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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 Jul 10. 2021

자유론

자유에 대한 첫 번째 원칙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자유의 원칙을 제시하고 근거를 서술한 책입니다. 그가 제시한 자유의 원칙은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인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존 스튜어트 밀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없더라도 그가 이 책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자유의 원칙, '다른 사람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최대한 허용되어야 한다', 은 한 번쯤 들어봤을 수 있습니다. 밀이 자유론에서 여러 개념을 제시한 것이 아니고 자유에 대한 한 가지 원칙을 위해 근거와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자유론의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쉬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자유를 둘러싼 수많은 갈등을 통해 드러나듯이 자유는 쉽고 간단한 이야기가 될 수 없습니다. 밀의 생각에 대해서 함께 살펴본 후에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자유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밀은 자유론의 서두에서 그가 이야기하려는 자유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의합니다. 자신이 이야기하려는 자유는 국가의 통치자, 전제 군주와 같은 권력자에 대한 시민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개인과 사회 사이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히지요. 그가 바라봤을 때, 당시 영국 사회는 유럽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난 이후였기 때문에 전제 군주와 같은 권력자가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던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개인이 권력을 가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 또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전에 중요하게 여겨지던 권력자와 국민 사이의 자유는 더 이상 중요한 논의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대신, 새롭게 떠오르는 자유의 대상이 바로 사회와 개인 사이의 자유인 것이지요. 민주적인 정부가 세워지고 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갖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만들어지면서 사회에 형성된 개념, 관습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시대적 문제로 바라본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모두가 이러한 사회와 개인 사이의 자유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당시에는 시민 사회가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아니었습니다. 밀은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여론이 형성되어 자유로운 생각을 묵살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막기 위해서 사회의 힘이 더 강해지기 전에 자유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그의 자유의 원칙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는 머리말에서 바로 자유의 원칙을 제시합니다. 표현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상황은 그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할 때뿐이라고 정의합니다. 타인의 자유나 침해하지 않는다면 개인의 자유는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의 원칙은 최우선으로 자유를 강조하고 있으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이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서두 이후에 나오는 '생각과 토론의 자유'에서 자유의 필요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서술합니다. 자유로운 생각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서 근거와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가 자유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것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첫 번째로는 자유로운 생각이 가능해야 우리가 진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진리라고 하니 거창한 것을 이야기하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쉽게 말해 우리가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유로운 생각이 필연적이라는 뜻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사상이 만들어지거나, 지식을 넓혀 가는 과정에서 초기에는 그 진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과 대립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때 자유로운 생각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라면 더 나은 진리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옳은 것이고 새로 나타난 생각이 틀린 것이라 할지라도 밀은 생각의 자유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반대 의견은 존재 자체만으로 기존 의견에 대해 토론하게 되는 과정을 만들어내고 우리가 그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이 옳은 진리라 할지라도 반대 의견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면 그 진리는 죽은 진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하지요. 또한 세상의 진리라는 것은 대립하는 두 의견이 있을 때 둘 중 한쪽만이 답이 되는 경우보다는 둘 사이의 한 지점이 답이 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반대되는 생각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었던 생각이 정답이 맞든, 그렇지 않든 생각의 자유가 존재하는 것이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수 의견이 박해를 이겨내고 진리의 자리를 획득하게 되는 예시를 몇 가지 보여주게 되는데 여기서 하나하나 언급하지 않더라도 소수 의견이 사회의 지배적인 의견을 이겨내고 진리의 자리를 얻게 된 예는 각자 생각해보더라도 충분히 떠올릴 수 있겠지요. 그렇게 생각과 표현의 자유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말한 뒤에 다음 장인 '개별성'에서 각자 자신의 의견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앞의 생각과 표현의 자유에 이어서 다시 한번 개별성이 사회에 주는 장점을 이야기하며 자유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다만 개별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생각과 표현 이외에 행동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앞에서 논의한 것과 달리 행동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금은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밀은 행동의 자유에 대해 '책임'이라는 단서를 붙입니다. 자신의 행동이 일으키는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지요. 내가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물론 표현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요즘 우리 사회에서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는 자유의 영역에서는 표현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이 차이는 이후에 더 이야기하겠습니다)은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더 자유로워야 하지만 행동의 경우에는 그것이 미치는 영향을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등장한 책임이라는 개념을 이어나가게 되면 다음 장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게 되는 원칙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다음 장은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에서 밀이 개인의 자유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면 이 장에서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한계를 이야기합니다. 무한한 자유에 대해서는 누구나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겠지만, 밀은 그 한계를 명확한 원칙으로 정의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타인의 자유이지요. 다만, 타인의 자유는 개인의 자유가 무제한으로 커져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한 한계입니다. 밀은 그 한계 이내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지켜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유의 문제점보다는 중요성에 대해 더 높이 생각하는 것이지요.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자유에 대해 생각한다면 문제점보다는 순기능이 훨씬 많기 때문에 최대한 지켜주되 그 한계를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겠지요. 밀은 이 장에서 자유의 한계에 대한 원칙을 제시한 이후 다음 장인 '현실 적용'에서 자신이 제시한 원칙을 통해 어떤 경우에는 자유를 제한해야 하며,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지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경찰의 의무, 마약, 가정교육 등 여러 현실 문제에 그의 원칙을 적용해 어떤 판단이 옳은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개별 사례에 대해 자신의 원칙을 적용한 이후에 자유론을 마무리합니다.


밀의 원칙은 강력합니다. 직관적이고 누구나 그 원칙을 들었을 때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하지만 밀이 자유론을 저술한 지 백 년이 넘게 지난 오늘날에도 자유는 우리 사회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 중 하나입니다. 이는 그의 원칙이 현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너무도 합리적인 그의 원칙이 현실의 자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이유는 마지막 장이었던 '현실 적용'을 읽으며 서서히 깨닫게 됩니다. 밀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자유의 한계로 지정합니다. 그러나 그가 정의한 자유의 한계는 실제 현실에서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과연 어떤 것이 타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일까?라고 물었을 때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자유에 대해 첨예한 논쟁이 이어지는 곳은 자세히 살펴보게 되면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아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더 많은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그 행동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타인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겠지요. 반대로 자유를 제한하고 싶은, 특히 그 행동을 제지하고 싶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밀의 원칙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지점을 정의하지 않는 한 논쟁을 멈추지는 못합니다. 다만, 그의 원칙을 통해 우리는 자유에 대한 논의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자유에 대한 논쟁에서 더 구체적인 것을 놓고 토론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자유가 무엇이냐, 어느 정도 수준으로 자유를 추구해야 하느냐 하는 추상적인 논의가 아니라 우선 밀의 원칙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면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구체적인 행동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면 되는 것이지요. 실제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자유에 대한 논쟁은 이 지점에서 일어납니다. 피해를 주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를 놓고 싸우게 되지요. 물리적으로 혹은 금전적으로 피해가 일어났다면 논쟁은 어렵지 않게 정리됩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정신적인 피해에 대한 논의입니다. 특히나 대표적인 사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해 논의하게 되면 정신적인 피해가 주된 논쟁의 대상이 됩니다. 인터넷이나 SNS의 발달과 함께 개인의 표현이 더 많은 파급력을 가질 수 있게 된 요즘 사회에서는 그 횟수와 함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밀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자유의 원칙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이미 그러한 문제의식이 없었던 사회에서 밀은 대단한 발전을 이뤘습니다. 또한, 당시는 아직 사회가 이제 막 발달하고 있었던 시기이며 TV와 언론, 인터넷, SNS와 같은 파급력 있는 매체가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가 겪는 자유에 대한 논쟁과 당시 자유에 대한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달랐겠지요. 밀은 자신의 시대에 자신의 역할을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밀의 논의에서 나아가 우리의 시대에 어울리는 자유의 원리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무엇이고, 타인에게 해가 되는 지점은 어디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 문제는 모든 논쟁에 대해 일괄적으로 정의할 수 없습니다. 모든 행위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얽혀 있으며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모든 행위를 밀과 같이 하나의 원칙으로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구체적인 행동과 사안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정의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가져야 하는 것이지요. 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얻은 '선'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지점을 결정해줄 것이며 자유에 대한 논쟁에서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제시하게 됩니다. 이 생각을 이어나가게 되면 우리는 자유에 대한 다음 논의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다음 책에서, 혹은 또 이후의 어떤 책에서 그 지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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