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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ul 27. 2017

라틴아메리카 行先記(10)

페루  리마(Lima)


페루 닷샛날, 새벽3시 반에 기상해 5시 우르밤바를 떠나 쿠스코 공항으로 가는데, 늦가을로 접어드는 6월 쿠스코는 높은 고도 때문인지 더욱 쌀쌀한 느낌이다. 패딩점퍼로 갈아입고 차에 올라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2시간가량을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쿠스코는 옛 잉카의 수도였기에 인구가 4번째로 많은 도시이다.


라틴아메리카 연합항공  광고판

쿠스코 공항주변은 시내를 중심으로 사방이 산에 둘러싸여 있는데, 그 산자락에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있다. 성냥갑 같은 집들을 포함해 시내도로 건물모습은 한국의 1960년대를 닮아 보인다. 8시 50분 쿠스코를 떠나 10시경 리마공항에 도착해 시내관광에 나섰다.  


쿠스코 공항 주차장

□  리마(Lima)


스페인 정복자 피사로(Francisco Pizarr)가 1535년 잉카제국을 멸망시켰을 당시 잉카의 수도였던 쿠스코(Cuzco)는 내륙고원에 위치해 스페인과의 물자수송과 원활한 교신(交信)에 불편함이 많았다. 이를 해소코자 태평양연안 해안가에 건설한 도시가 현재의 수도인 리마이며 따라서 스페인 식민초기의 건축물들이 대부분 보존돼있다.  


쿠스코에서 약 1,100 km 거리에 리마

페루인구 ⅓인 1천여만명이 살고 있는 리마는 도시자체가 사막으로 된 해안 도시로, 멕시코시티에 이어 라틴아메리카의 제2규모 도시이다. 구시가지는 스페인지배 하에 큰 번영을 누리다보니 식민시대 건물이 많이 남아있어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공항에서 구시가지까지는 30분정도 거리지만 교통체증이 심해 1시간정도 소요되었다. 리마 구시가지 거리의 도심풍경은 쿠스코보다 10년쯤 앞서 발전돼 있는 느낌이다. 리마는 스페인정복 당시 지어진 건축물들이 남아있는 구시가지와 바닷가를 낀 부촌을 중심으로 백인들이 살고 있는 신시가지로 나뉘어있다. 



페루의 옛집들은 일부 지붕이 없다. 일교차가 큰 편이지만 흙이 추위와 더위를 잘 막아주기 때문에 비가 내리지 않는 사막에서는 지붕이 없어도 담만 쌓으면 집이 된다고 한다. 리마 구시가지 주택들은 2층의 경우 기둥만 올리고 더 이상 공사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1층위로 철골이 솟아올라 있어 마치 건물을 짓다가 만 것처럼 보인다.


처음 봤을 때는 공사비가 부족하거나 절세하기 위한 것이 아닌 가 했는데, 가이드설명에 의하면 페루는 짓다가 만 그 자체를 완성된 건축물로 여긴다고 한다. 2층 이상 건물을 올리지 않는 것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지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고 천장에 구멍이 뚫려있는 것은 통풍을 위한 것이라 한다. 



리마는 해가 나는 맑은 날이 연중 50여일 정도라고 한다. 페루남부 중앙연안의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으나, 연중날씨가 푸른 하늘을 보기 힘들고 대부분 흐리기에 우울증환자가 많다고 한다. 드넓은 태평양연안 중 굳이 이곳을 수도로 택한 이유가 일설에 의하면 스페인 정복당시 잉카원주민이 피사로에게 복수코자 날씨가 좋지 않은 리마를 수도로 추천했다고도 한다.


가이드는 구시가지의 치안이 안전하지 않기에 낮에도 2~3명이 함께 동행 하도록 주의를 당부한다. 특히 일행이 머물렀던 쉐라톤 호텔의 맞은편 지역은 마약을 하는 우범지대로 저녁에는 인근왕래를 삼가해야한다. 페루는 콜롬비아 다음으로 마약이 성행한다고 한다. 공항을 빠져나와 먼저 들러본 구시가지에는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정부관청사가 있다. 


▶  리마 구시가지


아르마스 광장

구시가지는 역사중심지로 스페인도시의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구획을 나누고 중앙에 타원형의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을 배치한 뒤, 광장을 중심으로 식민지시대 총독관저로 사용됐던 [대통령 궁]과 [시청], [대성당]을 비롯한 바로크양식 건물들이 눈에 띈다.


리마 대성당

구시가지 중심가인 아르마스 광장 주위에는 2층에 목재발코니를 부착한 식민지시대 특유에 건물들이 남아있고, 여러 차례 지진 후 재건된 [리마 대성당]과 [산 프란시스코 성당]을 비롯한 역사적 건물이 남아있어 식민지시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리마역사 중심지에 가장 상징적인 건물은 1535년 리마가 건설될 당시 지어진  대성당이다.



리마 대성당은 페루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리마를 건설한 피사로가 직접 성당의 주춧돌을 놓았으며, 성당 안에 피사로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고 한다. 1551년 설립된 남아메리카 최고의 산 마르코스(San Marcos) 대학과 대통령 관저, 귀족들의 호화주택 등 식민초기 건설된 유서 깊은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귀족들의  호화주택들

500년 전 식민시대 문화가 그대로 살아있는 건물들은 색감이 아름답고 독특해 마치 유럽도시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스페인 식 옛 건물들은 비가내리지 않아 덮인 먼지로 인해 노후(老朽)함이 더해 보이는 듯하다. 남미에는 거의 모든 도시에 [아르마스 광장]이 있다. 


시청사

페루만 해도 쿠스코리마에 아르마스 광장이 있고 오얀따이땀보 마을 앞 작은 광장도 아르마스 광장이라 부른다. 남미를 정복했던 스페인은 신도시의 중심에 광장을 건설하며 “원주민을 타도하자”는 의지로 그 명칭을 정했다고 하니 스페인의 침략야욕이 얼마나 집요했는지를 상기시켜주는 역사적 증거라 하겠다.


대통령 궁

12시경 대통령 궁 근위병들의 교대행렬이 어어 지는데 수많은 여행객들이 교대식을 관람하기위해 길게 늘어서있다. 하지만 근위병 행렬모습은 도로를 달리는 차량과 쇠틀 담장에 가려 사진에 담기가 쉽지 않았다. 이어 신시가지로 향하는 도로에는 길모퉁이마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페인의 고풍스런 옛 건물들이 남아있다.  


신시가지 식당

신시가지에 도착해 전통음식인 세비체(Cebiche)를 곁들여 점심식사를 했다. 세비체는 한국의 막회처럼 둔탁하게 썰어낸 생선회에 양파와 고구마를 곁들여 라임(Lime)과 고추양념으로 만든 요리로 맛이 독특하지만 큰 거부감 없이 먹을 만하다. 함께 나온 해물볶음밥도 쌀이 차지어 맛있게 먹었는데, 알고 보니 식당 여사장이 한국인이었다. 


전통음식인 세비체(좌측)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데 식당 앞에 거리악사가 팬 플루트와 잉카기타를 함께 연주하고 있다. 페루는 가는 곳마다 악사 홀로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Busking을 쉽게 볼 수 있다. 일행 여기저기서 박수와 함께 1$씩 건네주니 힘을 받은 악사는 더욱 흥을 돋우며 앙코르 곡인 “엘 콘도르 파사”를 다시 들려준다. 



잉카가 대제국으로 커가는 과정은 지난(至難)한 전쟁의 역사였다. 당시 수년간 전쟁터에 머물던 잉카병사들이 석양이 질 때면 고향의 가족을 그리워하며 페루민요에 “콘도르야, 콘도르야 제발 전쟁을 빨리 끝내고 나를 내 고향에 데려다다오.”라는 가사를 붙여 애절하게  불렀던 노래가 “엘 콘도르 파사”였다고 한다. 


▶  리마 신시가지  


버스에 올라 태평양연안에 펼쳐있는 미라플로레스 해변에 도착했는데 Miraflores는 “꽃보다”라는 의미로 이곳이 매우 아름다운 해안이란 지명을 갖고 있는 듯 느껴졌다. 이곳은 해안위로 100m쯤 솟아있는 절벽위에 라르꼬마르(Lar Comar) 쇼핑센터와 바다전망대가 들어서있다. 신시가지를 찾아 제일먼저 간곳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滑空場)이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이 일대는 해안단구(海岸段丘)를 활용해 패러글라이딩 레포츠관광을 하고 있는데, 드넓게 펼쳐진 태평양해안을 따라 각기 다른 형형색색의 낙하산에 몸을 싣고 높다란 하늘 위를 나는 패러글라이더 모습이 멋져 보인다. 패러글라이딩은 Parachute와 Glider의 장점을 합해 만들어낸 레저스포츠로 별도의 동력장치 없이 활강하는 항공레저이다.



Paragliding은 행글라이딩의 비행원리를 이용해 고안됐는데 차이점은 행글라이더는 글라이더 형태의 날개에 사람이 매달려서 비행을 하지만, 패러글라이더는 산정상이나 절벽능선에서 낙하산을 펴고 10m가량의 도움닫기(Run jump) 후 절벽 아래로 이륙해 비행하며 바람에 몸을 실어 활공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스릴만점의 레포츠다.



행글라이더는 날개로 인한 기체의 무게가 있지만 패러글라이더는 낙하산으로 구성돼 있어 조종사와 2인 1조가 되어 헬멧을 착용하고 간단하게 비행할 수 있다. 방앗간 옆을 지나는 참새의 호기심으로 활공매표소에 85$을 건넨 뒤, 낙하산에 몸을 실어 하늘로 올라 드넓게 펼쳐진 태평양연안의 시원한 공기를 맘껏 호흡해본다. 



패러글라이딩은 해안절벽과 태평양연안을 오가면서 미라플로레스 지역의 현대식 빌딩과 메리어트(JW Marriott) 호텔을 내려다보며 20여 분간 활공(滑空)한다. 하늘에 머무는 동안 조종사는 메모리스틱에 동영상을 담아준다. 무사히 착륙하고 나니 아내는 더 이상 주책부리지 말 것을 당부하지만, 나는 자유로운 영혼과 끝 모를 호기심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래본다.


공중에서 찍은  키스하는 동상(우측)

이어 찾아본 사랑의 공원(El Parque de Amor)은 넒은 태평양을 바라보며 길게 뻗은 해안 길을 따라 절벽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있어 연인들의 프러포즈 장소로 인기가 많은 곳이라 한다. [사랑의 공원]에는 연인의 키스하는 동상을 만들어 놓은 테마파크가 있는데, 노을 질 무렵이면 낙조 띈 하늘빛이 아름답다한다.


사랑에 공원

패러글라이딩을 마친 뒤 뒤늦게 테마파크에 들어서자, 앞서 도착해있던 일행들이 키스하는 조형물을 따라해 보라며 한껏 분위기를 북돋운다. 공중을 맴돌았던 호기심의 여운이 미처 가시지도 않은 채 깜짝이벤트 분위기에 취해 아내를 격렬히 끌어안고 키스신을 연출하며 한바탕 웃음바다를 이뤄보기도 했다. 


미라플로레스 해변과  쇼핑센터

공원을 빠져나와 3층 규모의 [라르꼬마르] 쇼핑센터로 들어서니 고급 레스토랑과 푸드 체인점, 민속공예품 판매점 등이 보인다. 한 시간에 자유시간이 주어져 쇼핑단지를 벗어나 아름다운 태평양 해안과 리마시내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이어 쇼핑센터 스타벅스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니 7.5솔(2.5$)로 한국보다 저렴하다. 


잉카 콘도르 석조물

여행이 시작되며 일주일 넘게 호텔과 기내 커피로 일관해왔는데 모처럼 커피전문점에 앉아 볶아낸 커피를 들며 지구반대편 시공간에서의 호젓함을 즐겨본다. 여행끝자락 시간이 다가오며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것은 [마야문명]을 함께 찾아보지 못함이었을까? 다른 세상을 찾아보는 여행은 자신이 경험해온 정중지와(井中之蛙)의 세계를 항시 돌아보게 한다. 


리마시내 풍경

힘든 일정 중 작은 배려조차 마다하지 않았던 멋진 분들과의 동행은 잊지 못할 크나큰 행운이었다. 이번여행으로 버킷리스트(Bucket List)목록 하나를 내려놓으며 마지막 공포의 23시간 비행에 오른다. 여행이란 떠나기 전 설렘이라지만, 7년을 기다렸던 페루여행은 마지막 날까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흥분된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Still Image


Extra Shooting

페루여행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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