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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ul 13. 2017

라틴아메리카 行先記(04)

애틀랜타(Atlanta)


세계 7대 불가사의는 인간이 손으로 이뤄낸 기적적인 건축물을 일컫는다. 고대부터 작성돼 온 7대 목록은 옛 그리스인이 생각해 낸 세계의 불가사의였다. 중국 “만리장성”과 인도에 “타지마할(Taj Mahal)”이 언급되지 않은 것을 보면 고대의 세계라는 개념은 당시 그리스인들이 정한 헬레니즘(Hellenism) 문명권을 의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중세 7대 불가사의 목록이 재작성 됐고 2007년에 현대 불가사의가 다시 발표되었다.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는 ① 페루 잉카유적지 마추픽추 ②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 ③ 멕시코 치첸 이차 마야유적지 ④ 중국 만리장성 ⑤ 인도 타지마할 ⑥ 요르단 고대도시 페트라 ⑦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이 선정되었다.


최근 TV 해외배낭 여행기 프로그램인 “꽃보다 청춘” 방영으로 중남미여행은 이제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남미 페루는 한국 직항편이 없기에 그간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페루 리마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었는데, 금년 5월 델타항공의 애틀랜타 직항이 개설돼 리마까지 연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동안 라틴아메리카 6개국 순회여행을 갈망해왔지만 체력적 한계를 반신반의하다가, 평생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페루를 선택해 아내와 함께 인문학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금차 행선은 애틀랜타(1)/ 리마(2)/ 파라카스-이카-나스카(3)/ 나스카-리마(4)/ 쿠스코-우루밤바(5)/ 마츄픽추-우루밤바(6)/ 리마-기내(7)/-아틀란타-기내(8)/ 인천(9)


2017년 6월 8일(목) 18시35분 델타항공에 탑승하며 장시간 이동에 따른 기내식을 걱정했으나, 생각과 달리 한국인을 배려한 고추장 비빔밥과 소고기 덮밥이 있어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10시간을 날아 새벽 4시를 넘어서자 기내 영상모니터 추적으로는 샌프란시스코 상공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난다.



13시간 반을 날아 현지시간 19시 05분 공항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은 2개 여행사가 연합으로 16명을 모집해, 각자 인천공항을 출발해 애틀랜타 공항에서 현지가이드를 만나 합류했다. 일행은 코리아타운 한인식당으로 향해 김치찌개로 저녁을 들며 눈인사를 나눈 뒤 늦은 밤 호텔에 도착해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애틀랜타(Atlanta)


여행 이튿날, 숙소인 Wingate를 빠져나와 시내관광에 나선 애틀랜타 6월초 날씨는 17~28℃로 서울과 유사했다. 미 중남부에 위치한 애틀랜타는 조지아 주(州)의 주도이자 미남동부 최대 상업도시로, 남북전쟁 시 남부군 총지휘본부가 있던 격전지였으며, 셔먼(William T. Sherman) 장군이 거느린 북군에 의해 시가(市街)가 완전히 파괴된 곳이었다. 


Wingate  Hotel

조지아 주(약15.4만k㎡)는 대한민국(약10만k㎡)보다 크지만, 그중 애틀랜타(343k㎡)는 면적이 작아 시내거주 인구로 보면 미국 내 34번째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근 군을 포함한 동일생활권 내 인구수는 9백여만 명으로 큰 도시권라고 한다. 1996년 올림픽 개최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으로 애틀랜타에만 450만 명이 몰려있다고 한다.


애틀랜타는 상공업의 중심지로 LA와 뉴욕에 이어 많은 한인이 거주하는 곳이다. 특히 물가가 저렴해 약 12만 명의 교민이 4개 지역을 중심으로 코리아타운을 형성하고 있으며 교민 수 4위를 이루고 있다한다. 또한 지역대부분이 평지를 이루고 있기에 면화, 밀가루, 식품, 농업기구 등의 제조업이 활발하며 코카콜라 제조의 본거지이다. 


코카콜라  박물관

조지아 주는 전통적인 보수성으로 인해 미국 내 노조활동이 가장 미약한 편으로 한국기업의 현지 경영환경이 매우 유리한 지역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따라서 현대, 기아차 조립공장과 68개의 한국 부품업체들의 진출해 있다한다. 애틀랜타는 공항에서부터 시내 가게종업원 대다수가 흑인들인데, 이곳 지역인구 40% 가량이 흑인이라 한다.  


미 남부 옛 특성이 남아있어 전형적인 백인 우월주의자가 많으며, 과거 많은 노예들이 머물던 곳으로 이곳 흑인들은 동부와 달리 매우 온순하며 순종적이기에 치안이 잘돼있다 한다. 애틀랜타는 남부를 대표하는 조지아공대가 있으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경무대이자 소설작가인 M.미첼의 출생지라는 것에 더욱 흥미로웠다.



고교시절 단체관람으로 보았던 이 영화는 미국 남북전쟁 전후(戰後)의 남부를 무대로 “스칼렛 오하라”라는 여성이 사회변혁기의 생존과 성장에 관한 인생역정을 겪는 이야기를 담아낸 장편영화였다. 당시 1, 2부로 나뉘어 상영하며 중간에 휴식시간도 있었는데, 영화 속 “비비안 리”와 “클라크 게이블”에 매료됐던 기억이 아련히 빗겨간다.     


 ▶  스톤마운틴(Stone Mountain) 


오전 9시 가벼운 마음에 [스톤마운틴] 공원으로 향했다. 애틀랜타 다운타운에서 동쪽으로 약 25km 거리에 스톤마운틴이란 도시가 있는데 그곳에 같은 이름의 거대한 바위가 있고, 이 돌산을 중심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노출된 화강암으로 세계최대라는 [스톤마운틴]은 대평원 숲 한가운데 솟아 바위높이 250m, 둘레가 약 8㎞에 이른다. 



이 돌산에 조각된 유명한 부조물(浮彫物)은 가로 58m, 세로 27m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남북전쟁 당시 3명의 남군 영웅 기마상(騎馬象)이다. 왼쪽부터 제퍼슨 데이비스(Jefferson Davis) 남군 연방대통령, 로버트 리(Robert E. Lee) 총사령관, 스톤월 잭슨(Stonewall Jackson) 장군이 새겨져 있다. 



3대에 걸친 조각가 3명이 1916년부터 54년에 걸쳐 완성했다는데, 조각상 중 리(Lee) 장군의 코 길이만 1.5m이고, 얼굴 길이가 6.3m 정도로 대규모에 이른다. 바위꼭대기까지 리프트를 타고 올라보니 정상에는 밋밋한 바위전체가 평지를 이루고 있고, 침식으로 패인 얕은 웅덩이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패인 부위에는 빗물이 고여 민물새우가 서식하고 있는데 돌산꼭대기 빗물이 고인 곳에 생물이 산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사방을 둘러보니 애틀랜타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도심전체가 숲과 평지로 이뤄진 풍경을 보인다. 우거진 산림으로 이루어진 공원 내 박물관에는 옛 자동차와 악기 등 멋진 골동품이 전시돼 있다. 



스톤마운틴을 빠져나와 점심식사를 위해 쉐이크 쉑(Shake Shack)으로 이동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조지아공대와 기숙사가 있는 캠퍼스가 눈에 들어온다. 다운타운 시내로 향하는 도로가 많이 정체되고 쉐이크 쉑의 햄버거를 찾는 고객들로 줄을 서야하기 때문에 일찍 서둘러야 했다.



11시반경 주문을 끝내고 식사가 끝나갈 정오시각에 이르니 정말 가게 바깥까지 길게 줄이 늘어져있다. 쉑쉑버거는 고기질과 맛이 일반 햄버거와 크게 다르기에 미국인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먹어보니 버거 안에 풍미(風味)가 번지는 비프와 진득하니 녹아드는 치즈가 잘 어우러져 한 끼 식사로 만족스러웠다. 



한국에서도 2016년 7월 강남구 역삼동에 1호점이 오픈된 뒤 그 인기에 힘입어 현재 청담동과 두타점이 추가됐다고 한다. 이어 코카콜라 박물관으로 향해 2시간가량 건물내부를 상세히 둘러보았다.


▶  코카콜라 박물관(World of Coca-Cola) 


애틀랜타는 세계적 음료수인 코카콜라의 발상지다. 전 세계 어디서나 쉽게 마실 수 있는 코카콜라는 1886년 애틀랜타 한 약국의 존 펨버턴(John Pemberton)라는 약사에 의해 개발된 소화제로 당시 5센트 가격에 판매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료수가 되면서 애틀랜타는 코카콜라의 발상지가 되었다.

  


하지만 아사 캔들러(Asa Candler)라는 사업가가 제조법을 사들인 뒤 코카콜라로 상표를 등록하면서 오늘날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게 되었다. 애틀랜타 다운타운에는  코카콜라의 개발자를 기리는 [Pemberton Place]가 있고, 그곳 한가운데 [World of Coca-Cola]가 우뚝 서있다. 이곳이 코카콜라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박물관이다. 



박물관 옆에는 코카콜라 잔을 들고 있는 펨버턴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코카콜라 박물관은 100년 전부터 현재까지 코카콜라 역사와 연구 자료를 모아놓은 전시관으로 애틀랜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명소이다.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전시관입구 프런트 데스크에서는 캔 콜라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다락방을 의미하는 [Loft]관이 나오는데 이곳에는 코카콜라 옛 제품에 대한 역사와 광고물 등 다양한 제품들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천장에 전시돼 있어 방문객들에 흥미를 끌어내고 있다. 현재 코카콜라는 500여개의 브랜드를 보유하며 연간 10억 달러이상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만 20여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탄산음료 영역에서 코카콜라를 포함해 코카콜라 제로, 다이어트 코크, 코카콜라 라이트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스프라이트와 환타, 스포츠음료인 파워에이드가 코카콜라 제품이란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또한 코카콜라는 예술과 디자인의 Collaboration을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예술가 및 업체들과 협업해가며 주기적으로 30만병 이하 한정판 디자인제품을 출시하고 있어 수집가들에게 소장가치가 높은 품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코카콜라를 이용한 팝아트 작품, 코카콜라 병모양의 조형물 등 코카콜라를 활용한 다양한 전시품들은 관람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Loft]관과 연결돼 있는 [Happiness Factory Theater] 4D 영화관에서는 코카콜라에 대한 탄생과 이후 세계적인 음료수가 되기까지에 과정을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된다.  특수 안경을 받아 영화를 보는 동안 사물이 실제 눈앞으로 날아오기도 하고, 상황장면에 따라 의자가 상하좌우로 요동치며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물이 쏟아지는 장면에서는 의자팔걸이 밑 특수장치를 통해 가는 물줄기를 쏘아 올려  얼굴을 적시기도 해, 순간 놀라기도 했지만 보는 재미가 배가(倍加)된다. 펨버턴이 코카콜라를 개발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테마영상은 세계인들에게 코카콜라가 “Open up happiness”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들러본 음료체험관인 [Taste it] 역시 가장 인기 있는 코너 중 하나였다. 이곳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생산되는 코카콜라 40여개 음료제품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북아메리카, 라틴아메리카 5개 지역으로 구분해 놓고, 지역별로 각 8개국의 콜라를 시음해 볼 수 있도록 구비돼 있다.



관람객들은 자신들의 나라에서 맛보지 못한 콜라를 마셔보는데 호기심에 이번 여행지인 페루의 잉카콜라를 마셔보니 오란씨 파인애플 맛이다. 다른 지역 콜라를 시음할 때 고유에 맛의 느끼기 위해 새 컵에 따라 마실 것을 당부하던 가이드는 코카콜라가 애틀랜타 시민들이 무척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이자 브랜드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  CNN(Cable News Network)센터


애틀랜타에서 또 다른 관광명소인 CNN센터는 세계뉴스의 중심이 되는 CNN방송국 본부가 위치한 빌딩이다. 1976년 완공된 CNN센터는 투어를 예약하면 생방송 중인 스튜디오를 약 50분간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애석하게도 일행은 공항도착시간 때문에  CNN센터에 들러보지 못하고 차장너머로 바라보는 Sight-seeing으로 만족해야 했다. 



▶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기념관


이어 도착한 곳은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였던 킹 목사 기념관이었다. 미 남부지역을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을 꼽는다면 애틀랜타 출신에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있다. 애틀랜타는 옛 부터 흑인노예를 통한 면화생산이 주된 산업이었기에, 미국 내 흑인비율이 높고 인종차별도 가장 뿌리 깊은 곳이었다. 



마틴 루터 킹은 1929년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침례교회 목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보스턴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이곳에서 목사로 활동하며 소수자의 인권차별 개선 등 흑인인권운동을 위해 평생을 바쳐 투쟁했으나, 1968년 테니시 주에서 흑인 청소부의 파업을 지원하다가 한 백인에 의해 총탄을 맞고 39세에 사망했다. 



그의 인권운동은 1955년 흑인에 대한 버스승차 거부에서 시작됐다. 당시 화장실까지도 백인과 흑인이 따로 구분돼 있었기에, 백인과 동등한 시민권을 갖기 위한 공민권운동을 전개하며 1964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연설 중 1963년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서 “I have a dream”으로 시작한 연설은 지금껏 명연설로 남아있다. 



애틀랜타에는 그의 생가와 기념관 및 목회를 했던 교회가 관광단지를 이루고 있다. 또한 그의 생일은 기념일로 지정돼 조지아 주에서는 공휴일이라고 한다. 기념관을 둘러보는 동안 소외된 약자들을 도왔던 따듯한 마음과 고귀한 희생정신을 떠올려 보며 우리사회도 하루빨리 차별 없는 정의로운 세상이 뿌리내리기를 소망해 해본다. 



애틀랜타 투어를 마치고 15시30분 공항으로 출발해 17:50 델타항공 편으로 애틀랜타 공항을 출발해 7시간을 날아 자정시각(시차 1시간)에 임박해 리마에 도착했다. 쉐라톤 호텔에 도착해 Room Key를 받고나니 새벽 1시가 훨씬 넘어선 시각이다. 다음날 일정을 전해 받는데 새벽 5시에 기상해 6시30분까지 집결하라 한다. 



호텔객실로 향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해당 층 버튼을 누르는데 문이 닫힌 엘리베이터가 운행을 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만져 봐도 꿈쩍하지 않는데 뒤늦게 올라탄 외국인이 룸 키를 삽입해야 작동한다고 알려준다. 순간 자신에 무지를 탓해보며, 짐을 정리하고 나면 2시쯤 될텐데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있을지 고행(苦行)의 시작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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