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틈 위에 당신은 서있다

0칼로리의 대화

by 장지연 작가


0칼로리의 대화

장지연


50킬로그램의 농담이 오가다

식탁 바닥이 푹 꺼졌다


걱정이라는 수식어 속에

잘 벼린 칼날을 숨겨두었나 보다


먹고 안 움직인 게 죄라면

너를 낳아 아프게 둔 내 죄가 제일 무겁다


"엄마가 날 이렇게 키웠잖아"

"그래, 낳아줘서 미안하다"


아슬아슬하던 아침이

단 한 문장에 베인다

너는 태어난 죄라는 방패로

내 심장 정중앙을 찔러온다


닫힌 방문 너머는 이제 국경

뱉어 낸 말들로 얼어 버린 거실

나는 또 어떤 말로 몇 번이나

너의 마음의 문을 두드려야 할까


상처로 가득 찼던 아침의 그릇들

식세기에 넣으면 이 얼룩 지워질까





행간의 온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심장에 가장 날카로운 문장을 꽂는 아침이 있습니다.

0칼로리의 대화로 허기진 마음을 안고,

내일 또 계란 프라이를 뒤집어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이 시를 보냅니다."


0칼로리의 대화, 그 비참하고 맛있는 식탁에 대하여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심장에 가장 날카로운 문장을 꽂는 아침이 있습니다.

"나 요즘 너무 살찐 것 같아." "야, 네가 무슨 살 걱정이야."

" 요즘 좀 많이 먹었어."

"그럼 네가 엄마한테 했던 말을 너에게 하면 되겠네"

내가 살찐다고 푸념하면 "엄마, 움직이고 근육을 만들어서 칼로리를 소모해야 빠지지..."

이렇게 아주 사소한 사건, 툭 뱉은 말이 시작이었습니다.

분명 농담으로 시작했는데,

서로에게 쏟아진 말들은 어느새 잘 벼린 칼날이 되어 서로의 가장 연한 안쪽을 겨누곤 합니다.

스물여섯,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불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아이를 보며

엄마인 저는 자주 길을 잃습니다.

아이의 조바심을 다독여주려던 손길은 어느덧 훈계가 되고,

참다못해 터져 나온 아이의 원망은 나의 세월을 단숨에 베어 넘깁니다.


"낳아줘서 미안하다"와

"태어나서 미안하다"는 말들이

거실에서 칼춤을 추는 순간,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모녀에서 가장 잔인한 적이 됩니다.

말을 주고받을수록 마음의 허기는 더해가는 ‘0칼로리의 대화’.

서로를 실낱같이 베고 각자의 방으로 유배를

떠난 뒤, 텅 빈 거실에 남은 쇠 비린내를 맡으며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칼을 문 내 말이 이토록 무서운지.

그리고 이토록 비참한데도, 왜 죄인처럼 다시 노란 달걀 프라이라도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아이의 방문이 열리기를 기다려야 하는지 말입니다.


이 시는 저의 비참한 고백이자,

저와 닮은 아침을 맞이했을 누군가에게 보내는 서늘한 연대의 손길입니다.

끔찍하게 사랑해서 더 아픈 우리 부모의 마음에,

또는 문 잠그고 후회하며, 아파하고 있을 아이에게

이 시가 작은 위로의 조각이 되길 바랍니다.


부모와 자시간의 틈에 위태롭게 끼인 시 하나로 브런치 입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