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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an 04. 2017

스포케인(Spokane)

잿빛 추억 컬러링 (01)


 미 북서부 스포케인 기행      


은퇴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중 하나는 그간 미뤄뒀던 일들을 하나씩 정리해보는 것이었다. 그 중 먼지 쌓인 옛 앨범을 끄집어내 지나온 날에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되살려 복원해 놓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1982년 대학졸업 후 IBK 기업은행에 입행해, 영업점 초임대리를 거치면서 1990년 전산개발부로 복귀해 인사 및 급여, 연수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당시 인사기록카드는 VSAM(Virtual Storage Access Method) 파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전산파일은 직원의 경력을 분석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IBM의 새로운 파일체계인 RDB(Relational Database)기술이 도입되면서 인사작업의 어려움을 해소코자 인사업무를 전면 재개발 했다. 날마다의 야근에 각종 우여곡절을 거치며 1년에 걸쳐 획기적인 인사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그간의 개발과정 노고(勞苦)와 인사작업의 효율성을 인정받아 포상 차원에서 보름간 해외연수의 기회가 주어졌다. 1992년 당시만 해도 일반여권이 드물어 관용여권을 발급 받아 설레는 마음으로 해외나들이에 나서게 되었다.  


□  코어 드얼린 레이크(Coeur D'Alene Lake)



1992년 【ISC-BUNKER RAMO】 세미나에 참석하는 명분으로 5일간 금융단말기 제조업체 현황과 IT기술을 견학하고 열흘간 미동서부를 둘러보았다. ISC社는 미 북서부 캐나다 국경인근 스포케인(Spokane)에 자리하고 있었다.


첫 방문지였던 [스포케인]은 워싱턴 주(州) 동쪽 끝에 있는 20만 인구의 조그만 도시였지만 워싱턴 州에서는 [시애틀] 다음 규모의 도시였다. 1804년 연안 북서부 백인들에 의해 건설된 이후 1883년 철도가 개통되며 교통 요지로 발전한 도시로, 연중 절반 이상이 온화한 기후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다.  


Lake Coeur D'Alene

7월 17일, 방문첫날 스포케인 공항을 빠져나와 시내에 자리한 Red Lion 호텔에 짐을 풀고, 북부 아이다호(Idaho) 州에 있는 호수를 둘러보기 위해 렌터카를 이용해 오후 관광에 나섰다. 아이다호에는 수많은 호수가 있다 하는데 편의상 스포케인과 가장 가까이 있는 코어 드얼린 레이크(Lake Coeur D'Alene)를 찾았다.



스포케인은 워싱턴州이아다호州 경계에 있기에, 고속도로를 이용해 동쪽으로 약 1시간가량을 달려 도착할 수 있었다. 담청색의 검푸른 물결이 끝이 없어 보이는 이곳 호수길이는 무려 48.27㎞라고 하는데 미국에 도착해 느껴지는 첫인상은 하늘에서 바라본 광활한 땅덩이뿐만 아니라 보이는 모든 것이 광대하게 다가온다.



평일에 찾은 덕분에 한적한 리조트를 배경으로 널찍한 호수를 둘러보며, 쉼 없이 셔터를 누르는데, 렌즈를 통해 보이는 아이다호의 드넓은 호수풍경은 그 끝자락이 가늠되질 않는다. 거대한 강줄기처럼 보이는 코어 드얼린 레이크는 한국의 낭만을 간직한 달빛아래 호수에 잠긴 달을 연상케 하는 호젓한 호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이곳은 원래 계곡을 흐르는 강이었으나 빙하가 생겨나며 이 계곡에 댐을 만들었는데 이후 빙하가 녹아 물이 흘러넘치며, 쓸려 내려 온 자갈과 모래가 쌓여  강줄기를 막고 계곡이 사라지게 되면서 호수가 생겨났다 한다. 당시 리조트가 형성돼  주말이면 수상스키, 카누, 수영을 즐기려는 인파가 몰리는 곳이 되었다.


□  클리프 하우스(Cliff House)


오후에는 스포케인의 랜드 마크인 포도주 양조장인 “Cliff House”를 찾았다. 1924년에 지어졌다는 Cliff House는 언덕위에 작은 성을 연상케 하는 건물 외벽을 돌로 쌓아 유럽의 고풍스러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너른 잔디 정원에 각자의 개성을 살린 포도주 저장창고와 가계들은 주위에 아름다운 풍광과 어우러져 이곳을 찾는 이로 하여금 여유로움을 갖게 한다. 특히 절벽을 둘러싸고 있는 돌담장 아래로 펼쳐지는 스포케인 시내풍경이 더욱 평화로워 보이는 Cliff House는 문뜩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멋진 곳이었다.


이곳서 제조되는 포도주는 Arbor Crest Wine Cellars 라벨로 죽기 전에 꼭 맛봐야할 와인 1,000병 중 하나라고 한다. 스포케인 방문 시 꼭 방문해야 할 이곳 주소는 4705 N. Fruit Hill Road Spokane, WA 99217 이다. (509) 927-9463, www.arborcrest.com    



30대 첫 해외 방문지였던 미국은 다양성과 기회를 동반한 드넓은 땅이자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나라인 듯했다. 당시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없이 들뜬 마음으로 출발했던 나는 해외여행의 무지함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방미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려고 홀로 숙소로부터 너무 먼 곳까지 걸어 내려오다 보니 아침 식사시간에 맞춰 호텔로 돌아갈 수 없었다. 다급한 마음에 지나가는 승용차를 불러 세워봤지만 낯설은 동양인을 보고는 모두들 지나쳐 버렸다.



막연했던 순간이었지만, 계속해 손을 쳐들어 탑승요청을 하다가 가까스로 낡은 승용차에 오르게 됐다. 차를 태워준 운전자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한국인이라 소개하니 그는 코리아를 알지 못했다. 88년 올림픽개최국 이라하니 그제 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당시만 해도 지구촌에서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미미했었던 것 같다. 워낙 먼 거리를 걸어왔던지 승용차로 20여분에 걸쳐 호텔에 도착해 마감시간 내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었다.


와인 저장창고 (좌측)

이른 아침 둘러본  Spokane 거리는 유독 백인들만이 눈에 띠였는데 알고 보니 스포케인은 아름답고 소박한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백인이외 타 인종의 전입을 반대하는 아주 배타적인 도시라는 설명을 듣게 되었다.


도착 사흘째 되던 날, 온종일 진행되는 교육을 받으면서 연속되는 세미나 일정에 몸이 뒤틀리더니 계속돼는 양식(洋食)이 질리면서 식욕부진과 피로누적으로 몸살감기를 앓게 되었다.


Cliff House :   www.arborcrest.com

한식이 너무 간절했기에 식당 구석을 택해 볶은 고추장을 몰래 꺼내 빵에 발라 먹고, 밥을 주문해 먹어 봤지만 접시위에 놓인 안남미(安南米)는 고추장에 비벼지질 않는다. 미 지역 중 유독 스포케인에는 한인식당이 없다고 하니 남은 교육일정 동안에 피할 수 없는 식사에 대한 거부감으로 고통이 커져갔다.



돌이켜보면  해외여행 시는 느긋한 마음으로 현지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했던 것 같다. 세미나 셋째 날, 몸살로 교육 불참을 알린 후 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연수 인솔자가 찾아와 1박2일로 함께 시애틀에 가자고 제안해 왔다.


그는 이번 세미나가 끝나면 개인적으로 캐나다 협력사를 방문해야 하는데 입국비자 발급을 받기위해 시애틀을 가야하니 이참에 일정에 없던 시애틀 시내관광도 하고 한인식당에 들러 얼큰한 식사도 하자는 것이었다. 이왕 미국 땅을 밟았으니 한 곳이라도 더 러보고 김치라도 실컷 먹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예정에 없던 시애틀 잠행(潛行)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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