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감사일기
[해빙 감사일기 — 5월 4일]
신지도의 아침,
파도소리가 잠을 깨우기도 전에
나는 눈을 떴다
작은형부가 끓여준 라면 그리고 국물 한 그릇
몸이 먼저 고마움을 삼켰다
생선을 손질하고
녹여내고
마당에 자리를 폈다
언니와 나,
전 부치는 두 손 사이로
지글지글
가족의 온도가 퍼졌다
치매가 깊어진
사돈어르신,
익지 않은 전을
순식간에 집어 입에 넣으시던 그 순간
마음 한편이
소리 없이 찢어졌다
노릇노릇
차곡차곡
시간처럼 쌓이는 전의 향기
가슴은 무거운데
마당은 봄빛으로 반짝였다
다시 마늘쫑을 땄다
조용한 손끝으로
고요한 위로를 모았다
점심엔 작은형부가
불을 지폈다
마당 위 연기 사이로
삼겹살이 익고
사돈어르신도 함께
고기를 나누었다.
오후엔
완도로 나가
옥수수를 사고
커피를 들고
다시 집으로
짧은 바람
짧은 대화
그 안에 담긴 하루의 고단함
저녁
몸은 아프고
말이 계속 예민하게 나갔다.
가족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말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몸살 난 마음과
이삿짐, 그리고 당면한 과재 때문에
그래도
나는,
오늘도 감사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고있다는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