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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하늘 Nov 01. 2023

3) 핸드폰 인증번호를 보냈을 뿐인데

보이스 피싱

2020.



3) 핸드폰 인증번호를 보냈을 뿐인데


나는 어린시절 만화책을 보는걸 한심스럽게 생각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친구가 재밌다며 추천해줘서 처음 만화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때 읽은 만화중에 이미라 작가님의 아르미안의 네딸들이라는 만화가 있다. 무척 재밌었던 만화라서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다 만화의 수많은 내용은 기억나는게 거의 업다. 그러나 그 만화에서 자주 나왔던 말이 마음속에 주홍글씨로 세겨진 문구가 있다. 인생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주인공의 삶이 얼마나 우여곡절을 겪는지 그 문구와 함께 두둥~ 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경험을 했었다. 그때는 재미로만 본 문구를 인생을 살면서 여러차례 사건사고로 겪으며 인생의 묘미를 알게 된건 어이러니다.


인생의 예측불허는 우리의 생의 곳곳에 자리매김하며 나의 인생길에도 여러차례 위기와 기히를 제공해 주었다. 2019년 나뿐 아니라 지구에서 처음 겪는 새로운 예측불허의 사건이 발생됐다. 코로나, 이 말도 안 되는 펜더믹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라는 새로운 개념도 생겼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처음으로 발생된 상상할 수 없었던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사람이 모여야 승하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게 됐다. 그리고 소수의 사람은 기회를 얻었다. 처음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이렇게까지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가했다.


초창기만 해비슷한 질병처럼 생각했다. 인플루엔자, 사스, 매르스등 비슷한 질병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만큼 전파력이나 사망률이 심각하지 않았다. 이전에도 수시로 창궐했던 질병처럼 코로나 또한 쉽게 잡힐 줄 알았다. 그러나 코로나는 완전히 다른 범주를 만들었다.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개념이 생기더니 더욱 확산됐다. 해외여행불가, 마스크, 추적시스템, 특정 국가는 폐쇄조치, 대륙의 스케일은 환자가 발생된 집문을 막기도 했다. 알림 서비스, 방역, 변이, 또다시 변이, 지구 곳곳에서 새롭게 나타난 이 질병과 국가들은 나름의 전쟁을 선포했다. 역사상 전 세계가 처음으로 맞이한 핵폭탄급 전염병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두가 우왕좌왕했다.


2019년 말, 한참 집을 보러 다닐 때만 해도 코로나가 이렇게 심각해질 줄 예상하지 못했다. 더욱이 내가 소유한 집은 아파트였고 거래가 잘되는 곳이었다. 나는 기존에 부동산거래를 했던 것처럼 먼저 매수할 집을 계약했다. 그리고 이후 우리 집을 팔 생각이었다. 불안한 조짐, 불행은 별개로 오지 않고 쓰나미처럼 몰아서 닥쳐온다. 맙소사. 엎친데 덮친다더니 2020년 코로나의 공포가 한창일 때 내가 사는 아파트에 코로나환자가 발생했다.      


코로나의 심각성이 일파만파 퍼질 때였고 코로나라는 말만 나오면 그곳이 어디든 개미새끼 한 마리 다니지 않을 때였다. 부동산 체결한 매수 계약 2개의 계약금이 5천만 원이었다. 전세입주자를 찾더라도 5천만 원의 잔금이 더 필요했다. 잔금을 못 치르면 내가 이미 납입한 계약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잔금일까지는 넉넉하게 4개월을 잡았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코로나라는 거대한 괴물이 사람들을  경직시켰다.


내가 소유한 부천 범박동 집이 안 나갔다.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나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다. 대출을 알아봤다. 신용대출을 한곳에서 받았다. 그래도 돈이 부족했다. 고심하고 있던 중 n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대출 신청 정보를 보고 전화했다고 추가 대출이 되는지 알아봐 준다고 했다. 은행 대출담당자라며 자신의 이름, 연락처가 있는 명함을 보내줬다. 기존에 이미 대출을 받았었기 때문에 의심 없이 서류를 문자로 보냈다. 기존 은행과 달랐던 점은 신용정보를 위해 인증번호 하나를 불러달라고 했다. 별 의심 없이 인증번호를 불러줬다.  


며칠이 지나도 대출승인에 대한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n은행 직원과 통화를 했다. 그쪽에 대답은 추가대출이 어렵다는 답변이었다. 그게 다였다. 내가 한 것은 신분증사본, 신용카드 번호, 유효기간, 은행계좌, 그리고 인증번호를 보내달라고 해서 문자로 보내준 게 전부였다.


인증번호를 보낸 것이 핸드폰을 발급받은 것이란 걸 나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의심스러운 게 없었던 건 아니다. 문자가 온 게 있었다. 유심이 개통됐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n직원에게 이게 뭔지 물어봤으나 핸드폰을 발급받는 것이 아니라 신용조회를 위해 문자가 간 것일 뿐이라고 했다. “유심이 개통됐다는 문자는 핸드폰을 발급받았다는 것 아닌요?”라고 재차 물어봤으나 “아니요, 신용조회차 필요할 뿐 핸드폰 개통을 한 게 아닙니다.” 그에게 돌아온 답변이었다. 나는 그의 말을 믿었고 그런줄로만 알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나는 사기를 당했다. 내가 보이스피싱이라니? 보이스피싱을 당하기 전까지 사기당하는 사람들이 순진해도 너무 순진하다고 여겼다. 어떻게 그런 수법에 걸리는 걸까? 사람들이 어리석고 참 허술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기는 성실하다. 꼼꼼하다. 사기꾼에게 덜미를 잡히면 꼼짝없이 잡아먹히게 된다. 사기는 머나먼 우주별 다른 세상일로 남의 일 같지만 언제든 내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란걸 알게되었다. 나는 돈이 급했고 조급했다. 그런 마음을 사기꾼들은 귀신같이 포착했다. 그리고 그들은 손쉽게 개인정보를 습득했다. 리고 그들이 할수있는 모든 걸 실행했다.


최근 연일 전청조라는 시대의 사기꾼이야기로 난리다. 남현희 전 펜싱국가대표선수가 공범이냐 아니냐 말들이 많다. 내 개인적인 생각에도 남현희가 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전청조로부터 혜택 받은 모든 금전, 금품을 법원에 공탁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려면, 이득 받은 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기꾼의 타깃이 된 부분에 대해서는 애석한 마음이 든다. 누구든 사기꾼의 타깃이 되면 손쉬운 먹잇감이 될 뿐이다. 그들은 끈적하고 강력한 거미줄을 쳐놓고  사냥감을 옴짝 달짝 못하게 가둔 뒤 서서히 자신의 배를 채운다.


나는 어릴때 무척이나 꼰대같은 생각을 하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기도 했다. 그런데 삶은 나에게 여러 가르침을 준다. 작게는 혼잣말로 입찬소리를 하고 나면 비슷한 일로 허우적거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혼도 그랬다. 남들이 쉽게 말하듯이 "그래, 뭐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누구한명의 잘잘못이 있겠어? 둘다 똑같은거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결국 이혼을 하고 나서야 타인들을 쉽게 판단하지 않게 됐다. 모두가 각자 최선을 선택할 뿐이다. 누군가의 선택에 타자의 평가나 잣대는 그저 폭력일지 모른다. 내 보이스피싱은 코로나가 그 기반을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믿었던 부동산투자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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