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감사일기
아침부터 눈이 일찍 떠졌다.
이상하게 자꾸 새벽에 깨는 날이 많다. 석이는 출근하고, 나는 조여사네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오후에 정책자금 담당자가 집에 오기로 한 날이라, 청소도 미리 해둘 겸 일찍 서둘렀다.
그런데 웬걸, 엄마가 이미 집안을 반짝반짝하게 해놓으셨다.
왜 그랬을까. 이사를 염두에 두신 건지, 마음이 어딘가 불편하셨던 건지…
그 말없이 쓸쓸한 손길이 집안 구석구석 남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울컥했다.
밥도 요즘 잘 안드시는데,
엄마와 함께 순대국밥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따끈한 국물에 잠시 마음도 풀렸다.
그 후, 언니 실종신고를 하러 경찰서에 들렀다.
집 나가서 잘 살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만약을 위해 신고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112에 다시 신고했고, 경찰이 직접 집으로 찾아왔다.
이것저것 묻고, 확인하고, 또 계속해서 걸려오는 경찰서 전화.
그저 기다리는 일밖엔 할 수 없었다.
이후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요즘 내 하루의 많은 부분은, 이렇게 기다림과 대화로 채워지고 있다.
오후 3시 반을 넘어서 정책자금 담당자가 도착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갑자기 보험 얘기를 꺼냈다.
중진공 같은 곳에서 오는 줄 알았는데… 결국 브로커였다.
조용히, 정중하게 돌려보냈다.
아직 해야 할 일도 많고, 준비도 부족하다는 걸 오늘 또 실감했다.
그래. 처음 마음먹었던 대로 서두르지 않기.
회사는 천천히, 단단하게 키우자고 다시 다짐했다.
아들은 미팅을 마치고 전체 청산 후 세팅을 다시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 다시 카페를 돌보고,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
오늘도 무거웠지만,
그래도 숨을 쉴 수 있었고,
함께 밥을 먹었고,
돌아올 집이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