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4 해빙 감사일기

다시 쓰는 감사일기

by 장하늘


[해빙 감사일기 — 5월 4일]



신지도의 아침,

파도소리가 잠을 깨우기도 전에

나는 눈을 떴다

작은형부가 끓여준 라면 그리고 국물 한 그릇

몸이 먼저 고마움을 삼켰다


생선을 손질하고

녹여내고

마당에 자리를 폈다

언니와 나,

전 부치는 두 손 사이로

지글지글

가족의 온도가 퍼졌다


치매가 깊어진

사돈어르신,

익지 않은 전을

순식간에 집어 입에 넣으시던 그 순간

마음 한편이

소리 없이 찢어졌다


노릇노릇

차곡차곡

시간처럼 쌓이는 전의 향기

가슴은 무거운데

마당은 봄빛으로 반짝였다


다시 마늘쫑을 땄다

조용한 손끝으로

고요한 위로를 모았다


점심엔 작은형부가

불을 지폈다

마당 위 연기 사이로

삼겹살이 익고

사돈어르신도 함께

고기를 나누었다.


오후엔

완도로 나가

옥수수를 사고

커피를 들고

다시 집으로

짧은 바람

짧은 대화

그 안에 담긴 하루의 고단함


저녁

몸은 아프고

말이 계속 예민하게 나갔다.

가족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말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몸살 난 마음과

이삿짐, 그리고 당면한 과재 때문에


그래도

나는,

오늘도 감사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고있다는것이





매거진의 이전글2025.5.3 해빙 감사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