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와 우광환, 두 작가가 들려주는 삶의 이면

음악이 머무는 풍경: <아웃 오브 아프리카> OST

by 장지연 작가


어느덧 창가에 스치는 바람의 온도가 제법 보드라워졌습니다.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지듯, 우리 마음속에 켜켜이 쌓였던 겨울의 잔상들도 이제는 조금씩 흩어지는 듯한 3월의 끝자락입니다.

꽃샘추위의 시샘 속에서도 기어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나무들을 보며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나온 시린 겨울은 단순히 '버틴 시간'이 아니라, 찬란하게 피어나기 위해 '뿌리를 내리던 시간'이었다는 것을요.

오늘, 3월을 보내는 아쉬움과 4월을 맞이하는 설렘 사이에서 여러분께 따뜻한 문장과 음악 한 자락을 건넵니다.


고통의 시간을 지나, 당신이라는 꽃이 피어나기까지

오늘 소개해 드릴 문장은 많은 이들에게 고요한 위로가 되어준 한 줄입니다.

우광환 작가의 소설 <족장 세르멕>의 내용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우리는 결국 견뎌낸 모든 날들 덕분에

피어날 수 있게 된다.”


이 문장은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문학 세계를 고스란히 닮아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 『데미안』,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속에는 '고통은 성숙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깊은 통찰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요.


헤세는 우리 내면에 숨겨진 가능성과 각성을 끌어내는 여정 위에서 늘 이야기합니다. 진정한 성장은 인내를 동반한 시간에서 비롯된다고요. 그는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고통과 방황, 시련의 터널을 지나서야 비로소 '자기 다운 삶', 즉 진정한 자아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고요.


이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막연한 위로보다 훨씬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우리가 고통스럽게 견뎌낸 그날들이 있었기에, 비로소 꽃을 피울 힘을 얻게 된다는 역설적인 희망이지요.


헤세는 종종 삶을 '계절'과 '꽃'에 비유하곤 했습니다. 모든 꽃이 제각기 다른 시간에 피어나듯, 우리도 각자의 속도로 삶의 꽃을 피운다고 말이죠. 혹시 오늘 조금 늦은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하셨나요? 헤세의 이 말이 당신의 밤에 작은 등불이 되길 바랍니다.


“조급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계절은 지금,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중이니까요.”


[음악과 함께 흐르는 사유의 풍경]


이번 주 여러분의 곁에 가만히 내려놓고 싶은 영화음악은, 광활한 아프리카의 대지 위로 붉은 석양이 물드는 명작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1985)>의 선율입니다.


시드니 폴락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메릴 스트립, 로버트 레드포드의 열연이 빚어낸 이 영화는 덴마크 작가 카렌 블릭센의 삶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라는 낯선 세계에서 커피 농장을 일구며 마주했던 상실과 고독, 그리고 운명처럼 찾아온 사랑. 그 치열했던 삶의 궤적을 통해 한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내면을 단단한 보석으로 가꾸어가는지를 영화는 더없이 우아한 필치로 그려내지요.


특히 영화의 문을 여는 메릴 스트립의 나지막한 고백, “나는 아프리카에 농장이 있었다, 응공 힐 기슭에…”라는 문장은 들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을 울렁이게 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낯선 곳으로 스스로를 내던졌던 용기와 삶의 깊은 이면을 탐미하던 지성적인 몽상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함께 경비행기에 몸을 싣고 드넓은 아프리카의 하늘을 가로질러 볼까요? 발아래 펼쳐진 대지의 거친 숨결을 느끼며, 일상의 소란함을 잠재우는 깊은 사유의 숲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어느덧 우리 곁에 다가온 4월, 비록 미세먼지가 우리의 시야를 가리고 마음을 흐리게 할지라도 결코 길을 잃지 말기로 해요. 뿌연 안개 너머에도 태양은 늘 존재하듯, 우리 안의 불꽃 또한 꺼지지 않을 테니까요.


척박한 대지를 뚫고 피어난 아프리카의 야생화처럼, 이 계절이 끝날 무렵 당신이라는 이름의 꽃도 가장 눈부시게 피어날 것을 믿습니다. 당신의 그 고귀한 여정을 진심을 다해 응원합니다.

이번 주도, 당신답게 아름답기를.



https://youtu.be/H-w_5pnQ5po?si=EYRCZnBWkQ-uUOV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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