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획서는 마침표가 아니라 시작점이다

by 김장호

오늘은 기획은 속도가 생명이다.라는 글을 읽고 느낀 점을 작성해보려 합니다.

이제 막 기획을 시작하는 주니어 기획자/PM 이시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



글의 제목을 한참 동안 곱씹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요즘 제 모습을 돌아보니 유독 아프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최근 기획 업무를 하면서, 디테일한 기획서를 만드는 것에 집착했었습니다. 기획서만 봐도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등 팀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문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용자에게 더 좋은 경험을 주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욕심도 있었죠. 상세 유저 플로우 차트는 물론이고, 데이터가 로딩되지 않을 때의 안내 문구, 설정값이 충돌하는 아주 사소한 예외 케이스까지... 정말 1~2주일을 꼬박 매달려 '이 문서만 보면 누구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기획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아시다시피 실무에서는 정말 수많은 변수와 마주하게 됩니다.

글에서도 말하듯, 제 머릿속에서 아무리 완벽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기획안을 꺼내놓는 순간 각 팀원의 피드백으로 작성한 기획서의 절반 이상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곤 합니다. 그때마다 저는 기존과 달라진 방향에 억지로 기존 기획안을 끼워 맞추자니 결과물은 더 엉망이 되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니 제가 쏟아부은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꽤 자주 반복되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기획서 디테일에 대한 집착은 기획자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자, 저의 부족함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불안감의 다른 표현이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아직 스스로의 기획이나 UI/UX에 대한 전문성에 자신이 없었기에, 빈틈없는 문서를 만들어서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기획서는 제가 찍는 마침표가 아니라, 우리 팀이 함께 대화를 시작하는 시작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요. 특히 기획안을 수정하는 경험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혼자서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결국 쉽게 무너지는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는 걸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솔직히 이 글을 읽고 기획을 하는데도 순간순간 다시 또 기획서라는 문서에 매몰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매몰될 것 같은 때에 다시금 이 글을 떠올리고, 글에서도 말했듯이 "어떻게 하면 우리 팀의 똑똑한 동료들을 더 빨리, 더 자주 대화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며, 함께 채워나가는 기획을 해보려 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Cursor와 Playwright로 테스트 자동화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