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연재 기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주 Aug 19. 2018

아프리카 지척기(04)

시원(始原)의  땅,  암보셀리


■  아프리카 地跖記(04)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아침은 15°C 가을 날씨로 6월 하순부터 겨울이 시작된다고 한다. 예상대로 첫날 여정은 나이로비 시내교통 혼잡으로 출근시간 전 이동해야 일정에 차질이 없기 때문에 이른 이침부터 강행군으로 이어진다. [07:00] 출발일정을 통보받고는 새벽4시 잠에서 깨어 Oat meal Milk , Fried egg와 구수한 커피를 들며  아프리카 첫 출발을 시작한다.


암보셀리 가는 길

일행은 4대의 사파리차량에 나눠 타고 [암보셀리]로 향하는데, 케냐에서 3일간 사파리 게임드라이브를 진행할 선두 1호차 가이드 레인저(Ranger)는 능숙한 한국말과 익살스런 표정으로 자신이 케냐의 “이기동”이라 소개해 폭소를 자아냈다. “사랑아프리카”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는 레인저는 운전석 앞에 “부자 되세요”라는 복조리를 매달아 놓았다.  



복조리를 걸어놓은 까닭을 물어보니 현지여행사 사장이 한국인이며 자신은 20년 경력의 사파리드라이버 베테랑이라 한다. 2차로를 달리는 차량 밖은 안개가 자욱해 앞이 잘 보이질 않는데 KBS 로고가 새겨진 버스가 눈에 띄어, 반가운 마음에 나이로비에 KBS지사가 있는지 물어보니 이곳의 KBS는 “Kenya Bus System”이라 하여 또한번 웃음바다를 이룬다.


□  시원(始原)의 땅, 암보셀리   


나이로비 남동쪽으로 탄자니아 국경을 따라 250km 떨어진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편도 1차선으로 5시간을 이동한다. [암보셀리]는 마사이족의 생활터전이자 아프리카 코끼리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케냐탄자니아 국경에 자리한 [킬리만자로]가 전망이 좋은 곳에 위치해 헤밍웨이가 [킬리만자로의 눈]을 집필했던 곳이기도 하다.



케냐는 빈부격차가 심해 저소득층들은 한국의 50~60년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1시간 남짓 달려오니 도로변 드넓은 초원에 아카시아가 널려있는데 목이 긴 기린은 초원의 풀을 뜯을 수 없어 아카시아 나뭇잎을 먹는다고 한다. 에어컨이 없는 사파리 차량은 화물트럭들이 내뿜는 매연으로 창을 열수 없어 답답함이 더해진다.



케냐 남동부에는 몸바사(Mombasa) 항구가 있기에 케냐를 거쳐 우간다 등 아프리카 내륙으로 들어가는 수입화물을 실은 대형트럭들이 도로에 넘쳐나고 있다. 2시간쯤 달려 휴게소에 들리니 어느새 안개 걷힌 파란하늘이 초가을을 실감케하는데, 문득 암보셀리에 도착하면 킬리만자로를 한눈에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초원 뒤로 펼쳐진 킬리만자로

잠시 머무는 휴게소는 허름한 아프리카 기념품 가게인데,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을 찾으니 변기통이 없는 옛날식 화장실 모습이다. 양철지붕을 얹은 화장실 입구에는 케냐국기를 상징하는 검정, 빨강, 초록 3색 문양과 머리를 찧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양철지붕 화장실

이어달리는 초원주변 길가에는 온통 옥수수가 심어져 있는데 케냐인은 옥수수 재배와 목축으로 살아가고 있는 듯 여겨진다. 끝 모를 초원에 나지막한 산등성이를 배경으로 간혹 기린원숭이가 눈에 띄는데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별도의 인위적인 벽이나 철책이 없기에 공원에 도착하기 전부터 야생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길가에 허름한 가게들과 수박, 토마토를 팔고 있는 아낙네들의 풍경이 정겹게 다가온다. [암보셀리]로 가는 길은 파란하늘과 뭉개 구름아래 푸른 초원과 동거하는 하얀 야생화 군락들로 초원의 풍성함이 더해지며,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황토 흙 빛깔 또한 대자연의 서사시를 쓰고 있는 듯 여행의 설렘을 만끽하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암보셀리를 앞두고 20km를 더 들어갈 때쯤, 온통 흙먼지가 시야를 가리고 덜컹거리는 차량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는데, 이 또한 아프리카 사파리의 묘미라 여겨진다. [Amboseli Sopa Lodge]에 도착해 잠시 로비에 머무는 동안 롯지 주변을 둘러보는데  널따란 카페에서 바라보이는 들녘풍경은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 내린다.  


롯지 카페

[소파 롯지]에는 여행객을 위한 “스페셜 가이드”가 안내를 돕고 있는데 그의 키가 육척장신에 이른다. 마사이족은 남성과 여성을 합친 평균 신장이 177cm로 매우 큰 키를 자랑하며 보폭도 크기 때문에 푸른 목초지와 물을 찾아 소떼를 몰고 아주 먼 거리를 힘들지 않게 이동한다고 한다.  


마사이족 가이드

[12:00] 숙소를 배정받고 배낭을 정리한 뒤 롯지 풍경을 찍고자 문을 여는 순간, 문 앞을 서성이는 원숭이를 보고 깜짝 놀랐지만 내가 진정 아프리카에 와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짜릿함이었다. 원숭이도 놀랐는지 이내 방향을 틀어 정원 숲으로 달아나 여객(旅客)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Amboseli Sopa Lodge]는 전기가 17시~24시까지, 온수는 19시까지 공급되기에 서둘러 샤워를 마쳐야 했다. 짐을 넣어주는 포터는 객실이용을 안내하며 숙소에 3개 침대가 있는 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데, 화장실 쪽은 마마 침대이고, 문 쪽은 파파, 창가 쪽 침대는 “마마&파파”라며 검은 미소를 흘리더니 이내 방을 빠져나간다.



▶  마사이 부족마을 


암보셀리 국립공원 주변에는 마사이부족이 살고 있어 그들의 생활상이 펼쳐져 있다. 롯지식 점심을 마치고 휴식을 취한 뒤 숙소로 부터 20여분 떨어져있는 [마사이 부족마을]을 방문했다.



케냐와 탄자니아에 살고 있는 마사이 부족은 다른 부족과 달리 옛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기에 곳곳에 마사이마을 투어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들의 삶에 방식은 자본주의 문화에 편승하며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전락돼 버리고 말았다.



마사이부족 사람들은 양쪽 볼에 동그란 흉터자국이 있는데, 마사이족들은 전통적으로  5~6살이 되면 동그란 모양으로 만든 철사를 불에 달구어 얼굴에 화상을 입혀 마사이족이라는 낙인을 찍는 다고 한다. 이러한 표식으로 마사이족은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을 여권 없이 넘나들 수 있다고 한다.



1인당 20$을 별도로 지불하고 부족일원 안내로 1시간가량 마을을 둘러보는데, 200여명이 살고 있는 마을부족은 여행객을 환영하는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마사이족은 멀리서도 같은 부족임을 알 수 있는 밝은 색의 옷을 좋아하는데 특히 빨간색을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부족들은 다함께 원을 돌며 여행객들을 반기더니 갑자기 높이뛰기 점프를 하는데 마사이족 남자들은 여성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더욱더 높이 뛴다고 한다. 이어 마사이족 토담집을 둘러보는데 모든 집에는 문이 없다. 토담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부엌을 중심으로 2개의 방이 있는데 왼쪽은 아이 방, 오른쪽이 부부 방인데 역시 문이 없다.



토담집은 부족여자들이 3개월에 걸쳐 직접 소똥을 섞어 짓는다고 한다. 집은 창문이 없어 대낮에도 캄캄하고 답답하지만 생각보다 아늑하고 따뜻해 보였다. 오른쪽 벽에 작은 구멍 하나가 유일한 창문이며 모기를 막기 위해 조그만 구멍 하나만 만든다고 한다.


토담집 부엌

부족들은 단단한 나무와 불쏘시개를 이용해 나무를 비벼대 바로 불을 지피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사이 전통약초도 팔고 있다. 마사이족들은 이동생활을 하기 때문에 급한 경우 응급치료를 받기 어려워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약초들로 치료를 하고 있다.



마을소개가 끝나면 부족 아이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있는데 헐벗었던 50년대 소시적 모습에 가슴이 저미기도 했다. 이어지는 토속공예품 노상 판매대에는 날카로운 사자 이빨로 만든 목걸이 등을 팔고 있는데, 수익금을 자녀교육비로 쓴다고 하지만 물건을 사는 사람이 없자 기념품을 사달라고 물건을 들이밀기도 한다.



□  암보셀리 국립공원(Amboseli National Park)


이어 본격적인 사파리에 나서는데 차량들은 줄지어 사냥터로 나가듯 황토먼지를 일으키며 울퉁불퉁한 흙길을 시속 40km로 달리기 시작한다. 먼지를 뒤집어 쓴 채 10여분을 달려 국립공원 정문을 통과하니 상상속의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암보셀리 국립공원 정문

 [암보셀리]는 적도에서 남쪽으로 225㎞ 떨어져 있지만 해발 1,070m에 위치해 비교적 선선했다. 케냐는 사파리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통상 사파리를 떠올리면  테마공원에서 진행하는 야생동물들을 둘러보는 과정을 떠올리게 되는데 [Safari]란 본래 스와힐리어로 여행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사파리는 보름이상 걸리는 아프리카 원정이나 총을 들고 맹수를 찾아 수렵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4륜 지프를 타고 맹수를 관찰하거나 동물들을 찾아보며 사진을 찍는 행위도 사파리라 불려진다.  



아프리카 현지에서는 이러한 사파리를 [게임 드라이브]라고 부르는데 이는 야생동물을 찾아다니거나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아프리카 초원을 누비며 대자연과 심신이 동화되는 짜릿함에 빠져들어 본다.


임팔라

마사이마라 고유어로 먼지를 뜻한다는 [암보셀리] 드넓은 평원에는 탐방객에게 더 많은 경험을 전해주기 위한 가이드(Ranger)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그들은 수시로 무선 햄(Ham)으로 동물 이동정보를 주고받으며 움직이는데, 주변에는 이동하는 코끼리 무리를 촬영하려는 차량들이 비포장 길 적지(適地)에 차를 대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16:00]경 출발해 이어지는 사파리는 TV에서 보았던 광활한 평원과 야생동물들을 촬영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사파리 매력에 푹 빠져버린다. 특히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임팔라얼룩말, [암보셀리]에 가장 많은 코끼리 떼가 이색적이며 특히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나무 위에 올라있는 사자의 자태가 환상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나무 위 사자

사자는 나무에 오르는 일이 거의 없는데 유독 암보셀리 암사자만이 나무에 오른다고 한다. 게임드라이브 중 코끼리나 맹수가 차량으로 접근하면 위험하기에 여행자들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에서 동물들을 쫓는 사파리 차량위로 얼굴을 내밀며 킬리만자로를 숨긴 구름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느껴본다.



킬리만자로 주봉(主峰)은 원래 암보셀리에 속해있던 케냐 땅이었는데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자신의 조카인 독일 빌헬름 2세에게 킬리만자로를 생일선물로 넘겨주며 탄자니아로 넘어갔다고 한다. 따라서 킬리만자로의 멋진 자태를 멀리서 한눈에 보려한다면 케냐의 [암보셀리 국립공원]으로 가야 한다.


누 떼

아프리카 최고봉(5,895m)인 킬리만자로 산자락에 위치한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392㎢로 평원, 아카시아 숲, 용암, 늪, 초지, 호수, 경사지대 등 7개 구역으로 나뉜다. 킬리만자로의 계곡물이 암보셀리 평원에 솟아나와 습지를 형성하며 야생동물의 낙원이 되어 코끼리 무리가 목욕을 하고 물새들도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버팔로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킬리만자로 눈이 녹아내리면서 암보셀리 국립공원의 습지가 점차 확대되고 있어 건조기 때면 더 많은 초식동물들이 물을 찾아 몰려들고 있다 한다. 이번여행을 계획하며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민 킬리만자로 만년설을 배경으로 코끼리 떼의 이동풍경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해 왔다.



하지만 암보셀리 사바나에서 킬리만자로는 늦은 오후나 이른 아침 잠시 모습을 드러내다가 구름에 가려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고 한다. 흰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여행자의 희망사항일 뿐, 하늘은 푸르게 개였지만 야속하게도 킬리만자로의 자태는 회색구름에 가려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느새 하루해가 저물며 붉게 내려앉는 아프리카 석양이 [암보셀리]와의 작별을 알리고 있는데, 물끄러미 아프리카 대평원을 바라보며 [킬리만자로의 표범] 노랫말을 떠올려 본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나는 썩은 고기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보다는 산정높이 올라가 굶어 얼어 죽은 눈 덮인 킬리만자로 표범이고 싶다.”


눈 덮인 킬리만자로 표범  

[18:00]를 넘겨 국립공원을 빠져나와 숙소로 돌아가는데 가이드가 갑자기 킬리만자로가 모습을 드러냈다며 차를 멈춰 세우니, 모두들 환호를 지르며 차에서 내려 셔터를 눌러대기 바빴다. 하지만 킬리만자로 주봉(主峰)은 짙게 드리운 구름 속으로 이내 사라지고 좌측 [사라봉]만이 구름을 뚫고 나와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킬리만자로 주봉(우측)

[Sopa Lodge]에는 각방에 미니금고가 비치돼 있고 저녁에는 모기약을 뿌린 뒤 모기장을 쳐준다. 숙소 벽에는 등잔불 같은 조명시설과 아프리카 전통느낌에 문향이 그려진 목각이 있어 마치 아프리카 부족장의 방인 듯 느껴진다. 서둘러 다음날 이동할 짐을 챙긴 뒤 테라스의 희미한 가로등 불빛아래 앉아 아프리카의 푸근했던 첫날 풍경을 가슴에 담아 넣는다.





Still Image





Extra Shooting




        




매거진의 이전글 아프리카 지척기(0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