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찾은 '인정의 틈'속 (시)
장지연
충무로 3호선 환승구간
웬일로 줄이 짧다
내리는 사람들이 놓고 간 빈자리
세 개 중 하나가 내 것이라니, 하하
마음보다 뒤에 눈동자
눈동자보다 한참 뒤에
한 박자 느린 걸음이 실망하며 탄다
옆 칸을 서둘러 살피다가
허무하게 휘청이며 돌아서
수직의 벽에 아쉬움을 기댄다
나는 꽉 찬 자리와 노인을 탐색한다
흔들린다, 흔들린다
외면할까?
운 좋다며 긴장 풀린 내 관절을 달랜다
눈으로 신호를 보낸다
환하게 웃으며 자리 몇 개를 지나쳐
거의 날아오신다
괜찮다
내 다리는 아직 저 눈동자만큼 휘청거리지 않잖아
문학회 신년 모임으로 향하던 길, 모처럼 빈자리를 잡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뒤늦게 타신 할아버지 한 분의 초조한 눈동자를 보게 되었다. 빈자리를 찾아 헤매다 결국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대시는 모습. 할아버지는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간절함에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급하게 옆 칸까지 서둘러 둘러보시더니, 이내 허탈하게 노약자석 맞은편 의자 없는 공간에 서셨다. 그분의 마음처럼 공허한 공간이었다. 둘러보니 이 칸에 서 있는 사람은 그분 딱 한 명뿐이었다.
문득 1년 전부터 시작된 통증으로 수술까지 받아야 했던 내 무릎을 내려다보았다. 회복 중인 내 다리에게 물었다. "그래, 이젠 서서 가는 것도 참을 만하겠지? 내 다리는 아직 저 눈동자만큼 휘청거리지 않잖아."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조용히 손짓하며 일어섰다. 아이처럼 기뻐하며 달려오시던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잠시 갈등하며 흔들렸던 마음을 다잡는 것이, 흔들리는 객차에서 중심을 잡는 것보다 훨씬 편안한 일이었다는 것을.
나는 할아버지가 서 계시던 그 벽에 기대어 이 시를 써 내려갔다. 그날의 그 틈은 어떤 틈이었을까. 바쁜 일상 속 시간의 틈이었을까, 아니면 타인을 향해 기꺼이 내어준 인정의 틈이었을까.
무릎의 회복보다 마음의 회복이 먼저였던 그날, 흔들리는 지하철은 나에게 가장 평온한 서재가 되어주었다. 당신의 오늘에는 어떤 '기분 좋은 틈'이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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