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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숙 Apr 06. 2022

혼자 있지 마세요

때로는 타인의 온기가 필요해요



우울감은 언제부터 서서히 자리 잡게 되었을까. ‘누구나 약간의 우울, 약간의 자격지심을 가지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살겠지. 다들 그렇게 살고 있잖아.’라고 내 멋대로 판단하던 때가 있었다. 삶의 재미를 잃은 채 무표정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새로운 곳에 여행을 가기도 해보지만, 그 끝에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걸까.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두통이 자주 생겼고,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라는 책에서는 말한다. 혼자 있는 시간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해준다고. 그런데 그 문장에 전제 조건이 있다. ‘평소에는 사람들과 사이좋게 시간을 보낸다는 것’


혼자 아티스트데이트를 즐기고 아침마다 모닝페이지를 쓰면서도 마음 한편에 풀리지 않은 답답한 뭔가가 남아있는 듯했다. 미해결된 난제가 내 눈앞에 있는데 못 본 척 회피하고 방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우연히 여러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고, 대화를 하면서 새삼 느낀 것 하나가 있었다.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공감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헛헛한 마음이 채워질 수 있구나.’








여느 날처럼 퇴근길에 이어폰을 귀에 꽂고 길거리를 걷는데, 아름다운 선셋이 내 시야에 가득 찼다. 예전과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 나는 그대로인데 마음만큼은 다른 내가 된 듯했다. 그제야 답답한 마음이 한결 누그러짐을 느꼈다. ‘적당히’란 말에 객관적인 기준은 없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적당히 가져야 했다. 과하지 않게.


자신과 결이 닮은, 이야기를 나누면 좋은 기운을 얻게 되는 '대화의 힘'도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못지않게 중요하다.


2년 이상 계속되는 코로나 시국으로 ‘혼자’가 자연스러워진 세상이 되었다. 사실은 자연스럽지 않다. 자연스러운 척하는 거지. 혼자가 익숙하고 편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렇지만은 않다. 최근에 본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면 그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자발적으로 혼자를 선택했지만, 결국 타인의 온기로 인해 서서히 자신도 모르게 스며들었던 외로움을 조금은 끊어낼 수 있었다.


함께 있는 시간의 힘에서 우리는 불식간에 피어나는 우울과 외로움이란 갈대를 힘껏 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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