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3. 세계일보 사이언스프리즘/내 글]
비트코인·AI, 전력소비 막대
AI가 경제활동에 참여할수록
화석연료 의존서 탈피 어려워
환경친화적 기술 개발 나서야
요즘 중국의 단전 사태를 보면서 에너지,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할 것 같았던 중국 경제가 석탄 부족 등의 이유로 단전을 실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자원과 에너지의 유한성을 체감하게 된 것이다. ‘에너지’와 ‘환경’, 두 마리의 토끼를 잡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해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이상 감축하겠으며 205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이루고, 2030년까지는 기후변화에 영향이 큰 메탄을 3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로서의 경험을 활용할 것이며, 남북한이 협력해 산림을 복원해 나가겠다고 다짐하고, 205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움직임과는 별개로 우리의 삶에 부쩍 가까워진 가상화폐나 인공지능(AI) 기술이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CCAF)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매년 110테라와트시(TWh) 정도의 전력을 소비한다. 이 소비량은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0.5% 이상을 점유하는 것으로 스웨덴이나 말레이시아 국가 전체의 전력소비량에 육박한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게이츠와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올해 들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엄청난 전기를 소모하면서, 화석연료 사용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때 가상화폐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며, 테슬라 차량 구입 시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기까지 했던 머스크의 태도변화는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탁월한 기억과 연산 능력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는 AI 역시 엄청난 에너지를 잡아먹는다. GPT-3라는 언어 AI의 경우, 자유주제로 대화를 하거나 프로그래밍을 시킬 수 있고, 심지어 인간과 고급 전문지식까지 문답할 수 있는 역량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AI 관련 국제포럼에서 최창규 삼성전자종합기술원 전무는 “GPT-3가 1750억개의 매개변수를 다루고 있으며, 이 시스템을 한 번 학습시키는 데 소비되는 전력량이 무려 1.3기가와트시(GWh)에 달하고, 이는 대한민국 전체가 1분간 소비하는 전력량과 같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이러한 AI가 경제활동에 깊이 참여하면 할수록, 우리는 막대한 에너지 소모에 직면해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모든 건 보기 나름이라는 주장도 있다. 비트코인 채굴에 110TWh가 소모된다고 해도, 우리가 유튜브를 보는 데 사용하는 600TWh의 에너지에 비한다면 훨씬 적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인류는 유튜브를 보는 데 하루에 10억 시간 이상을 소모하고 있으며, 이에 들어가는 막대한 전기에 비하면 가상화폐 채굴에 들어가는 비용이 무조건 많다고만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논란은 여전히 생태중심이 아닌 성장중심, 인간위주의 사고를 보여준다. 오늘도 화력발전을 위해 화석연료는 끊임없이 태워지고 있고, 산의 나무는 끝없이 베어져 나가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더욱더 맹렬하게 보복소비를 통해 지구의 살과 피를 소진해버리게 될 것이다.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적하듯이, 우리는 지구의 미래뿐 아니라 후속세대의 미래까지 미리 당겨와 소모해버리고 있다. 지금 인류는 20조t의 콘크리트로 지구의 피부를 덮어 숨쉬지 못하게 하고, 1분마다 한 트럭 분량의 플라스틱을 바다로 쏟아부어 생명의 원천을 더럽히고 있다. 이제 우리는 100년 뒤의 지구를 기준으로 현재를 바꿔나가야 한다. 과학기술, 특히 자연친화적 재생에너지 기술과 환경친화적 AI기술이 적극 개발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