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 기행
1992년 7월 25일 스포케인을 떠나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현지 가이드가 몰고 나온 노란 미니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오는 동안 귀에 익숙한 곡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가 흘러나오며 한껏 여행의 분위기를 북돋운다.
샌프란시스코는 따뜻한 기온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기에 사랑과 낭만이 깃든 도시인 줄만 알았는데 가이드는 이곳이 그밖에 안개의 도시, 언덕의 도시, 게이(Gay)의 도시라고 소개해 준다. 또한 샌프란시스코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수교 중 하나인 금문교가 있는데, 1937년에 준공된 다리 길이가 무려 2.8km에 이른다고 한다.
□ 금문교(Golden Gate Bridge)
21세기 교량설계 및 기술발전으로 대한민국도 2000년 7.3㎞ [서해대교]가 개통됐고, 현재 2009년 완공된 약 21.4km [인천대교]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지만, 20세기 초 세워진 [금문교]는 그 당시 대단한 자랑거리였음을 미뤄 짐작해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만(灣) 입구에 걸쳐 있는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와 마린카운티(Marin County)를 이어 주며 북쪽으로 빠져 나가는 유일한 길이다.
유람선 티켓 원래는 이곳을 건너기 위해 배를 이용하며 당시 너무 멀리 떨어진 간격에 다리를 놓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여겼지만, 1933년에 건설을 시작해 4년 후에 다리가 완공되었다. 수면에서 227m 높이로 솟아 두 개의 우아한 탑이 케이블을 지탱하고 있는데, 이 탑은 [금문교]가 완공되었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현수교 탑이었다 한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금문교를 기점으로 분리된 마린 카운티는 샌프란시스코 보다 재정이 빈약한 지역이라는데 아마도 마린 카운티는 서부해안을 따라서 농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인 듯싶다.
미학적인 면에서 금문교는 오렌지 빛 주홍색이 아름다움을 한층 더해 주는데 특히 이곳 주홍색은 주변의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안개 낀 날에도 선박에서 눈에 잘 띄도록 하는 이중효과가 있다고 한다.
밤이 되면 금문교는 투광조명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고, 이 빛이 샌프란시스코 만의 물에 반사돼 마술 같은 효과를 자아낸다고 전한다.
금문교는 완공 이후 미국의 개척정신과 힘을 상징하는 존재로 알려지며 전 세계 현수교 설계의 본보기가 됐다고 한다. 또한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기념촬영 장소이자, 웅장한 경관을 자랑하는 명소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유람선에 올라 선상에서 바라보는 금문교를 이내 뒤로하고 항구 쪽을 향해 좀 더 나아가니 오래전 천혜의 감옥으로 사용됐던 알카트라즈(Alcatraz) 감옥이 있는 작은 섬이 눈에 들어온다. 자그마한 이 섬은 마치 몬테크리스토 백작에 나오는 마르세이유 만의 작은 섬 이프(d'If)성 감옥을 연상케 한다.
Alcatraz Prison 이곳은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바다 가운데 감옥으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는 도심을 바라보던 죄수들이 바깥세상의 불빛을 그리워하며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가누지 못했을 것 같아 보였다.
한때 마피아 대부 "알 카포네"도 이곳에 수감됐으며, 오랫동안 13명의 탈출자가 있었지만 소용돌이치는 차가운 바다물살에 휩쓸려 죽고 단 1명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 생사를 알 수 없었다고 전한다.
□ 예술의 궁전(Palace of Fine Arts)
금문교 인근에 있는 Palace of fine arts는 이곳 관광명소 중 하나이며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원이다. 고대 그리스로마 건축양식을 모방한 듯 한 건축물은 1905년 발생한 대지진으로부터 재건된 샌프란시스코와 1915년 [파나마 운하]의 완공 기념으로 지어졌다.
당시 폐허된 로마를 연상하며 인간의 욕망이 헛됨을 표현하려 설계했다 한다. 웅장한 느낌을 주는 [예술의 궁전] 연못에는 물살 위로 새들이 날아다니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까닭인지, 이곳은 시민들이 결혼 후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제일 선호하는 공원이라 한다.
그밖에 이곳의 누드비치 대신 둘러본 Golden Gate Park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원으로 이곳 넓이는 상상 이상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하는데, 공원의 나무와 꽃의 아름다움에 마치 궁궐 정원을 거닐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Golden Gate Park 샌프란시스코의 이튿날, 시내 전차를 타보기로 했다. 언덕의 도시라 불리는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은 [금문교]와 함께 [전차]라고 한다.
이곳의 상징인 언덕위에 형성된 옛 건물들과 함께 유난히 가파른 경사 길을 오르내리는 샌프란시스코의 전차는 이곳이 역사와 함께 살아 숨쉬는 도시라는 깊은 인상을 여행객들에게 제공해주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언덕이 많은 탓에 오래 전부터 말을 이용해 짐을 날랐는데, 경사가 워낙 심해서 말들이 넘어지고 구르는 사고가 많았다 한다.
이 때문에 1873년 첫 전차운행을 시작해, 1906년 대지진 때는 폐기주장도 있었지만 현대 교통수단 사이에서 여전히 살아남아 관광객의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차밖에 매달려 가는데, 노면의 굴곡으로 덜컹대는 아날로그 식 전차(電車)의 묘미는 여행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서울도 1960년대까지 동서남북으로 전차가 운행됐었다. 노면전차(路面電車)는 1899년 서대문∼청량리 구간이 개통돼 1968년까지 70년간 대중교통 역할을 했었다.
1960년대 서울역 앞 전차 하지만 1928년부터 시내버스 운행이 시작되고 1960년대 중반 자동차가 급격히 늘면서 도로혼잡을 이유로 운행이 폐지되며 내가 중학교 1학년이었던 1968년 11월 30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점심식사 후 자유시간이 2시간 주어짐에 따라 [카메라 상점] 위치를 물어가며 유태인이 몰려있는 전자제품 가게를 찾았다. 유태인 상가들은 마치 한국 용산 전자상가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미국 전자제품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구입하는 것이 비교적 저렴하다 하여 유태인들의 상술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한 가계로 들어갔다. 국내에서 100$ 판매가격인 소형 캐논 카메라 모델을 찾아 야무지게 90$에 흥정을 끝냈다.
이어 카메라 케이스와 배터리 충전기를 추가한 뒤 가격을 지불하려다 보니, 액세서리의 비용을 별도로 내라한다. 한국에서는 카메라를 사면 그 가격에 액세서리 비용이 포함돼 있는데 유태인의 고단수 상술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유태인들이 이래서 상술에 능하다는 것인지 혼미스러워 지면서 순간 멍해졌다. 가격을 다시 흥정해야 하는데 몹시 화가 치밀고 흥분되다 보니 말이 나오질 않았다.
미국에서는 부품가격을 제각기 계산한다는 그들의 말에 짧은 영어의 한계를 느끼며 조목조목 따져들 수 없어 결국 110$을 치루고 가계를 나섰다. 쇼핑 후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제품과 액세서리 비용을 제각기 지불한다고 한다.
해외 처음 나오다 보니 내 자신이 좀 무지 했구나 스스로를 위로했는데 이후 한국에 돌아와 카메라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Made in Japan”이 아니고 “Assembled in Malaysia”였다. 결국 시골 선머슴이 도시 유대인 상인에게 바가지를 뒤집어 쓴 꼴이 되고 말았다.
샌프란시스코는 1906년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던 경험으로 목조로 지어진 집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데, 똑같은 집을 건축하면 시(市)에서 준공을 불허한다고 한다.
때문에 각기 주택들은 마을의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않게 통일성이 있으면서도 같은 색조의 집이 하나도 없기에 아름다운 도시가 형성될 수 있었다.
또한 이곳의 게이 커뮤니티의 출발점인 하비 밀크 광장에는 게이들의 펄럭이는 Rainbow Flag가 여기저기 걸려있다. 깃발은 게이가 지금 짝을 찾고 있다는 표시 깃발이라 한다.
1977년 동성애자인 하비 밀크(Harvey Milk)가 시의원으로 당선됐고, 1978년 하비 밀크는 시청사 안에서 동성애 혐오자인 동료 시의원에게 살해당했다. 이에 미국전역의 동성애자들이 항의에 뜻으로 무지개 깃발을 들고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다.
게이(Gay) 커뮤니티 상징인 무지개 깃발은 그들의 꿈과 희망, 자유와 평화가 담겨있는 듯 보인다. 낯선 동양인의 눈에 비쳐진 샌프란시스코의 인상은 한 공간에서 다른 것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뭔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 13세기 개혁적 수도사였던 [성(聖) 프란체스코]의 이름을 따서 만든 도시이기에 게이들의 자유로운 성지가 된 것은 아닌지 알 수없는 일이다. 80만 인구 중 게이가 10만에 이른다는 샌프란시스코는 분명 게이들의 천국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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