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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ul 16. 2017

라틴아메리카 行先記(05)

페루  파라카스(Paracas) / 이카(Ica)


페루 첫째 날, 3시간가량 눈을 붙인 후 새벽 5시에 일어나 본격적 기행에 나선 페루는 그 영토가 128.5만㎢로 대한민국(10만㎢)의 약 13배, 한반도(22만㎢)의 6배로 남미대륙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다음으로 3번째 큰 나라이다. 페루의 6월 날씨는 0℃~30℃까지 변화무쌍하기에 아침과 오후 그리고 저녁의 일교차가 매우 크다.


위도 상으로 열대와 아열대 권에 속하며 태평양연안을 따라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7개국에 걸쳐 7,000km 뻗어있는 안데스산맥은 해발 6,000m 이상의 고봉만 50여 개에 이르며 페루를 3개 지역으로 나누고 있는데, 태평양연안에 위치한 Costa 해안지역(15%)과 안데스산맥의 고산지역(25%) 및 안데스 동쪽의 정글지역(60%)으로 나뉜다.



이른 아침 조식 후 파라카스로 향하는데 버스 안에서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진다. 페루는 3개 지역에 따라 각기 독특한 기후를 보이며 그 편차가 매우 커 1시간대에도 3가지 기후가 나타난다고 한다. 페루의 수도는 리마이며 인구는 약 3,150만 명이지만, 국토의 절반이상이 정글지대이기에 해안사막지역인 리마에 인구가 집중돼있다 한다.


리마인근 고속도로는 해안을 끼고 끝없는 사막위에 칠레를 향한 남으로 뻗어있다. 리마시내를 벗어나 태평양연안을 중심으로 우측시야에 들어오는 낡은 건물들은 우리네 60년대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페루는 광물자원과 수산자원이 풍부한 반면 오랜 세월 스페인지배로 인해 교육수준이 매우 낮아 인적자원이 빈약하다고 한다.


사막대지에 펼쳐져 있는 성냥갑 같은 집들

리마는 사막지역이기에 비가 1년에 1~2번 내린다고 한다. 하지만 리마는 사막 밑으로 지하수가 풍부하며 지면이 사막이지만 태평양 바닷물이 차기 때문에 1년 내내 안개가 끼어 있고 습도가 높은 편이다.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산물이 풍부하며 연중 4~8도의 지진이 10여 차례 있기에 건물들은 5층 이하 저층이 많다고 한다.


1시간쯤 달리다보니 좌우로 솟아있는 산들은 모두 민둥산뿐이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고속도로는 간간히 모래 산들이 바다를 가리고 있고, 간혹 부락이 형성된 마을은 푸른 밭을 일구고 있다. 페루의 육류소비는 닭고기가 90%를 차지해 드넓은 모래땅에서 닭을 방목해 키우고 있다. 따라서 조류독감을 찾아볼 수 없으며 육질이 좋고 계란노른자가 특히 더 맛있다고 한다.


4시간을 달리는 동안 잠시 쉴 수 있는 유일한 주유소

파라카스 바예스타 섬에는 바닷새들의 분뇨로 악취가 심해 마스크를 써야하고 배를 타고 달리기 때문에 긴팔 옷에 가을점퍼와 끈 달린 모자를 준비해야 한다. [이카]에서도 사막모래로 마스크와 해가림 모자 및 선글라스가 필수이며 신발에 모래가 들어오기 때문에 사막투어가 끝난 뒤 갈아 신을 양말을 준비해 갔다.


3시간 반을 달려오니 피스코(Pisco) 항만(港灣)에 이른다. 30분을 더 내달려 10시 반 파라카스(Paracas) 항구에 도착했다. 수도 리마에서 파라카스까지는 약 4시간이 소요되는데 페루가 워낙 큰 나라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 먼 곳은 아닌 듯했다.



□  파라카스/ 바예스타 섬(Islas Ballesta) 


페루 해안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달려 도착한 파라카스리마에서 263km에 위치하지만, 나스카에서는 북쪽으로 214km 거리에 있는 중간지역 해안마을이다. 파라카스 투어코스인 [바예스타 섬]은 화산분화로 이뤄진 섬으로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諸島)를 닮아 작은 갈라파고스 섬 또는 물개 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파라카스 지구(地區)는 피스코(Pisco)주에 속하는 도시로 4,0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1820년 산 마르틴(Jose de San Martin) 장군이 이끄는 여섯 척의 페루독립군 함대가 칠레를 출발해 상륙했던 의미 있는 곳이라 한다. [파라카스]는 케추아어로 비(para)와 모래(aco)가 합친 “모래 비”의미한다.  


아름다운 파라카스 항구

아름다운 파라카스만(灣)에서 바예스타 군도로 가는 배가 11시경 출항한다. 파라카스 해양자연보호지구 투어는 2시간으로 쾌속보트를 타고 30분가량 지나 바예스타 섬에 이르렀다. 바다로 향하는 선상좌측으로 바예스타 군도인 야트막한 모래언덕이 이어진다. 물살을 가르며 전진하다 보니 모래언덕에 삼지창(槍)처럼 생긴 지상화가 나타난다.



스페인어로 칸델라브로(El Candelabro)라는 촛대를 의미하는 지상화는 180m 크기에 달하기에 20km 떨어진 곳에서도 보인다고 한다. 흙을 2피트(60cm)정도 파내고 주변에 돌을 쌓은 지상화가 누구에 의해 어떤 이유로 그려졌는지 알 수 없지만 가운데 초가 정남향을 가리키고 있어 뱃사람들에게는 중요한 표지가 돼왔다고 한다.


"칸델라브로" 지상화가 그려진 섬

이곳에는 비가오지 않고 모래바람이 없기에 돌처럼 굳어진 지상화가 남아있다고 한다. 인근에서 발견된 토기연대를 방사선 탄소로 측정한 바에는 BC 200년경으로 추정돼 파라카스문명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라고 한다. 다만 원주민들은 촛대의 삼지창 모양이 페루전설 속의 신이 지닌 번개몽둥이와 흡사하다고 믿는다 한다.



모래언덕에 새겨진 칸델라브로를 지나 얼마간 달려가니 작은 바위섬들이 나타난다. [바예스타 군도]는 140여개의 바위섬으로 이뤄져있는데, 페루정부는 바위섬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을 보호하고자 오후에는 입도(入島)를 제한하고 있다. 이곳에는 페루와 칠레 해안의 펭귄과 바다사자 및 물개와 펠리컨이 집단적으로 서식하고 있다.



움푹 들어간 좁은 해안바위에 몰려있는 바다사자와 물개 무리들이 간간히 짖어대는 울음소리조차 신비롭게 들려온다. 항구로 되돌아오는 바닷길에는 여객들 손에 놓인 과자를 발견한 갈매기 한마리가 빠른 날개 짓으로 쾌속정을 쫓아오는데, 과자를 던져주니 바다에 떨어진 과자를 건져들며 10여 분간 전속력을 다해 배에 따라붙는다.



[바예스타 섬] 투어를 마치고 파라카스 항구로 돌아와 해물볶음밥과 오징어튀김 등으로 점심식사를 하는데 바닷가식당 앞에 페루의 버스커(Busker)가 전통악기를 연주를 한다. 앙코르 곡을 기대하며 선 듯 5불을 건네주니 성급히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한 일행의 경험에 의하면 1불씩 반복해 나눠줘야 여러 곡을 연주한다며 충고를 던진다.



식사를 마치고 해변을 바라보며 잠시 쉬고 있는데, 해안가를 배경으로 여인 한 쌍이 데이트를 하며 멋진 포즈를 하고 있다. 역광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어둑함이 깔린 환상적인 풍경을 순간에 담아본다. 오전투어를 끝내고 오후 2시 버스에 올라 1시간쯤  달려 [이카]에 도착했다.


□  이카(Ica)     


태평양을 건너 마주한 페루는 안데스산맥과 잉카문명 그리고 아마존정글이 숨 쉬고 있는 곳이지만 또 하나의 흥분된 자연사막이 지구반대편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예스타 섬 투어를 마치고 이카로 향하는 도로는 산악의 난코스 이외에는 해안길이 평탄하고 잘 정비된 Pan-America의 하이웨이를 자랑하는 듯 보였다.     


이카 주변에는 지상그림이 있는 [나스카]와 잉카제국의 중심도시 [쿠스코],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 등 반드시 찾아가 봐야 할 곳이 산적해 있다. 이카에는 포도와 와인이 유명하며 30만 인구가 대단위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카]는 산악의 나라 페루에서 유명한 오아시스 도시로 1563년 스페인 식민지시기에 형성된 도시라고 한다.



파라카스를 빠져나와 70여km를 내달리자 기다리던 신비한 모래언덕이 여행객을 반기는데 상상속의 신기루와 같은 장관(壯觀)이 눈앞에 펼쳐진다. 남태평양과 마주한 거대한 사막에 도착한 일행은 사막투어를 위한 티켓을 건네받고 8명씩 나눠 탑승할 차량을 기다린다.  


이곳이 잉카제국이었다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사막과 모래언덕이 온통 사방을 뒤덮고 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거대한 무인지경에 모래사막이 눈앞에 파도처럼 펼쳐지는데 나를 비롯한 일행들에게도 질주본능을 일깨우듯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사막에 올라 달리는 지프투어는 1대의 사륜구동 차량에 10명이 탑승한다.  



30℃ 뜨거운 사막에서 따가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서는 고글이 필수다. 얼굴이 새카맣게 타버린 운전사는 겁도 없다. 장막처럼 보이던 높고 험한 모래사막의 정상을 향해 끝없는 무한질주를 시작한다. 첫 출발과 함께 45도 경사의 모래언덕 위를 미친 듯이 달리더니 상하좌우,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천지를 가르듯 쾌속으로 질주한다.


동남아여행을 하다보면 항상 미친 듯 달리는 운전기사로 긴장된 순간을 맛보는데, 이곳도 뜨거운 모래사막 위에서 광기어린 질주가 이어진다. 특히 60도 경사 모래언덕을 내려갈 때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이상으로 짜릿한 쾌감이 느껴진다. 미친 듯 종횡무진 20여 분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빠져드는 듯하다.



지프 쇼를 하듯 울퉁불퉁 홈 패인 사막언덕을 오르내릴 때는 온몸이 좌우로 들썩이다  공중으로 엉덩이가 솟구쳐 오르기도 한다. 옆의 아내를 보니 아예 눈을 감은 채 양팔에 잔뜩 힘을 주고 있는데 구토 증세를 보이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기 위해서는 이정도의 오장육부 고통쯤은 인내해야할 듯싶었다.



샌드버기(sand buggy)라 불리는 오프로드 차량 질주는 스피드를 즐기는 놀이기구 이상으로 몸이 튕겨져 공중으로 날아갈 정도에 짜릿한 코너링과 스피드를 즐기는 레포츠였다. 깎아지른 사막언덕을 내리달리며 쾌속의 전율을 선사했던 샌드버기 덕분에 지난밤 3시간가량 눈을 붙였던 피로를 한방에 날려 보냈다.



모래언덕에 올라 10분간 휴식을 취하며 갈증을 달랜 뒤 샌드보드를 타기위해 모래사막 정상으로 향한다. 이카의 사막투어는 샌드버기 외에 샌드보드도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일행들 각자 샌드보드를 챙겨 들고 모래언덕에 올라서는데, 급경사 사막 비탈을 내려가다 기절해 병원에 실려 간 여행객도 있었다며 겁을 준다.



샌드보드에 엎드려 내려갈 때 자세를 알려주는 가이드의 말에 과연 모래위로 이 보드가 미끄러져나갈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덕아래에서 진행자가 출발신호를 보내자 일행은 한명씩 샌드보드에 몸을 싣고 미끄러지듯 모래언덕 아래로 쾌속 질주한다. 언덕을 쏜살같이 미끄러져 내려온 일행들은 그 짜릿함에 취해 마냥 즐거워한다.



샌드보드 체험은 언덕경사가 매우 가파른 코스와 언덕길이가 긴 코스로 장소를 이동하며 모래고지를 향해 3차례 오르기를 반복해 슬라이딩을 한다. 앞서 바람을 가르며 사막을 질주했던 샌드버기도 즐거웠지만, 직접 모래언덕 경사에 몸을 내질러 또 다른 쾌감을 맛볼 수 있었던 샌드보드 역시 경험해보지 못했던 짜릿함이었다.



다시 샌드버기에 올라 사막입구에 있는 오아시스에 잠시 머문다. 오아시스는 와카치나(Huaca china)라 불리는 초록색 호수를 중심으로 야자나무에 둘러싸인 조그만 마을이었다. 이 마을은 원래 페루 상류층들의 휴양지였는데 지금은 페루여행자들이 드넓은 사막에서 지프투어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다.



와카치나 마을은 책에서나 접해 볼 수 있었던 오아시스였기에, 시야를 가로막고 있는 광활한 모래언덕에 우거진 숲과 호수가 있는 정경(情景)이 더욱 신비롭기만 했다. 투어를 마치고 사막경계를 빠져나온 시각이 오후 4시쯤인데 밖에는 여전히 사막투어를 하기위해 몰려든 세계여행객들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었다.      



버스에 올라 165km 남쪽 [나스카]로 이동하며 3시간을 달려가는 동안 피곤에 지친 일행들은 이내 곤한 잠에 빠져든다. 두어 시간이 지나 눈을 떠보니 창밖으로 나무 한 점 없는 거칠고 투박한 돌산줄기가 보이는데, 불모지로 보이는 이 산에는 철분이 많아 붉은 산을 이루고 있으며 곳곳에 금광이 산재해 있다고 한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삭막한 돌산 길에 붉게 물든 황혼이 내려앉는다. 차장 가에 바라보이는 나스카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다. 밤하늘에 별을 세던 시절이 언제였던지 아스라한데, 나스카의 총총한 별들을 보고 있노라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순간 내안 깊숙이 숨겨진 영혼에 취해 멍하니 자연 속으로 빨려들어가 본다.



19시 나스카에 도착해 빠리야다(parrillada) 전문점인 Roky’s에 들러 소시지와 소고기, 닭고기구이와 닭똥집꼬치 등 푸짐한 현지식을 즐겼다. 이어 다운타운에 소재한 Casa Andina Hotel에서 여장(旅裝)을 푸는데, 3층 호텔은 가운데가 뻥 뚫려있는 색다른 낭만이 느껴지는 숙소였다. 하지만 다음날 일정도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기에 서둘러 잠을 청해야 했다.

 

Casa Andina Hotel



Still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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