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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Mar 27. 2018

하노이 기행(02)

닌빈(Ninh Binh)


금차 베트남 하노이를 여행하게 된 것은 지난해 "간략삼국지"를 탈고하면서 삼국시대를 겪었던 후한(後漢) 시기, 서남방지역 남만(南蠻) 족에 대한 영토를 들러본다는 설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에 북베트남은 2세기경 한나라의 영토인 교지(交趾)라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사기(史記) 기록에는 월남부족의 조상이 중국 신화시기인 삼황오제(三皇五帝)의 전욱(顓頊)시대에 [교지]로 이동해 왔으며, 상고시대(上古时代) 요(堯)임금이 그들을 교지남쪽에 거처케 하고, 순(舜)도 남교지를 보호토록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렇듯 중국과 베트남은 원시공동체 시기부터 혈연관계를 이뤄왔으며, 고대에 이르러도 상호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삼국시대 오나라 영토였던 교지 (交趾)

기록에 의하면 후한 환제(桓帝) 당시 중국의 교지는 평온했는데 남만족 만왕(蠻王)이 침범하면서 한(漢)은 교지의 관할을 귀찮아하게 되었다 한다. 결국 AD 170년(靈帝) 만왕 맹관이 10만 대군을 이끌고 남만전역을 통일하고, 첩첩산중의 험준한 익주(촉)까지 공격하며 변방의 강자로 거듭나면서 교지를 손안에 넣게 되었다.      


촉의 제갈공명이 맹획을 공격하며 남만을 정벌했던 시기가 AD 225년이니 베트남은 이미 그 이전에 지금의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미뤄 짐작해 보건데 당시 후한 교지의 위치는 지금의 베트남 호아빈(Hoa Binh)이거나 하노이(Hanoi) 쯤으로 추정해볼 뿐이다.




4월 28일(일) 19시20분 아시아나에 올라 3,578km 거리를 4시간 30분 날아, 늦은 밤 23시 50분(현지: 21시 50분) 하노이 국제공항에 내려앉았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하노이 시가지를 스치는 낯선 거리의 풍경이 무거운 눈꺼풀을 깨운다.      


곧 가이드의 안내가 시작되는데, 베트남은 54개의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이며 관광자원국인 베트남은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1,650km에 달하고, 수도인 북쪽의 하노이에서 남쪽 경제도시 호치민까지 1,600km에 이르는 등 위도 상 차이가 많다고 한다.


닌빈(Ninh Binh)

베트남은 위도(緯度) 차이로 인해 북부, 중부, 남부는 서로가 다른 기후와 환경, 풍습, 음식문화를 갖게 되었는데 특히 몇몇 민족의 생활과 음식문화는 매우 독특하다 소개하며,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예의상 신짜오(안녕하세요)와 깜언(감사합니다)을 사용토록 당부한다.


또한 베트남은 세계 2위가 많은 나라이다. 쌀 생산이 태국에 이어 2위, 고무는 말레이시아 다음으로 2위, 커피도 브라질에 이어 2위라 한다. 그밖에 동남아국가들 중 한국과 제일 유사한 생김새와 문화를 지닌 곳이 베트남이라고 한다.



가이드의 설명대로 베트남 북부는 1 천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아왔기에, 오랜 세월 중국인들과 섞여 살아온 것 같다. 때문에 그들은 유교를 숭상해 지금도 부모 섬김을 당연시 하며, 자녀들의 교육에도 남다른 열정을 지니고 있다한다. 무엇보다도 베트남 사람들은 오랜 역사 속에서 수많은 외세를 물리쳤다는 자긍심이 무척 강한 민족이라고 전한다.  


이러한 역사성 때문인지 북베트남의 사람들은 베트남 남방과 달리 중국인을 많이 닮아 있었다. 한국인을 포함해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쇠 젓가락을 사용하며, 조상의 제사를 모신다는 베트남 사람들은 유교문화가 물씬 느껴지는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었다.  


하노이 --> 닌빈 땀꼽 --> 하롱베이

□  닌빈(Ninh Binh)  


4월 29일(월) 9시 30분 하노이를 출발, 100km를 달려 하롱베이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닌빈에 도착한다. 여기서 배를 타고 땀꼭까지 갈 수 있다. 닌빈은 하노이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으로, 오랜 고대왕조의 수도이자 유적지이다.


1858년 나폴레옹 3세의 다낭공격으로 1884년에 전국토가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었고 1973년 파리의 휴전협정이 성사돼 외세가 물러날 때까지 이곳 닌빈은 민족정기와 독립정신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한 곳이며 지금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으로 여행자의 발길을 잡고 있다. 닌빈에서 현지식으로 점심을 마치고 땀꼭 선착장으로 향한다.


땀꼭(Tam Coc) 선착장

  하늘로 뻗은 협곡, 땀꼽(Tam Coc)


닌빈에는 땀꼽이라는 아담한 지하 동굴이 있다. 카르스트 지형으로 강과 기암 괴석이 조화를 이루는 닌빈지역중에서도 땀꼽은 육지의 하롱베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이다.  



영화 "굿모닝 베트남" 촬영지이기도 했던 닌빈은 수많은 석회암 봉우리들이 멋지게 솟아 있는 곳이다. 땀꼽(Tam Coc)은 '세 개의 동굴'을 의미하며, 실제 땀꼽에는 항카(Hang Ca), 항하이(Hang Hai), 항바(Hang Ba)라는 이름의 동굴이 있는데 석회암지형이 만들어낸 작은 동굴이다.



이곳은 논과 강을 배경으로 겹겹이 펼쳐진 석회암지형이 매력적인 곳으로, 호아루 선착장에서 대나무로 만든 삼판배를 타고 수로를 따라간다. 삼판배사공은 인근에서 농사를 지으며 뱃사공 부업을 Two Job으로 하는 동네 아낙네들이라 한다.


두 아들을 공부시킨다는 아줌마사공은 1시간가량 노를 저으며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힘든 표정 하나 없이 서툰 한국말로 친절히 말을 걸어온다. 뱃사공에게는 개인당 별도의 팁을 1$씩 건네준다.



강을 오르다보면 바위산들이 보이고 60m정도의 동굴이 나타난다. 배를 타고 동굴로 들어가자 멋진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물줄기가 흘러드는 동굴들은 그 형태가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따가운 여름 햇볕을 피해 머리를 숙이고 작은 굴속으로 배를 드리우니  서늘한 냉기가 잠시 무더위를 식혀준다.



땀꾭은 하롱베이에 비해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여유로운 풍경을 볼 수 있으며, 강물이 얕은 곳에서 현지인들이 농사를 짓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삼판 배를 타고 수초가 가득한 낮은 수심의 강을 따라 올라가는 땀꼽 동굴투어는 평화로운 베트남 시골풍경을 느끼게 한다.



▶  생동감 넘치는 하롱베이 야시장


13시 30분, 닌빈을 출발해 고속도로를 타고 [하이퐁]을 거쳐 [하롱베이]로 향하는데 4시간 20분을 달리는 동안 가이드의 구수한 입담으로 지루함을 달래본다. [하노이]는 송꼬이 강(紅河) 굴곡에 있어 하내(河內)라는 뜻으로 1,000년을 이어온 베트남의 수도라 한다.


닌빈(Ninh Binh)은 협곡이라는 뜻으로 현대자동차 조립공장이 그곳에 있다 한다. 또한 베트남은 세계16위 원유 생산국이지만 자체정유시설이 없어 SK에서 원유를 정제해주며 생산원유의 4%를 가져간다 한다. 하롱베이에 도착해 삼겹살 저녁식사 후, “HERITAGE HALONG”호텔에 여장을 풀고 야시장으로 나가본다.



야시장 뒤에는 바닷가 모래밭이 있어 밤이 되면 하롱베이 사람들은 야시장과 백사장으로 모여든다 하니, 이곳에서 베트남 서민들의 생활을 엿볼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 야시장은 관광객을 위한 쇼핑센터였다.



다양한 생필품과 온갖 짝퉁상품을 팔고 있는 야시장은 열대과일과 기념품을 사거나 아이쇼핑을 하는 사람들과 밤바다를 거니는 연인들로 가득해 늦은 시간까지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베트남에 오면 반드시 사가야 할 것이 커피라고 한다.



베트남 커피는 100년간 식민지를 삼았던 프랑스가 수탈 목적으로 심었는데, 지금은 커피가 베트남 수출 효자품목이 됐다. 브라질에 이은 세계2위 생산국인 베트남 커피는 국내 동서식품이 전량을 수입해 가공한다고 한다.


많은 커피 중, 인스턴트 커피인 "G7"이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고 하는데, 호텔에서 서비스해주는 G7의 향기는 아라비카 느낌처럼 구수하고 달콤하다. 야시장에서 G7은 1통에 2.50$로 저렴한 가격인 것 같다.



또한 베트남에는 특별한 커피 향과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찾는 다람쥐똥 원두커피가 있다. 다람쥐똥 커피는 과육상태가 가장 좋은 상태에서 커피과육을 다람쥐들이 먹는 것을 보고, 그 시기에 커피농장에서 커피를 채취해 가공한 커피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밖에 인도네시아의 고양이똥 커피가 유명하다면, 세계에서 제일 비싼 커피는 코끼리 배설물을 이용한 태국의 코끼리똥 커피라고 한다. 방콕의 어느 호텔에서는 코끼리똥 커피 1잔에 25$이라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베트남 콘삭 커피

다람쥐똥 커피는 야시장보다 출국할 때 면세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저렴하고 1통(100g)당 3.00 $이다. 알뜰 쇼핑을 끝내고 호텔방에 들어서니 하롱베이 밤바다가 불빛에  아련히 몸을 드러내 보인다. 내일 여행은 온종일 하롱베이 비경으로 채워진다고 하니 늦은 밤, 잠 못 드는 꿈자리마저 설레 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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