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감사일기
《조용한 하루의 정성》
아침의 부엌은
정성을 다하는 시간.
조심스레 다듬은 시금치
바삭하게 볶은 멸치
슴슴한 장조림의 국물이
하루를 여는 나의 기도였다.
시간이 걸리는 반찬은
손끝보다 마음이 더 오래 머무는 일
정성을 들이면
기분이 따뜻해지는 것,
나는 오늘도 배운다.
그 반찬으로 밥을 먹고
소파에 몸을 눕히고
내가 나를 쉬게 했다.
잠시 집안을 정리하고
조용히 청소기를 밀며
내 마음도 가볍게 비워냈다.
낮잠이 찾아와
무심히 이마를 쓰다듬고
나는 고요에 묻혔다.
세입자의 전화를 받았다.
이사를 원한다는 말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솔직한 부탁.
문제는 남아 있고
답은 아직 멀었지만
오늘은
그저 별일 없이 지나간 하루라는 것에
감사하다.
소란스럽지 않은 평일
기억될 만한 일이 없는 날이
요즘 내겐
가장 소중한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