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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멸치맛초코 Jan 01. 2022

0. 나보고 개발을 하라고...?

글쓰기 위해 개발하는 일기 #0

나는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 소심하고 말하는 게 어려웠던 나는 뭐든지 소극적으로 행동했고, 눈치 보고 주눅 들어 있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매번 수동적인 일만 반복했다. 그런 나에게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던 주체적인 일이 글쓰기였다.


당연히 글쟁이가 멋있기 시작한 순간이 있었다. 어떤 연유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SMP를 검색한 적이 있다. SM의 프로덕션 스타일 중 하나를 흔히 SMP로 부르곤 하는데, 당시에 그 내용을 처음 듣고 어떤 것이 SMP인지 정확하게 알고 싶어 검색했었다. 그리고 마주한 글이 바로 이것.


이대화 저널리스트는 그때도 그랬지만, 요즘은 훨씬 더 좋은 글을 쓴다. 정말 한결같이 뛰어난 분.


당시 이즘의 편집장이었던 이대화 음악 저널리스트가 썼던 이 글이었다. 너무나도 관념적이고 이상한 단어는 이 글을 읽으면서 명확하고 구체적인 단어가 되었다. 아,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글은 이런 것일까. 음악을 설명한다는 것은 이런 엄청난 매력을 지닌 작업인걸까.


그때부터 '난 글쟁이가 될 거야!'라고 딱 선언하며 살아왔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때의 강렬한 기억이 점차 커지면서 차후엔 글 쓰며 밥 벌어먹고 싶단 생각이 나를 잠식했다.


그래서 대학교 진학 시에도 글 쓰는 일에 도움이 될까 사회학과를 가고 싶어 했고, 결국 사회학과는 못 갔지만 차후에 복수전공으로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대학교 다니면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난 글쟁이가 되고 싶어'라고 말하면서 나름 여러 준비를 했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왕창 읽었고, 사회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여러 무료/유료 강의를 참여하여 소양을 쌓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대부분 새로운 글쟁이를 원하지 않았고, 그나마 제안받았던 곳에선 글과 관계없는 비난과 낙인이 나를 짓눌렀다. 나름 여러 노력을 했지만, 어떠한 곳에서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늦게서야 깨달았다. 하나의 현실을 깨달으면서, 다른 현실도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글쟁이는 큰돈을 벌기 어렵다는 것을. 모든 분야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고 싶던 시장은 극소수의 인원만이 글 자체로 먹고 살 수 있었다.



그제서야 단념했다. 나는 글로 먹고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다른 직업을 찾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에도 그득했다. 내 삶에 다른 직업은 그리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든 글 쓰는 일을 하겠거니 싶어 다른 것은 별로 해본 것이 없었다. 온갖 알바는 다 해보긴 했어도 스펙으로 내세우기엔 무리가 있었고, 원 전공을 살려 취직하기엔 관련된 활동이 전무했다. 그때 생각했다.



이러다가 입에 풀칠하기 글렀다...



한창 고민에 허덕일 때 즈음, 우연히 누나가 제안을 했다.




“너도 이쪽 한번 생각해 봐.”


“나보고 개발을 하라고?”








그리고 지금,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지금 개발자로 밥 벌어먹고 있다.




그래서 올해부터 그 과정과 현재를 기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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