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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Aug 21. 2018

아프리카 지척기(05)

야생조류의 보고,  나이바샤


■  아프리카 地跖記(05)     

 

6월 23일(토) 여정의 시작인 [암보셀리] 새벽 5시 기온은 12°C 이다. [06:00]부터 식당을 오픈하는데 성미 급한 한국인들은 이전부터 도착해 테이블을 정해 앉아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식당 옆에 펼쳐진 정원 잔디위로 새벽 여명에 기지개를 켜는 킬리만자로가 아침햇살에 환하게 웃음 짓고 있다. 


AM 06:18

▶  킬리만자로 아래 서다     


성급한 마음에 아침식사를 대충 끝내고 수시로 모습을 달리하는 킬리만자로 촬영에 몰입하는데, 하얀 눈을 머리에 얹은 눈부신 아프리카 설산 앞에 서니 벅찬 감동이 솟아오른다. 백두산 천지 조망과 독도 접안(接岸)은 3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 하는데, 또렷이 떠오른 킬리만자로 또한 장산설봉(壯山雪峯)의 신기(神氣)에 견주어지는 순간이었다.


AM 06:23

맑은 날에도 구름에 가리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검은 아프리카 흰 설산(雪山)의 온전한 형체를 떠나는 날 볼 수 있었기에 더욱 감동이 컸다. 킬리만자로는 아침햇살을 받게 되면 하얀 눈이 붉은 빛으로 반사되는데 이때 더욱 황홀한 경치(Splendid Scenery)가 드러난다며 롯지의 스페셜 가이드가 귀띔해 준다. 


햇살에 반사돼  붉어진 킬리만자로 (AM 06:38)

“Good luck Today”를 연발하는 가이드 레인저는 킬리만자로를 배경으로 여행객들의 멋진 모습을 친절히 찍어주며, 겨울 초입인 6월에는 선명한 킬리만자로를 보기 쉽지 않다고 전한다. 


AM 07:08

[07:00] [나이바샤]를 향한 사파리 차량에 올라 롯지를 벗어나자 킬리만자로가 마지막 작별인사를 전하듯 해맑은 모습을 또다시 드러내기에 잠시 차를 멈춰 세우고 설산을 배경으로 멋진 추억을 담아 넣는다. 


AM 07:10

□  나이바샤 국립공원(Lake Naivasha National Park) 


나이로비를 벗어나 북서쪽으로 약 80Km에 위치한 [나이바샤 국립공원]은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Great Rift Valley)의 해발 1,890m 고지대에 위치한 대표적인 민물호수로 “거친 물”을 의미하는 마사이어에서 유래한다. 당초 암보셀리로 내려왔던 길을 되돌아 나이로비를 향해 달려가는데 편도1차선 도로에는 90%가 화물트럭이다.


좁은 도로에서 앞차를 추월하는 것이 녹녹치 않지만 수시로 추월을 반복하지 않으면 제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는 도로사정으로 예정보다 이동시간이 길어질 듯 보인다. 도로에는 간혹 교통경찰이 화물차를 세워놓은 광경이 보이지만 과일과 생수를 파는 헐벗은 사람들은 아랑곳없이 달리는 차량에 다가가 판매에 열중하고 있다. 



2시간을 달려오니 쌓인 피로가 밀려와 잠시 잠을 청해보지만 쉽사리 잠이 오질 않는다. 4대의 차량으로 이동하는 사파리 레인저는 무선 햄(Ham)으로 차량정보를 수시로 주고받으며 앞차를 추월해간다. 여행 첫날 그토록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끝없는 초원은 만 하루가 지나며 더 이상 이색적인 풍경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1차 휴게소

달리는 도로주변에는 CHINA라 쓰여 진 화물보관 대형 창고도 눈에 띈다. 3시간 반을 달려와 주유소에서 잠시 휴식을 갖는데 휴게실에는 아메리카노 싱글이 1.75불이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길에는 새로운 도로가 포장공사 중인데, 정상속도로 달릴 수 없는 현재의 열악한 도로사정으로 아프리카 여행은 더욱 인내와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2차 휴게소

4시간을 달려 나이로비가 가까워지니 편도 3차선으로 넓어지며 차량소통이 원활해지는데, 달리는 차 대부분이 도요다 차량이다. 나이로비 외곽에는 50년대 수준의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있고 낡은 양철지붕 가옥들로 검은 대륙의 초라함이 느껴지지만,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과 소떼는 이름다운 자연의 푸르름을 더해주고 있다. 



케냐는 도로 길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초지인 까닭에 방목해 놓은 가축들이 흔히 보인다. 암보셀리에서 5시간을 달려와 [12:40] [그레이트 밸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언덕아래 풍경을 조망하는데, 전망대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의 척추인 리프트 밸리(Rift Valley) 주변지역의 광활한 초원을 감상한다.


그레이트 밸리에 바라본 초원

[그레이트 밸리]는 나이로비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다시 이동을 시작해 나이바샤 호수가 바라보이는 길로 들어서니 시원한 소나기가 여행객을 반기는데 [나이바샤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고지대이기에 서늘하게 느껴진다. 나이바샤로 들어가는 좁은 도로는 여기저기 크고 작은 구멍이 패여 운전을 거슬리게 한다.


Naivasha Sopa 로비

7시간을 달려 [14:00] Naivasha Sopa 리조트에 도착해 뒤늦은 점심을 드는데 리조트 식당과 로비의 분위기가 매우 고급스러워 보인다. 로비와 연결돼있는 정원에는 하늘로 치솟아 있는 선인장 숲이 눈길을 끄는데 멋진 로비 카페에 잠시 머물며 커피한잔에 휴식을 취한 뒤 [15:00]부터 사파리를 시작한다. 



▶  걸어서 즐기는 워킹 사파리


[나이바샤 국립공원]은 화산이 폭발할 때 생긴 호수공원으로 야생조류의 보고(寶庫)로 유명한 곳이다. 아카시아 가로수가 늘어서 있는 나이바샤에 도착하니 새들의 천국인 호수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이바샤 국립공원의 [크레센트 아일란드]는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며,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걸어서 초식동물을 찾아보는 워킹 사파리 코스이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선원들은 “잠보”로 인사말을 건네며 반가워한다. 이곳은 순천만 갈대밭처럼 습지보호구역으로 수변을 따라 수중동물들과 물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호수 선착장에서 모터보트에 올라 하마 서식처를 둘러보기 위해 보트 사파리를 하며 호수주변 녹지 등을 둘러보는데, 멋진 모습으로 비상하는 펠리컨과 나뭇가지 위에 앉아 물에 젖은 깃털을 말리느라 날개를 펄럭이는 가마우지가 탐방객의 시선을 빼앗는다. 간간히 하마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는 호수에는 평화로운 햇살이 빛나고 있었다.


호수공원 하마

물속에서 잠망경을 걸친 듯 보이는 하마 무리들이 얼굴을 내밀며 보트 위 이방인들을 감시하다가  카메라 셔터소리가 거슬리는 듯 귀를 털어내기도 한다. 호수주변의 물수리가 여행객들을 내려다보며 앉아있는 커다란 고목은 온통 가마우지 분변(糞便)으로 하얗게 덮인 채 메말라 죽어있다. 물살을 가르며 20여분쯤 달려와 [크레센트 아일란드]에 도착했다. 


크레센트 아일란드 선착장

▶  크레센트 아일랜드(Crescent Island) 


나이바샤 국립공원 호수 가운데에는 워킹 사파리를 즐기기 좋은 작은 초승달 모양의 동물보호구인 [크레센트 아일랜드] 반달 섬이 있다. 이태리와 스페인의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는 이 섬은 보트를 타고 이동하기에 [암보셀리]나 [마사이마라]처럼 드넓은 지역에서 동물을 찾아다니는 드라이브 사파리와 비교할 때 너무 편안한 여행지이다.



6km 둘레인 반달 섬에 올라 동물들과 가까이서 함께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순간, 하늘가득 새들의 울음소리가 청아한 공기를 흔들며 탐방객들의 관심을 끌어 들인다. 보트에서 내려 초원이 펼쳐진 섬에 오르니 임팔라 톰슨가젤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모습이 보인다. 



반달 섬은 맹수들이 없는 보호구역이기에 초식동물들이 더욱 평온해 보인다. 호수둘레가 50km에 달하는 나이바샤 국립공원은 수량이 풍부하고 넓은 숲이 발달돼 있어 아프리카 초식동물의 작은 왕국을 이루고 있었다. 



사파리코스 길목에는 장대만한 기린들이 한가롭게 아카시아 나뭇잎을 뜯어먹고 있는데, 멋진 포즈를 담기위해 가까이 다가가 경쟁적으로 셔터를 눌러대는 탐방객들은 분주하기만 하다. 



케냐 유일에 워킹 사파리가 가능한 이곳은 차량을 타지 않고 기린과 톰슨가젤에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으며 특히 섬에서 내려다보는 나이바샤 호수가 환상적이다. 특히 [아웃 오브 아프리카] 배경지로 유명한 이 섬에는 당시 영화촬영을 위해 기린과 얼룩말 등 초식동물들을 데려다 놨는데 현재 그 동물들의 후손들이 살아간다는 것이다. 



동물들과의 접근이 자유로운 이 섬은 1시간가량 걸으며 푸른빛 가득한 호수와 초원동물들을 배경으로 멋진 추억을 담아내기에 더 없이 편안한 곳이었다. 


누(Gnu) 떼

 길지 않은 시간에 기린와일드 비스트톰슨가젤임팔라얼룩말(Gnu) 등을 살펴보는데 이곳에는 유일한 육식동물인 하이에나가 살고 있다고 한다. 



아쉬움을 남긴 채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도중 하마 서직지로 이동해 선원들은 휘파람으로 하마를 불러보는데 대여섯 마리의 하마들은 물줄기만 뿜어내며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호수에 둘러싸인 [나이바샤]는  [암보셀리]와 전혀 다른 느낌에 사파리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Naivasha Sopa Lodge]는 84개 객실을 갖춘 리조트로 만화영화 "스머프" 집이 연상될 만큼 원시자연 경관과 잘 어우러진 커다란 홍색 지붕아래 수영장과 스파(Spa), 웰니스(Wellness) 센터까지 갖추고 있다. 


롯지 숙소

특이한 것은 밤이 되면 인근 늪의 하마가 나타나기에 숙소를 오갈 때는 룸 인터폰으로 “시큐리티”를 호출해 경호를 받아야 한다. 잠시 숙소에 머무는 동안 러시아 월드컵 한국과 멕시코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저녁시간 디너 홀에는 로비를 오가는 흑인가수가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를 하며 흥을 돋우고 있어 그에게 다가가 추임새를 넣으며 함께 분위기를 맞춰본다. 식사가 끝나갈 쯤 흑인가수는 식당을 돌며 “라이온 킹”을 열창하는데 아프리카를 찾은 세계 여행객들도 익숙한 노래에 맞춰 손뼉을 치며 즐거움을 나눈다. 



[나이바샤 소파] 리조트에는 한밤중 방 앞에 하마가 나타나 아프리카 야생의 짜릿한 놀라움을 선물하기도 한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어두운 숲길을 항해 Security Guard가 손전등을 비추는데 넓다란 정원을 어슬렁거리는 하마를 확인하는 순간 또다시 아프리카의 짜릿함에 빠져들고 만다. 


한밤중 롯지정원 하마

나이바샤 역시 시원(始原)에 시간이 멈춰서있는 곳이었다. 밤늦은 시간, 훼손되지 않은 아프리카 자연과 동물들의 공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느껴보면서 하루에 피로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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