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4번 희망을 갖고 8번 울고 6번의 수정을 해줘

[어쩌다보니 직장인이면서 대학원생 04#] 대학원 지원 학업계획서 작성

by 직장인A



필수 아이템(?)인 토익 성적표를 받고 생각날 때마다 이따금 전 글에서 언급한 카페와 콘텐츠에서 이따금 후기도 찾아보고 경쟁률도 찾아보며 여름을 보냈다.

회사도 다니고 개인적인 일들이 생기며 폭풍처럼 지나간 여름과 초가을.

정신을 차리고 나니 지원하려고 했던 학교 중 가장 첫 학교의 원서 접수가 성큼 다가와있었다.



이 글에서 대학원 준비 모임 카페와 경쟁률 확인하는 사이트를 소개 했었다



내가 지원하려고 한 학교들의 지원 기간은 9월 하순부터 지원서 접수가 시작되어 가장 늦은 접수 마감이 10월 말까지 였다. 학교가 여러군데다 보니 캘린더에 표시해두고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살면서 여러 지원서를 썼지만, 늘 그렇듯, 처음 지원서를 잘 써두고 이를 기본으로 조금씩 개선하고 변형해서 내는 것이 아무래도 효율적 아니겠는가. 그래서 첫 지원서에 신경이 가장 많이 쓰였다. 지원기간이 되어 받아 본 모집요강은 크게 아래와 같은 내용을 요구했다.



인적사항 (이름, 학부 같은 기본적인)

(학부 교수) 추천서

⭐학업 및 연구계획서⭐



매우 럭키비키하게도 대-명절 추석 연휴가 지원기간 초반부에 딱 있었다. 이 때 지원서를 완성하면 되겠다! 라는 생각으로 매일 카페를 전전하며 작성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자, 우선 차근차근 준비해볼까.

인적사항은 차근차근 적으면 되는 내용들. 이름, 연락처, 학부 등의 기본적인 사항이다.

그리고 학교에 따라 교수 추천서를 필수로 내라는 곳이 있었다.


여기서 1차 난관.

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한지 어언 1n년이 되기에 전공 교수 이름도, 지도 교수님이 누구인지도 캄캄했다. 그리고 졸업한 사이 대학교 인트라넷들이 많이 변경되어 종합정보시스템에 들어가도 지도 교수님이 누구인지 확인이 어려웠던 것이다. 학교 과사무실이나 행정실에 연락하면 해결 될 수 있겠으나 추석연휴기에 불가능, 그리고 교수님이 연락이 닿지 않거나, 다른 교수님한테 요청을 해야한다거나 하는 변수 까지 생각하면 그리 여유시간이 있지는 않았다.

사실은 여름 전에 미리 교수님 컨택을 했으면 됐을 일이나...(...) 후회하며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학부 시절 휴학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지도교수님의 면담이 필수로 진행되어야 해서 컨택 후 찾아뵈었던 기억이 났다. 메일함을 뒤져 병아리시절 정말 깜찍한 나의 메일을 발견하게 되었다.



SE-a6dda6e6-15e9-46bc-ac53-f16d0b989a27.png?type=w1 지도교수님과의 첫 연결 메일. 이 때의 병아리가 지금의 나를 도와줄 줄은.



희망을 갖고 여러 검색을 시도했는데 여전히 내가 졸업한 학교에 계시며 학교 내 꽤 무거운 직책도 맡고 계시다는 걸 확인.

자, 교수님 전상서를 작성하자. 나는 누구고 지금 뭘 하고 있고 왜 메일을 드렸고 너무 갑작스러워서 송구스럽지만 도움이 필요하다는. 몇 번이나 검토를 하고 AI에 돌려도 보고 하며 열심히 작성하여 전송.

역시 교수님은 교수님이셨다. 바로 화답을 주시며 본인이 해야 하는 것을 말해달라고 하셔서 나의 이력서와 링크드인 주소 등을 보내드렸다.


이 시점에 학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꽤 난관에 닥친 터였다.

학업계획서는 크게 학문적 지향점, 진학 동기, 연구계획 등을 적게 되는데 거시적으로 보면 세 카테고리가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고 나의 실무 경험을 어떻게 녹일지를 고민하며 수정을 거듭하느라 내가 읽어도 음오아예 싶은 글이 작성되고 있었다.

머리로는 내 장점이 가설을 세워 여러가지 방법론으로 검증하고 이를 문서로 남기는 과학적 방법론을 실무에서 이미 하고 있고 그 경험이 많다는 것임을 알지만 '학문적 영역'으로 풀어 쓰려니 제대로 언어화가 안되어 애매모호한 문장들을 작성하게 되었고 이도저도 아닌 계획서가 작성되고 있던 것.



20251011_183016.jpg 매일 머리를 싸매던 나날들. 2025년의 길고 길었던 추석 연휴는 대학원 준비에 오롯이 바쳐졌다.



나의 고뇌는 고뇌고, 교수님께서 추천서를 작성하시는데 도움이 되려면 학업계획서가 필요하시겠다 싶어 초안임에도 함께 보내드렸다. 자신없는 문서이기에 혹여나 조언을 주신다면 너무 감사하겠지만 그 부분까지 부탁 드리기에는 많은 리소스를 할애하셔야 할테니 참고만 하셔도 무방하다는 말을 덧붙여서.


정말 교수님은 교수님이셨다.

나의 장점과 나의 고민포인트를 정확하게 집어내시며 지금 초안은 모호할 수 있는 개념적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으니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작성하도록 방향성을 잡아주셨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혼자 루프에 빠져있었던 걸 명확하게 집어주시니 눈 앞이 명쾌해진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다른 얘기를 하자면, 늘 경험해도 신기한 경험인 게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행동으로 옮겨지는게 참 쉽지 않다... 쨌든 정성스럽게 적어주신 피드백과 추천서 내용을 방향성으로 잡고 학업계획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 결국 '잘 읽히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으며 내가 썼지만 이정도면 최선을 다했다 싶은 지원서.'가 완성 되었다.



SE-270aa7e2-9436-4748-871e-a6b0fca1e17b (1).jpg 예상 못한 피드백에 감격해 바로 수정하여 전달 드렸더니...최종합격 후 소식을 알려드렸고 곧 뵙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