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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ul 23. 2017

라틴아메리카 行先記(08)

페루  낭만이 깃든  잉카레일(Inca Rail)


페루 나흗날, 여행닷새 후 처음으로 느지막이 기상했다. 게으른 잠에서 깨어 커튼을 젖히니 거대한 산등성이 위로 파란하늘과 흰 구름이 환상적인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다. 지난밤 무수한 별들이 쏟아지며 감동을 자아내더니, 아침햇살이 스며드는 창밖의 싱그러운 바람과 함께 호텔정원의 시골풍경은 잠시 동화 속에 머무는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객실에서 바라본  정원풍경 

마추픽추는 세계여행객들이 오전시간대 몰리기 때문에 풍경사진을 찍기가 힘들어 출발시간을 9시30분으로 늦춰 잡았다. 우루밤바 호텔에서 기차역까지는 30분가량 소요되기에 11시15분 출발기차로 예매를 해놓고 이동중간 잉카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아침출발이 늦춰진 덕분에 여유로운 아침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우르밤바  Taypikala  Hotel

□  우루밤바(Urubamba)


우루밤바는 성스런 계곡으로 “물이 있는 지역”을 의미하며 쿠스코에서 약 80km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로 마추픽추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마추픽추를 오르기 전 고산증의 적응시간을 갖기 위해 거쳐 가는 곳으로 해발 2,870m이기에 쿠스코보다 컨디션이 한결 가볍다. 잉카시대 우르밤바에는 작물재배 시험장까지도 있었다고 한다.


소금염전

우루밤바에는 산비탈에 암염지역이 있는데 해발 3,500m대의 소금염전이라고 한다. 고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 염호(鹽湖)는 대륙판 해저지층이 해양판과 충돌로 솟아오르면서 올라온 바닷물이 갇히게 되면서 형성된다고 한다. 안데스 골짜기로 우르밤바 강이 흐르고 주변으로는 잉카유적과 과일과 야채를 재배하는 인디오 촌락들이 있다. 


캡슐호텔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는 TV소개로 유명해진 "캡슐호텔"이 나타난다. 수직암벽 400m 높이에 3개의 캡슐모양에 호텔이 보인다. 주로 클라이머들이 찾는데 하룻밤 숙박료가 300$로 6개월간 예약이 끝나있을 만큼 페루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예약을 마치면 사전교육을 받은 뒤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하며 식사도 제공된다고 한다.



태양광을 이용해 조명을 밝히고 침대는 2인용 하나에 간단한 주방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밤하늘에 보이는 별이 황홀하다 한다. 안데스산맥을 돌아 마추픽추에 이르고, 우르밤바의 힘찬 물줄기가 아마존 강을 만나 밀림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 바로 페루이다. 마추픽추를 오르려면 우르밤바를 거쳐 오얀따이땀보에서 기차를 타야 한다.


오얀따이땀보  동네골목

이동 중 버스에서 내려 잠시 잉카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오얀따이땀보 마을동네를 둘러본다. 마을입구에는 조그만 광장이 있는데 이곳의 명칭도 [아르마스 광장]이라 한다. 라틴아메리카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인디오 말살정책을 쓰며 각 나라마다 자신들이 건설한 광장에 의도적으로 아르마스(宣戰布告) 이름을 붙인 곳이 많다. 



오얀따이땀보는 피사로가 허수아비로 내세운 왕 망코 잉카(Manqu Inka)가 자신이 이용당한 것을 뒤늦게 깨닫고 쿠스코를 버리고 일전을 준비한 곳으로, 이곳 지형을 이용해 스페인군을 격퇴시켰던 의미 있는 곳이라 한다. 하지만 해가 지자 태양을 숭배하던 잉카족이 공격을 멈추는 바람에 [피사로]가 승기를 잡았다고 전한다. 



□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광장에 차를 세워두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본 오얀따이땀보는 가장 잉카다운 마을이 남아있는 곳이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동네 골목집들은 크고 작은 돌들을 정교하게 쌓아올린 뒤 그 위에 황토벽을 세워 기와지붕을 올린 것이 돌담으로 둘러진 제주도 어느 외딴마을을 보는 듯 친숙하게 다가온다. 



마추픽추의 출발지인 오얀따이땀보 마을에는 잉카시대의 개간지와 산중턱에 "꼴까"라는 곡물창고가 보인다. 황량한 돌산아래 자리한 작은 마을은 거미줄처럼 이어진 좁은 골목을 따라 길바닥이 온통 평편한 돌로 잘 다듬어져 있다. 사방팔방 이어진 골목을 기우적대며 시골스런 골목풍경을 배경으로 느껴지는 그대로에 추억을 담아본다.



골목을 빠져나와 작은 광장에 있는 재래시장을 둘러보니 나름 레스토랑도 자리하고 있고 여객을 위한 간단한 먹거리나 페루스타일에 니트 등 다양한 수공예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 가게들이 즐비해 있다. 시장에는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인디오 여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밝은 컬러에 풍성한 치마와 개성 넘치는 전통모자에 정감이 느껴진다.


아르마스 소광장

거리에 앉아 물건을 파는 원주민과 함께 사진을 찍고 나니 1컷 당 1$을 요구한다. 순간 찌들게 가난했던 1960년 초 우리네 풍경을 떠올려본다. 6.25남북전쟁 직후 군것질거리조차 없었던 내 유년시절에는 사진 속 페루 상인처럼 길가에 광주리를 내려놓고 야채와 같은 먹거리를 팔며 생계를 유지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영상(映像)을 되돌려 그 시절로 돌아간 먹먹함에 잠시 아릿한 추억이 스쳐간다. 옛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오얀따이땀보는 신성한 마추픽추로 들어가는 잉카 트레일(Inca trail)의 시작점이자, 성스러운 계곡에 자리하며 돌로 다듬어진 길과 수로 등 잉카시대 마을형상을 그대로 간직 한 곳이었다.


오얀따이땀보 역

다시 버스에 올라 오얀따이땀보 역에 도착하니 기차역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쿠스코를 비롯해 마추픽추 여행지는 원주민 가이드가 따라붙는다. 페루정부는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사전예약을 통해 잉카트레일 하루 탑승객 수를 500명으로 제한하며 원주민 가이드를 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기차역에 들어서니 잃어버린 공중도시의 영봉(靈峰)으로 향하는 역 입구가 초라하고, 넘치는 인파로 인해 문화유산 보호정책이 무색해 보인다. 기차역은 작은 간이역 규모로 단선인 철길 옆에 조그만 대합실이 있다. 남는 시간 멀리보이는 설산의 경치를 사진에 담으며 마추픽추를 향한 설레임을 차분히 다잡아 본다.


잉카레일  대합실

□  낭만이 깃든 잉카레일(Inca Rail)


어느새 잉카레일이 도착해 자리에 오르니 관광열차 천장은 채광창이 달려있는 구조로  깔끔하고 환해보이며 커피 등 음료와 과자가 제공된다. 잉카레일을 타고 마추픽추 역까지는 1시간 40분 소요되며 왕복요금은 62$이다. 열차 안은 각기 다른 언어로 떠들어대는 여행객들로 소란스럽지만 출발을 알리는 종소리는 마냥 정겹게 들려온다.  



잉카레일은 1911년 건설된 협궤(狹軌)열차다. 아마존상류 강줄기를 끼고 건설해 산업용으로 사용하다, 마추픽추가 발견되고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수송용 열차에 여객 객실을 올려놓아 좌우롤링이 매우 심한편이다. 하지만 차창 밖 원시의 초원과 안데스 만년설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안데스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시간 반을 달리는 기찻길 옆으로는 아마존 강의 원류인 우르밤바 강이 흐르는데 그 물살이 제법 거칠어 보인다. 푸른 하늘아래 안데스산맥 위로 간간이 만년설이보이고 솟아오른 절벽이 나타나는 등 변화무쌍하다. 구부러진 철로위로 보이는 설산은 보일만하면 방향이 바뀌어 사라지고 때로는 숲과 나무에 가려 숨바꼭질하듯 숨어버린다.


안데스산맥 설봉과  우르밤바 강  

만년설이 나타날 때마다 멋진 풍경을 담고자 좌우로 이동하며 셔터를 눌러댄다. 눈 덮인 히말라야가 장엄한 모습이라면 안데스 이름 모를 설산은 푸른 물감위에 눈이 시리도록 하얀 꽃봉오리를 얹혀놓은 듯 다가온다. 초록의 안데스와 하얀 만년설이 어찌 저리 잘 어울리는지, 순간 萬年雪 위로 훨훨 날아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안데스산맥 고산지역이 영토에 25%를 차지하는 페루는 리마북쪽에 있는 우아스카란(Huascaran; 6,768m)이 최고봉이다. 고도에 따른 환경차이로 2000m지대는 열대산 과일과 작물, 3000m지대는 옥수수, 3700m지대는 감자류가 생산되고, 그 이상의 한랭고지대에서는 목초를 이용한 라마(Lama)와 알파카(Alpaca) 사육이 이뤄지고 있다. 



페루의 기후대는 열대와 아열대지역에 속해있기 때문에 만년설을 이루는 설산(雪山)은 최소 5,000m 이상지대로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라고 한다. 지금도 많은 잉카인들이 높은 산꼭대기에서 작물을 재배하며 옛 모습 그대로 살고 있는데, 16세기 스페인군은 산으로 피신한 인디오들을 쫓다가 고산증세 때문에 섬멸할 수 없었다 한다.



커피를 들며 잉카레일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덜컹거리는 열차의 분위기가 소시 적 보았던 서부개척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노다지를 찾기 위해 대륙횡단철도 열차에 올라타 산중턱 금광으로 향하는 야릇한 느낌마저 들기도 했다. 낭만이 넘쳐나던 잉카레일에 몸을 실은 일행은 지루할 틈 없이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  마추픽추의 관문  Aguas Calientes   



오후1시 아담한 마추픽추 역을 빠져나와 도착한 곳은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인데 사방을 둘러보아도 잉카유적지 마추픽추는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직접 산을 오르거나 다시 버스를 타고 산꼭대기로 이동해야 한다. 대형식당이 즐비한 마을 한가운데는 우르밤바 강으로 흘러드는 계곡물이 흐르고 기차역과 마을을 잇는 여러 개의 다리들이 이어져 있다.  



스페인어로 뜨거운 물을 의미하는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는 마추픽추를 오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층층이 낮선 이방인들로 가득 찬 건물의 2층 식당(Hatuchay Inn)에서  그라나디야(granada;석류)를 곁들인 점심식사를 마친 뒤 버스를 타기위해 24$을 지불하고 왕복차표를 받는데, 이곳은 기차와 버스를 탈 때도 여권을 제시해야 한다.



마추픽추는 지금까지도 베일에 싸여있는 유적지답게 웅장한 봉우리로 둘러싸인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한다. 이곳의 기차역과 마추픽추의 해발차이는 단지 400m에 불과하지만 그 경사가 매우 심해 산을 끼고돌아 버스로 올라가는 시간만 20분이 걸린다. 우르밤바에서 출발하는 트래킹 그룹들은 통상 3~4일을 잡아 오른다고 한다.




Still Image

오야따이땀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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