이다. 수플레를 떠올리자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밖으로 나가서 수플레 한입을 입에 넣고 싶다. 신선하고 은은하게 달콤한 수플레를 참는 건 라면 한 젓가락을 참는 것만큼 힘들다.
3은 엄마와 마실 나왔다가 길거리에서 만난 ‘1만 원’이라고 이름표를 붙이고 있는 녀석이었다. 엄마가 기분을 내며 사주셨다. 싼 맛에 선택했는데 신고 보니 득템이었다. 작은언니와 나, 엄마 셋 모두 같은 신발을 샀다. 나는 그 아이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6개월 동안 편애하며 이 아이 하고만 붙어 다녔다. 가을 하늘 높이 있는 쌘비 구름 색을 띤 아이다. 투박하지 않고 날씬한 요조숙녀처럼 몸매가 끝내주게 잘빠져서 발도 작아 보인다. 바닥이 두껍지 않아서 아스팔트를 밟으면 지면 본연의 감촉이 발에 전달된다. 바닥이 두꺼운 신발을 신었을때와 달리 아슬하게 거친 매력을 뽐냈다. 가성비가 좋은 아이여서 신고 다니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산뜻한 느낌 덕분에 3을 신으면 어딘가에서 프리지어 향기가 나는 것처럼 코를 벌름거리게 된다.콧구멍을 크게 벌리다가 지나가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이상하게 비칠까 봐 영감을 얻은듯 콧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4는 오늘 신은 운동화다. 큰언니가 작은언니에게 사줬는데 작다고 내게 하사했다. 착한 큰언니는 다시 작은언니에게 한 사이즈 큰 것으로 똑같은 아이를 사줬다. 4는 프로가 붙은 이름답게 발을 기분 좋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걸을 때 발이 중얼거리는 것 같다. “편해요, 운동화는 이래야죠.” 많이 걷는 날은 이 아이와 함께한다. 이카루스의 날개가 달린 것처럼 발을 가볍게 해주는 아이다.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노래를 흥얼거리며 공중에 뜀을 시도해 봤다. 내 생각엔 날렵하게 뛰어서 깃털처럼 내려앉는 기분이다. 물론 60 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몸이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는 '사뿐'이 아니라 '철퍼덕'인 게 팩트긴 하다. 만보 걷기를 채우려고 하는 날은 발전체를 포근하고 뽀송하게 해주는 이아이가 제격이다. 봄, 여름, 가을에 신을 수 있는 가볍고 부드러운 천이 닿으며 발가락에 장난을 건다.
생각해 보니 최근 5년(?) 동안 운동화를 산적이 없다. 만 1년 동안 어쩌다 보니 1,2,3,4를 모두 선물로 받았다. 잘 신고 있고, 선물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았다. 다양한 매력이 있는 이이들(운동화 1,2,3,4)이 있어서 매일 달달한 기분이 든다. 아침에 옷을 입고 신발장 앞에서 깔 맞춤을 하며 어떤 아이를 픽할까? 잠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리고 한 아이가 나의 간택을 받는다. 넷은 모두 이미 몇 개월을 신어서 나의 발에서 나는 땀과 채취가 물씬 담겨있다. '해를 품은 달'이 아니라 '스멜 품은 <구름(운) 동화>다. 이름이 사랑스럽다고 함부로 그 향을 맡는다면 그날 하루 기분을 모조리 망칠 수도 있다. 당신을 위해 친절하게 경고 스티커라도 붙여야겠다.
천고마비의 개절이라는데 하늘은 높고 말은 모르겠고, 살은 내가 찌고 있다. 내일은 큰 언니네 집에 간다. 4를 타고 가족들과 달콤한 매력 안으로 푹, 빠져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