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이제 플랫폼이 되다
지난 6일 'OpenAI DevDay 2025' 발표가 있었습니다.
저는 영상을 보기 전, 여러 플랫폼에 올라온 요약 글들을 먼저 접했는데요. 꽤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52분짜리 영상을 직접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그동안 이런 발표를 볼 때면 "이 기술이 정말 우리 제품에 도움이 될까?" "데모는 멋있는데, 실제로 구현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마음이 들었습니다. 샘 올트먼이 무대에서 보여준 것은 기술의 가능성이 아니라,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현실에 가까워진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발표 내용 전체보다는 제가 특히 주목한 몇 가지 세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 합니다. 자세한 내용들은 영상을 시청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상 링크 : https://www.youtube.com/live/hS1YqcewH0c?si=th0izbHOOQYMn2VE
지난 2023년 DevDay 이후 2년 만에 다시 열린 이번 발표는 크게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앱(Apps), 에이전트(Agents), 코드 작성(Coding), 그리고 GPT 모델과 API 업데이트. 오늘은 이 중에서 앱과 에이전트 세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먼저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23년 당시에는 주간 개발자 200만 명, 주간 사용자 1억 명, 분당 3억 토큰 처리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25년 현재는 주간 개발자 400만 명, 주간 사용자 8억 명, 분당 60억 토큰 처리로 사용량이 뛰었습니다.
특히 API 토큰 처리량이 20배 증가한 것을 보며 실제로 ChatGPT를 기반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ChatGPT도 단순히 “도와줄게요”가 아니라 “바로 붙여서 굴려보세요”에 가까워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OpenAI는 Apps SDK(Preview)를 공개했습니다. ChatGPT 내에서 외부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실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냥 연동이 아니라, 정말로 '채팅 안에서 앱이 돌아간다'는 개념입니다.
SDK는 간단히 말하면, 개발자가 ChatGPT 안에서 자신의 앱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구와 설명서를 모아놓은 패키지입니다. 백엔드 로직, 프런트엔드 UI, 데이터 연동, 액션 트리거 등을 직접 제어할 수 있습니다.
실제 데모를 보시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종이에 그린 다이어그램 사진을 보내면, Figma에서 바로 프레임을 생성하거나 FigJam으로 다이어그램을 만들어줍니다. Spotify 앱을 통합해서 "이번 주말에 들을 음악 추천해 줘"라고 하면, 채팅 안에서 바로 재생목록을 만들어줍니다. Canva로 디자인하고, Zillow로 부동산을 탐색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ChatGPT 내에서 결제 기능을 지원하는 '커머스 프로토콜'까지 도입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제가 느낀 핵심은 이겁니다. "OpenAI가 그리는 그림은 통합(Integration)"이다.
SDK 제공, 외부 API 지원 확대를 통해 계속해서 통합을 이루어내고, 결국 모든 앱 생태계 내에 ChatGPT가 침투해 있는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이제 우리는 단순히 우리 서비스의 기능 하나하나를 고민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핵심 기능을 어떻게 ChatGPT라는 거대한 플랫폼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비스 기획을 하다 보면 "AI가 이런 것도 자동으로 해주면 좋겠다"는 자동화 아이디어를 정말 많이 내게 됩니다. 저도 과거 블로그에 기획 에이전트를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부끄럽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오케스트레이션, 평가 루프, 도구 연결, UI 구축 등 복잡한 문제들 때문에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OpenAI가 ‘AgentKit’이라는 걸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프로덕션 급’ 에이전트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돕는 툴킷이라는 점입니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구상한 작업 흐름을 시각적인 캔버스(Agent Builder) 위에 그려 넣으면, 실제 작동하는 AI 에이전트의 뼈대가 만들어지는 그림입니다. 심지어 서비스에 바로 붙일 수 있는 채팅 UI(ChatKit)나, 에이전트가 얼마나 작업을 잘 수행하는지 평가(Evals)하는 기능까지 제공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무대 위 시연이었습니다. 발표자가 8분 정도 만에 실제로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장면을 보여줬는데요. 캔버스에서 에이전트를 만들고, SDK나 Workflow ID를 통해 자신이 직접 만든 사이트로 가져가서 커스터마이징 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아, 이제 정말 누구나 만들 수 있겠구나."
발표를 다 보고 나서, OpenAI가 개발자 나아가 비개발자들에게 앞으로도 "더 쉽고 빠르게 AI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ChatGPT가 단순한 챗봇을 넘어 '앱을 담는 플랫폼'이 되고 있음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초기 파트너로 Canva, Coursera, Figma, Expedia, Spotify, Zillow 등이 포함되었고, 과거 'GPTs' 개념을 넘어서 ChatGPT 내 앱 생태계 구축 및 수익화 모델까지 시사하고 있습니다.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위한 제휴 확대와 AI 도구 통합도 강조되었고요.
적용 분야 또한 일반 사용자 대화형 앱 → 에이전트 기반 자동화 → 코드/비디오 생성까지 확대하고, App SDK, AgentKit, GPT-5-pro API 등 OpenAI가 개발 생태계에 전반적으로 훌륭한 ‘인프라’를 깔아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OpenAI의 지속적인 발전 및 기술 제공은 우리로 하여금 ‘어떻게 만들지?’라는 기술적 고민의 무게를 내려놓게 하는 동시에, ‘그래서 사용자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의 무게를 더욱 크게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한가운데에서 부지런히 배우고 끊임없이 실험해야 함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