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인사이동 시기에 발칙한 도전

셸 위 댄스-인생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by 장하늘

59화.




노란 히야신스 (꽃말:용기, 승부, 너와 함께라면 행복)


인사이동 시기에 발칙한 도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인사과에 이메일 보내기)


97년 12월 곧 인사이동 시즌이 다가왔을 때다. 95년 입사 당시에는 안양에 발령받은 총무들 중 부천, 광명, 시흥 등에 사는 친구들이 몇몇 있었다. 이후 바로 안양지점은 안산지점과 분할했다. 97년 겨울엔 부천에서 안양으로 출, 퇴근하는 사람은 안양지점을 통틀어 나 하나만 남아 있었다. 남자 직원 같은 경우는 직책도 다르고 대부분 자동차가 있었다. 그래서 원거리에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여직원들은 대부분 나이가 20대 초반이라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그래서 여자 직원들은 가까운 곳으로 출퇴근할 수 있도록 인사이동을 해주는 게 인지상정이었다.


인사이동 예정자에게는 미리 귀띔을 해주기도 했다. 인사이동 시기가 됐는데도 먼가 이상했다. '왜 나에겐 인사이동 소식에 대한 아무런 귀띔이 없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너무 평온한 일상이다. 혹시나 싶어서 안산지점 동기들에게도 전화해서 물어봤다. "안산지점 소속 총무들 중에 안산지역 이외에 원거리, 부천 등에서 출퇴근하는 총무 있니?" 내 물음에 동기는 한 명도 없다고 전해줬다. 이미 지난해 모두 근거리로 보내줬다고 한다. 차츰 윗분들의 인사이동이 결정되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렇게 조용하다는 건 또 1년을 안양에서 출, 퇴근해야 하게 될 예정이 곧 확정이라는 소리였다. 감감무소식에 지옥철에서 고생하는 내 다리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고마해라 쫌~ 배부르다~' (사투리)


고민하다가 소장님께 여쭤봤다. 그러나 소장님은 "다른 곳 가고 싶어~?"라며 여기서 나랑 일하기 싫으냐는 표정을 짓고는 장난처럼 웃으신다. 경력이 오래된 소장님께 배우는 것도 많고 우리 점포에서 일하는 건 좋았다. 소장님도 내가 만족해한다는 걸 안다는 듯이 웃으며 안양으로 이사 오라며 농담처럼 말씀하셨다. 대리점 사장님들, 소장님, 지점 언니들 모두 마음에 들었다. 다만 출퇴근 시간이 네 시간이 넘는 건 아까웠다. 낭비되는 시간이 분 단위로 환산돼서 마치 돈이 줄줄 세는 것처럼 끔찍했다. 시간은 금이라는데 내 시간은 똥이 되는 기분이었다.

며칠 동안 혼자 생각해 봐야 답이 안 나왔다. 문득 인사과 성 선배님이 떠올랐다. 성 선배님과 경인지역단 인사 부장님이 아버지 기일에도 오셨는데 경황이 없어서 감사 인사 못 드린 게 생각났다. 회사 내에서 싱글이라는 인트라넷이 있었다. 이름을 검색하니 성 선배님이 조회가 됐다. 감사 인사도 할 겸 이메일을 썼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저는 안양지점 안양 합동 영업소 총무 ~입니다. 여름에 아버지 장례식에 부천까지 와주셨는데 인사도 못 드렸네요 ~

중간 생략.

선배님 그런데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안양에서 출퇴근을 해야 할까요? 출퇴근 시간에 소요되는 시간 등 사정 이야기로 시작

마무리 생략.


이메일을 다 쓰고 몇 번을 다시 읽어봤다. 그리고 전송하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커피를 한잔 마셨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용 읽었다. 이런 글을 써도 되는지 안되는지 판단하려는 생각이 마구 스멀스멀 올라왔다. '안 보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우스에 손을 올려놨다. 틱~ 클릭 한 번으로 전송 완료. 보내버렸다. 개인적인 바람을 인사과 담당 선배님께 바로 이메일을 보낸 게 갑자기 폭풍처럼 밀려와 걱정의 파도가 얼굴을 강타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늘 총무들을 챙겨주시고 걱정하시는 분이니까 괜찮을 거야. 그럼 그럼. 그리고 이메일에도 그저 나의 바람일 뿐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잖아. 고충사항 토로 정도로 받아 달라는 내용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잠시 지하철 이야기♡


요즘은 그나마 지하철을 탈만 해졌다. 물론 출퇴근 시간 어떤 시간 때에는 여전히 지옥철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래도 많이 붐비더라도 스마트폰 정도는 볼 수 있다. 시간 때만 조금 조정해서 가면 훨씬 더 쾌적하게 지하철을 탈 수 있다. 급하게 밀려오는 존경님에 잡스 오빠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21세기엔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성능 좋은 스마트폰이 내 손안에 있으니 지금은 괜찮다. 그러나 1997년도엔 아니었다. 당시 그것도 1호선은 말 그대로 출퇴근 전쟁이었다. 한적한 지하철도 아니고 지하철 1호선에서는 지하철을 타는 것 말고는 다른 걸 할 수 없었다. 늘 콩나물시루에 낑겨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콩나물 중 한 가닥이 바로 내가 되었다. 마법이라도 부려서 순간 이동이라고 하고 싶었다. (해리 포터는 2001년도에 나왔다.) 안타깝지만 당시엔 호그와트의 존재도 알 수 없었다. 그것도 안되면 당장 축지법이나 하늘을 날 방법이라도 찾고 싶었다.

그 시절 출, 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1. 눈 감고 있기 ㅡ보통 눈을 감으면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2. 눈 뜨고 있기ㅡ 사람들을 관찰했다. 생김새, 옷매무새, 그리고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관찰했다. 3. 서서 자기 ㅡ 서서 잘 수 있게 됐다. 하물며 잘 잤다. 자고 일어나면 가끔 내릴 곳을 놓쳐서 돌아가야 했지만 피곤이 풀렸다. 그런데 그런 나만의 휴식을 방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끔 너무 큰 소음이 들릴 때가 있었다. 출근길 사람들 중 화가 난 사람들이 간혹 있다. 화가 많은 분들께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다. '어차피 붐비는 전철에서 왜 붐빈다고 화를 내시는 겁니꽈?' 그리고 치한, 너무 ~느어무~ 싫은 치한들 모두 사라져랏~ (이럴 때 필요한 게 요술지팡이다 ㅎㅎㅎ)


에바네스코 ~

디펄소~

지팡이를 휘두르며 주문을 외워본다




해리 포터 참조

주 1) 에바네스코 ㅡ 필요의 방에서 시전 하면 물체를 사라지게 하고 월장석이 반환됨

주 2) 디펄소 ㅡ 물건과 적을 밀어냄. 밀어낸 적들끼리 부딪혀 피해를 입을 수 있음. 퍼즐을 풀 때도 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