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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ul 20. 2017

라틴아메리카 行先記(07)

페루  쿠스코(Cuzco)


페루 사흗날, 쿠스코로 이동하기 위해 4시에 기상한 뒤 5시 30분 쉐라톤 호텔을 빠져나와 캄캄한 새벽길을 달려 50분 만에 공항에 이른다. 리마공항은 남미전역을 오가며 거쳐 가는 항공기가 많아 출발시간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7시경 Avianca 항공으로 티켓팅을 마쳤지만, 9시30분이 되서야 출발을 한다.



비행시간이 1시간 반이니 대기시간이 훨씬 긴 셈이다. 페루여행은 이동거리가 크기에 이동과 대기시간이 여행의 ⅔이상을 차지하고, 수면시간도 평균 5시간 이내인 듯하다. 때문에 남미여행은 기본체력과 느긋한 마음가짐이 필요해 보인다. 11시경 쿠스코에 도착한 후 우르밤바로 가기 전 시내관광에 나선다.



고대 잉카제국의 쿠스코는 스페인 식민 지배를 받기 전에는 그 이름처럼 한때 “세계의 배꼽”이자 우주의 중심이었던 곳이다.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북부까지 뻗어있던 광대한 잉카제국은 당시 800만 인구 중 100만 명이 쿠스코에 거주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26만의 인구가 살고 있다.      


□  쿠스코(Cuzco)



리마로부터 동남쪽 1,168km에 위치한 쿠스코는 옛 잉카제국의 수도로 지금도 150~ 155cm 작은 키에 원주민들이 70% 거주하고 있고 유적이 많아 남미여행의 백미라고 일컬어지는 곳이다. 쿠스코는 안데스산맥 사이에 있는 해발 3,400m 고산지역이기에 사람에 따라 보행 시 숨이 차거나 머리가 아프고 구토 증세를 느낄 수 있다. 



고산증으로 인한 산소부족으로 소변배설도 원활치 않아 통상 물을 2~3병정도 마셔야한다는 가이드설명이 이어진다. 숨이 찰 경우 한 모금씩 자주 마셔야하고 걸음걸이도 천천히 걸어야하며, 머리를 숙여서는 안 되고 식사도 ⅓정도로 줄이라고 도착 전부터 신신당부를 한다. 고산증세는 입술이 파래지며 어지럽거나 구토를 한다고 한다.     


  코리칸차(Coricancha)



버스에서 내려 먼저 태양의 신전이라는 [코리칸차]로 향하는데, 골목길을 따라가니 막다른 곳에 태양의 신전이 나온다. 이 신전은 스페인 정복자들이 일부러 협소한 구석으로 축소해 옮겼다고 한다. 심지어 잉카문명을 훼손하기 위해 코리칸차 일부를 허물고 이곳에 [산토 도밍고 성당]을 지었다 한다. 



하지만 신전이 얼마나 정교하고 단단하게 지어졌던지 결국은 훼손을 포기하고 기단을 살려 성당을 세웠다는 것이다. 1650년과 1950년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산토도밍고 성당은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코리칸차의 초석은 지진을 견뎌내 잉카의 놀라운 건축술이 재평가 됐다고 한다.   



[코리칸차]는 총6개 신전 중 현재 4개만 남아있다. 성당건축으로 파괴된 2개 신전은 왕과 왕비의 미라를 모시던 태양 신전달의 신전이다. 스페인은 이곳에 [아르마스 광장]과 [꼼빠니아 성당]을 세워 철저히 잉카제왕을 능멸하였다. 아르마스(armas)는 “전쟁준비를 하다”라는 스페인어로 “원주민을 타도하자”라는 의미라고 한다. 



[코리칸차]는 태양신(Inti)과 창조신(Viracocha)에 바친 신전이라 한다. 신전에 들어가니 드넓은 광장을 끼고 별의 신전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태양의 신전으로 가는 좁은 통로가 있다. 신전은 화강암을 깎아지었는데, 홈을 파거나 여기에 맞는 옹이가 달리도록 깎아 맞추었다. 얼마나 정교한지 몇 차례의 지진에도 끄떡없이 견뎌냈다고 한다.


별의 신전

별의 신전에는 일종의 천문관측을 하던 창이 있다. 신전의 어느 벽에 걸려있는 성좌도(Star Map)가 눈길을 끈다. 황금을 망치로 두들겨서 만든 판의 맨 위에 오리온성좌(星座)를 비롯해 오리온에게 쫓겨 비둘기모습으로 바뀌어 7개별이 된 플레이아데스 성단(Pleiades star cluster)과 은하수 및 태양신과 잉카선조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성좌도(Star Map)

신전을 빠져나와 쿠스코 여행의 출발점인 [아르마스 광장]으로 나오니, 안데스산맥 능선 위로 푸른 물감을 뿌려놓은 듯 새파란 하늘과 하얀 새털구름이 손을 뻗으면 잡힐 듯 선명히 다가온다. 또한 스페인 식민시대 건축물인 [산토 도밍고 성당]도 한눈에 들어온다. 


▶  산토 도밍고(Santo Domingo) 대성당   

  

아르마스 광장에서 가장 압도적인 건물은 [산토도밍고 성당]이다. 스페인이 태양의 신전인 [코리칸차] 일부를 허물고 100년에 걸쳐 지었다는 대성당 안에는 가톨릭교단과 정복자들의 탐욕으로 금 300톤을 부어 만든 제단이 있다고 한다. 잉카제국 시대에는 신전의 문과 지붕이 황금으로 덮여있었다 한다.



화강암을 다듬어 세운 신전 벽은 2kg 순금 판 700장으로 덮여 있었고, 널따란 정원에는 실물크기의 다양한 동물들의 금 조각들이 장식돼 있었으며 복도에도 금덩어리가 깔려있었다고 한다. 당시 신전을 가득 채우고 있던 황금장식은 피사로가 모두 녹여 막대 형태로 스페인에 실어갔다고 한다. 


16세기 스페인이 남긴 자료에 의하면 신전자체가 눈부시게 황금빛으로 빛났다고 묘사돼 있고 착취해 간 황금양이 얼마나 많았던지 이로 인해 유럽에 인플레가 찾아왔다는 기록도 남아있다고 한다. 대성당 앞 좌측에 있는 [꼼빠니아 성당] 역시 잉카 11대 황제(우아이나 카파크)의 궁전을 부수고 세운 건축물이다.


▶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아르마스 광장의 느낌은 지난날 잉카제국의 중심지였던 옛 수도라기보다는 유럽풍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잉카문화를 허물고 스페인이 광장과 대성당을 세웠기에 유럽중세 도시에 와있는 느낌이다. 마지막 황제가 처형된 잉카제국의 흔적은 광장에 남아있는 석벽과 돌길뿐이지만 그들이 꽃 피웠던 문화의 잔재는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



6월 12일(월) [아르마스 광장]에는 인티라미(Intu Raymi)를 위한 축제준비 분위기로 들썩이고 있었다. [인티라미]는 남미3대 축제이자 페루최대의 행사로 매년 6월 24일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에서 태양신을 기리는 페루의 [태양제]이다. 축제를 앞두고 각 잉카후예들의 전통춤을 보게 된 것은 너무나도 크나큰 행운이었다. 


원래 잉카의 동짓날인 6월 21일이 축제일이었으나, 페루정부가 공휴일(성 요한 축제일)인 6월 24일을 축제일로 지정해 9일간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인티라미]는 케추아어로 태양축제라는 의미다. 쿠스코는 잉카유적의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이 축제를 통해 과거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잉카시대 태양숭배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인티라미는 태양신에게 한 해 농사의 풍요에 감사하고 이듬해의 풍작을 기원하는 일종의 제례의식이다. 행사를 기리는 행렬은 태양의 신전 [코리칸차]에서 시작해 [아르마스 광장]을 거쳐 태양의 집인 [삭사이와만 요새]에서 끝난다고 한다. 


쿠스코 축제를 위한 준비행렬은 아르마스 광장 앞에서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풍년을 기원하는 잉카의식을 재현한 전통음악과 춤들로 이어져 세계여행객에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었다. 2017년 쿠스코는 Trip-Advisor의 인기여행지 1위에, 마추픽추는 National Geographic Traveler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잉카후예들의  전통춤

6월 중순 쿠스코 날씨는 10월 늦가을 기온으로 햇살이 따가웠다. 따라서 변화무쌍한 복장은 아침저녁에 가을점퍼, 오후는 긴팔 티가 무난하다. 아르마스 광장 앞 2층 식당을 찾아 소고기야채볶음 요리인 로모 살타도(Lomo Saltado)와 마테(mate) 코카차를 곁들여 점심을 마치고 우르밤바로 이동하며 잉카유적 군락지를 둘러본다.

   

▶  삭사이와만(Sacsayhuaman) 요새



쿠스코근교 관광지 중 아르마스 광장 뒤쪽 언덕의 예수 상 근처에 위치해있는 [삭사이와만]은 쿠스코 방어를 위해 세워진 요새로 모든 것이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잉카건축의 거대한 석조기술을 엿볼 수 있는 유적지이다. 이곳은 쿠스코 동쪽을 지키던 견고한 요새로 잉카인들이 스페인 군에 맞서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곳이다.  



스페인 군은 밤에 싸우지 않는 잉카의 전통을 이용해 1536년 [삭사이와만]을 깊은 밤에 침공해 잉카병사들을 몰살했다 한다. 석벽의 돌들은 대부분 100~200톤에 달하는 거석들로 바늘하나 들어가지 않을 만큼 정교하다. 절단된 돌들 중에는 높이 8m에 폭이 2m나 되는 돌도 있는데, 그 무게가 360여 톤이라고 하니 이곳의 규모는 놀라울 정도다. 



하루에 3만 명을 동원해 80년간 공사 끝에 잉카 10대 황제 때 완성됐다는 요새는 천상과 지상, 지하로 구분해 각각 콘도르, 퓨마, 뱀을 상징하는 안데스의 전통적인 세계관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3단 석벽은 360m로 이어지며 소수병력으로도 적을 방어할 수 있는 과학적구조로 건설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페루정복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스페인이 이곳에서 많은 돌을 가져가 쿠스코에 스페인 식 건물을 세우는데 사용함으로써 크게 훼손된 상태라 한다. 퓨마를 숭상했던 잉카인들은 쿠스코를 퓨마모양을 본 따 건설한 뒤, 퓨마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에 이 요새를 만들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고 한다. 



[삭사이와만] 원래모습은 높이 18m, 길이 500m에 달하는 거대한 원형 탑 요새였다는데, 지금은 63개의 지그재그로 돌출된 성벽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남아있다. [삭사이와만] 요새는 비록 전투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남긴 거대한 유산은 오늘도 세월의 흔적을 몸에 새긴 채 잉카인들의 지혜를 널리 알리고 있었다.   


▶  켄코(Genqo)



이어지는 [켄코]는 쿠스코시내에서 4㎞쯤 떨어진 곳으로 자연석 사이로 뚫려있는 길들이 미로처럼 얽혀있는 유적지로, 잉카시대 제단(祭壇)이 있던 장소로 추정하고 있다. [켄코]는 미로라는 뜻으로 희생된 제물의 피를 홈이 새겨진 바위에 넣으면 바위 면을 따라 좌우로 흘러내리게 되는데, 사제는 좌우방향에 따라 길흉을 점쳤다고 한다. 



큰 바위 앞에는 제례의식을 행하던 돌이 놓여있고 바위사이 좁은 통로로 들어가면 또 하나의 광장이 나온다. 이어 집채만 한 바위사이에 작은 공간이 있고 이어 동굴로 이어진다. 계단을 내려서면 동굴 안은 지하방처럼 돼있고 제단인 듯 평상처럼 반듯하게 깎아 놓은 돌이 보인다.


▶  푸카푸카라(Puca Pucara)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해 언덕 위에 붉은 요새라 불리는 [푸카푸카라]를 둘러본다. 이곳은 쿠스코 북쪽을 지키기 위해  붉은 벽돌로 세워진 석재구조물 유적지이다. 폐허가 다 된 구조물은 아래쪽에 낮은 담을 쌓아 놓았고 언덕위에는 작은 성채 같은 것이 있어 계곡주변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 



20여분을 둘러본 뒤 버스에 올라 쿠스코의 마지막 유적지를 향해 가는데 우려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삭사이와만] 요새투어 중 3단 석벽 꼭대기까지 올랐던 일행일부가 구토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도 머리가 멍해지며 미세한 고산증세가 나타나는 듯 했다. 결국 일행 중 6명은 어지럼증과 구토로 다음 행선지를 포기하고 말았다.


▶  탐보 마차이(Tambomachay)


[탐보 마차이]는 해발 3,765m로 가는 길이 약간의 경사로를 올라가는데 고산증세가 나타나며 숨이 가빠지고 걸음걸이도 다소 부정확해질 수 있다며 가이드가 또다시 경고를 한다. 깜짝 놀란 것은 이곳에 앰뷸런스 구급차가 올라오고 있었는데 긴급 응급환자가 발생한 듯 보였다.  


이곳은 언덕에 바위를 계단식으로 쌓고 성스러운 샘이 흐르도록 한 잉카제국의 목욕 터였던 곳이다. 체격이 그리 크지 않았던 잉카인들이 몸을 정결하게 할 수 있도록,  계단식으로 올려 진 바위틈으로 흐르는 물이 위로부터 3단계를 거쳐 밑으로 흘러내리도록 수로를 만들어 놓았다. 



맨 위쪽에는 4개 사다리꼴 벽감(壁龕)이 있는데 4개의 문이 의미하는 것은 잉카제국의 4지방 족장이 이곳에 모여 목욕재계를 하고 황제를 알현하는 의식을 행한 곳이라고 한다. 이곳은 1년 내내 일정량의 물이 흘러내리도록 만들었는데 잉카의 수로기술을 엿볼 수 있는 독특한 유적지이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일정을 끝내고 17시경 우르밤바로 이동하는데 계속해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가는 것을 보니 쿠스코가 얼마나 높은 곳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우르밤바쿠스코마추픽추의 중간에 위치한 곳으로 쿠스코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약 80㎞ 떨어져있는 우르밤바 강 계곡중심에 있는 마을이다.


Taypikala 호텔 로비

2시간을 달려 우르밤바 [Taypikala 호텔]에 들어서니 긴장이 풀렸는지 일행일부는 여전히 고산증세가 나타난다고 한다. 쿠스코에서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러운 증세로 점심식사도 못하고 토하거나 힘들어했지만 이곳에서도 고산증세를 느끼는 일행들이 있어 호텔로비에 구비된 산소공급기로 산소를 보충하기도 했다. 


우르밤바 지역 모든 호텔에는 여행객을 위한 산소공급기가 비치돼 있어 1회사용 시 1$씩 받고 있다. 객실에 머무는 동안 산소부족으로 튜브제품이 부풀어 뚜껑을 열 경우 내용물이 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치약이나 화장품 사용 시 조심해야하고 세면 시에도 고개를 숙이지 말라고 또다시 주의를 당부한다.


Room Service cake

6월 우르밤바는 가을 날씨로 꽃의 마을답게 아름다웠으나 밤공기는 제법 싸늘했다. 여장을 푼 뒤, 호텔식당으로 내려가 자그마한 꽃잎을 장식한 퓨전요리로 저녁을 들며 큰 탈 없이 쿠스코여정을 마치게 됨을 감사해본다. 이제 남은 페루여행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게 될 마추픽추 탐방을 기대하며 쉽지 않았던 하루를 마감한다. 




Extra Shooting

쿠스코(Cuzco)  골목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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