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2 해빙 감사일기

다시 쓰는 감사일기

by 장하늘

《아무 일 없던 날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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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다가온 봄날,
눈을 뜨고
햇살보다 먼저 나를 깨운
작은 배고픔에
조용히 밥을 차려 먹었다.

따끈한 국물 속에
숨 쉬는 하루가 있었고
반찬 하나에도
마음은 조용히 펴졌다.

그리고 나는

물속으로 스며들었다.
자유수영.
몸은 천천히 물에 녹아가고,
생각은 잠시, 물 위에 떠 있었지.

점심 또한
너무 소박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퇴고 중인 한 줄의 문장에
몇 번이고 마음을 고쳐 쓰다,
문득, 사람들의 목소리가
전화선 너머로 흘러왔다.
변화 무쌍변하는 시장에 대한 궁금증.
물음에 대한 해소.

저녁엔
몸을 흔들어보려 했으나
석이의 깊은 낮잠이
나의 춤을 멈추게 했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쉬었다.
쉬는 것도 살아있는 일이라며
이불에 몸을 눕혔다.

밤이 되어 깬 석이와 재활용을 버리고 들어왔다.

창밖은 조용했고
시계는 부드럽게 걸었으며
잠은, 오늘도 어김없이 나를 안았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감사하다.
일어나 밥을 먹은 것,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썼으며,
말을 주고받고,
잠시 멈추고,
쉬고,
잠든 것.

아무 일 없던 하루가
이토록 아름답다니.
나는 지금
살아 있음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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