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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 Aug 14. 2021

아들러의 인간이해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고, 실천한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프로이트, 융과 함께 3대 심리학자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사람입니다. 세 명의 심리학자는 독특하게도 같은 시대에 살았으며, 프로이트를 필두로 하여 의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프로이트의 제자였던 융과 함께 아들러 또한 프로이트의 빈 정신분석학회에 초청받아 학회장까지 했던 사람이지요. 하지만 융이 의견차로 프로이트와 갈라서 자신의 영역을 개척했던 것과 같이, 아들러 또한 프로이트의 이론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비판하며 결국은 자신의 심리학을 개척하게 됩니다. 이러한 배경이 있는 만큼, 아들러의 심리학 이론은 프로이트의 심리학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도 하면서도 핵심적인 곳에서는 차이를 드러내게 되는데요, 아들러는 어떤 이야기를 했고 프로이트와는 어떻게 달라지게 되는지 간단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아들러는 자신의 심리학을 '개인심리학'이라 정의합니다. 우리가 무엇인가의 이름을 정할 때 아무 이름이나 붙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들러 또한 자신의 심리학을 개인심리학이라고 정의할 때 많은 의미를 담기 위해 고민했겠죠. 특히 물건이 아니라 그동안 자신이 연구했던 이론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론의 핵심을 담아내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러한 고민 끝에 아들러는 자신의 심리학을 '개인'이라는 단어로 명명합니다. 개인심리학은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그의 일부만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의 신체적 조건, 자라온 배경, 그동안의 경험 그리고 주변 환경까지 모든 것을 총제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모든 것이 '개인'을 구성하게 되고 개인이 다시 자신의 심리와 행동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죠. 이 지점에서 프로이트의 이론과 아들러의 이론이 결을 달리 합니다. 아들러는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성'이라는 하나의 요소와 그와 관련된 경험이 인간의 심리를 결정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물론 성이라는 요소도 개인의 정서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영항을 미칠 수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또 성에 의존하는 심리학은 마치 결정론적인 사고를 만들어 유아기 성 발달 과정에서 어떤 결핍이나 과잉이 있었다면 필연적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 그와 관련된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들러 생각에는 개인의 어떤 요소가 미래에 문제가 될  여지는 있지만 그 과정이 결정론적이지 않고 분명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아들러는 교육에 힘썼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의 교육이 개인의 심리가 형성되는 데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많은 아동 병원을 세우고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아직 아들러의 이론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미리 말씀드리자면 아들러는 자신의 이론을 진심으로 믿었고 그래서 스스로도 그 이론에 맞춰 행동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이론을 만들어 낸 사람들은 많고 오늘날에도 수많은 학자들이 복잡한 연구를 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아들러가 빛나는 이유는 그가 진정으로 실천하는 지식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들러의 심리학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들러의 심리학이 프로이트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어린 시절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프로이트도 성을 이야기할 때 유아기에 성이 발달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아들러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태어나서 아주 어린 시절에 겪는 경험이 그의 성격을 결정하고 한 번 결정된 성격이나 행동 양식은 인생 전반에 걸쳐 바뀌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전혀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에 형성된 것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바꾸기 쉽지 않으며 오히려 기존에 형성된 행동 양식이 강화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변화시키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놓지 않았는데 그의 책에서는 '참회하는 죄인'이 인간을 이해하는데 가장 유리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들러는 타인의 행동을 평가하는데 개인심리학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개인심리학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나의 심리와 행동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그때부터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내가 내 심리와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니 무슨 뜻인지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인데 여기서 더 이상 나를 어떻게 알아가야 한다는 말일까요. 아들러 이론의 중심에 그 내용이 있습니다.


개인심리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인간의 행동에는 반드시 어떤 목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정신적 혹은 신체적인 작동은 반드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가 가진 목적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바뀌기 위해서는 우선 그가 그 행동을 하는 목적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죠. '아니 저런 행동에 무슨 이유가 있어?'라는 생각이 드는 신경증적인 행동에도 잘 생각해보면 목적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 목적은 그의 행동 양식을 결정하게 되고 그 양식이 쉽게 변하지 않고 일생을 살아간다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한 가지 아들러 심리학의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행동의 목적의 끝에는 권력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프로이트가 인간 행동을 설명할 때 항상 가져오는 것이 '성'이라고 한다면 아들러가 인간 행동을 설명할 때 가져오는 것은 인간이 가진 '권력 욕구'에 대한 목표의식인 것이죠. 권력이라는 것은 남들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조금 더 넓은 의미에서는 남을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사람은 어린 시절에 남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지만 그가 어린 시절 가지고 있는 물리적, 정신적인 조건과 특수한 경험에 따라 그 방법을 달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 굳어진 방법이 그의 미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죠. 아들러의 심리학은 예를 들어가며 생각했을 때 더 와닿는 면이 많은데,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하던 아이에게 형제자매의 탄생은 부모에 대한 그의 권력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외부 환경의 변화가 생긴 것이죠. 그래도 그는 부모에게 그의 영향을 미치고 싶기 때문에 여러 행동을 시도하게 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한 가지 가능성이 됩니다. 하지만 신체적인 능력에서 그의 동생이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면 그에게 상황은 더 어려워지겠죠. 부모의 관심은 공부도 잘하는 그의 동생을 향하게 됩니다. 주변 환경, 신체적 조건도 열악한 상황에서 그는 다른 방법을 시도합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죠.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학업도 게을리합니다. 그런데 웬걸, 자신에게 관심이 쏠리기 시작합니다. 그의 목적을 이루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그의 행동 양식이 굳어지게 됩니다. 이후에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미치고 싶을 때 사고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관심을 획득합니다. 이와 같이 어떤 사람이 이유 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인다면 실제로 그는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인 것이죠. 또 한 가지 예로 강압적이고 엄격한 부모를 둔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맏이이기도 하고 장남이기도 해서 어린 시절에 엄격한 부모에게 더 많은 기대를 받으면서 자랐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1등을 하기를 항상 원했고, 남들보다 뛰어난 모습만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던 아이가 어느 날 시험기간만 되면 아프기 시작합니다. 아들러는 아이가 아프다고 하는 것은 자신이 시험을 잘 보지 못하여 부모의 관심을 잃고 혼이 날까 봐 두려워하는 행동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아프다고 하는 것도 그만의 목적을 가지고 하는 행동이라는 것이지요.


인간의 모든 행동에 그만의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거슬러 가다 보면 다른 사람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싶어 하는 권력 욕구가 있다는 것. 이것이 개인심리학의 구조입니다. 하지만 아들러 심리학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한 가지가 빠졌습니다. 바로 권력 욕구의 반대쪽에서 개인의 행동 양식을 결정하는 또 한 가지 요소, '공동체 의식'입니다. 권력 욕구가 누구나 어린 시절에 가지는 목적이라면 공동체 의식은 이러한 목적에 따른 행동이 올바르게 형성되도록 균형을 잡아주고, 억제해주는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권력을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문제가 되는 행동으로 이러한 권력을 추구하지는 않지요. 그 이유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권력을 추구하는 것 자체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이러한 행동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반대로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는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둘 다 같은 목적을 성취하게 되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성취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내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는가 하는 점에서 다르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아이가 자랄 때 공동체의식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공동체 의식을 잃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요? 아이에게 너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주입시켜야 할까요. 아들러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사회적으로 살아가는 동물이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누군가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다면 그 이유는 공동체 의식을 넣어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공동체 의식은 주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이죠. 그러면 공동체 의식을 왜 잃어버리게 되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서 아들러 심리학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뽑히게 되는 '열등감'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대개 아들러 심리학을 접하게 될 때 프로이트의 이론이 '성'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아들러 심리학은 '열등감'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아들러의 심리학에서 인간 행동 전반을 결정하는 것은 목적, 특히 권력에 대한 욕구이지만 행동 전반이 아니라 행동이 언제 문제가 될까를 생각한다면 그때는 열등감이 목적 아래에서 떠오르는 것이죠. 여기서 말하는 열등감은 넓은 의미로 볼 때 삶의 '어려움'과 같습니다. 남과 비교했을 때 나타나는 어려움만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삶에서 부딪히는 여러 어려움을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신체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릴 때 남들보다 성장이 조금 느릴 수도 있고, 신체 일부분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수도 있지요. 이러한 어려움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그의 목적을 이루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고, 권력에 대한 욕구는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데 내가 가진 조건은 이러한 목적을 이루는 것을 방해합니다. 남들과 동일하게 행동해서는 내 목표를 이룰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다른 방법을 찾게 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는 것이죠. 공동체의식은 이렇게 잃어가게 됩니다. 내 삶이 어렵기 때문에 내 삶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타인을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신체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부모가 나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 큰 것, 엄격함, 불화와 같은 모든 것이 내 삶의 어려움이 되고 열등감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러한 어려움이 공동체 의식을 잃게 만든다는 것이죠.


아들러는 인간이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의식을 잃지 않게만 해주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공동체의식이라는 것이죠. 어린 시절에 나타나는 권력에 대한 욕구,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삶, 이런 것 자체는 인간이라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잃게 되는 것, 공동체 의식의 상실이지요. 그리고 그 원인이 어린 시절에 겪는 열등감, 즉 삶에 대한 어려움입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명확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돕는 것이죠. 신체적인 조건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그 때문에 어려워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어린아이들이 너무 무거운 짐을 지게 하지 않고, 밝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들러가 이론을 믿는다면 이러한 결론을 얻는 것이 자연스럽죠. 그래서 아들러는 자신의 이론이 만들어 낸 결론을 실천합니다.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풀어주기 위해 아동병원을 운영합니다. 아들러의 심리학이 다른 이론보다 조금 더 와닿는 점이 있다면, 그의 이론이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다는 것뿐 아니라 그가 자신의 이론을 통해서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고자 했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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