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감사일기
해빙의 하루, 감사를 수놓다
아침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한 줄기 빛보다 먼저 도착한 문자,
"문제가 생겼어"
영순 언니의 짧은 말이
하루의 리듬을 바꾸었다.
세수만으로 닦아낸 잠의 흔적,
머뭇거림 없이
언니의 회사로 향한 발걸음
봇에서 표시됐던 실패,
모르고 추가해 손절되서 마이너스남은 숫자.
나는 확인하고
다시 흐르게 했다
멈춘 것들을, 말 없는 기계를
ON으로 바꾸었다.
수치 하나하나,
복리가되어 돌아오길.
언니를 기다리던 커피숍엔
햇살이 멍든 채 고요했고
입 안 가득
간장게장의 짭조름한 위로가 퍼졌다
일찍 움직였기에
수영은 놓쳤지만
나는 대신
글을 썼고
'폭싹 속았수다'의 결을 따라
이야기의 숨결을 마저 안았다.
해질 무렵
줌바의 음악에 몸을 실었고
공동기획출간 제안서의 메일이
새로운 문을 두드렸다.
하루가 흘렀고
나는 깨달았다
움직였기에 만난 것들
멈췄기에 들여다본 것들
봇이 다시 돌아가고
글이 쓰여지고
누군가 함께하겠다는 손을 내밀 때
나는 오늘을 조용히 안는다
감사해
이 해빙의 계절 속
내 작은 우주가
이토록 살아 숨 쉰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