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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Aug 24. 2018

아프리카 지척기(07)

Out of Africa  카렌 기념관


■  아프리카 地跖記(07)


6월 26일 나이로비 일정은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한다. 이른 아침 산책을 나오니 밤새 비가 내려 신선하기는 하지만 기온차가 큰 탓에 쌀쌀하게 느껴진다. 숙소주변을 돌아보니 [Safari Park] 호텔은 드넓은 정원 숲과 함께 아프리카 전통 2층 방갈로 양식의 596개 객실을 갖춘 매머드급 호텔이었다.



여러 개의 수영장과 테니스코드가 보이는 호텔에는 여기저기 수백 년 되어 보이는 고목들이 숙소와 잘 어우러져 있고 객실마다 [동물그림]이 붙여져 있는 것이 이채롭다. 이곳은 국내 파라다이스 그룹이 1974년부터 투자해 경영을 해오다 얼마 전 인도인에게 매각했는데 호텔총괄 지배인은 여전히 한국인 여성이라 한다.



수영장 옆에 있는 뷔페식당은 5성급 호텔답게 음식종류가 많고 맛도 좋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이 경영했던 호텔이었기에 맛깔스런 김치도 보인다. 1시간 늦춰진 출발로 여유로운 아침식사를 하며 어느새 익숙해진 “패션 후르츠”를 맛보고 구수한 케냐 커피도 즐겨본다. 이어 동부 아프리카 허브인 [나이로비 시티투어]에 나선다.



출발 전 케냐 대통령의 급작스런 호텔 방문으로 아침 집결장소가 바뀌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이 또한 즐거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08:30] 버스에 오르며 가이드의 설명이 시작되는데, 케냐관광객 비중은 인도, 중국, 한국 순인데 케냐 사람들은 시끄러운 중국인을 좋아하지 않으며 최근에는 인정 많은 한국인을 좋아한다고 한다.   


숙소 베란다

최근 나이로비는 변두리에도 까르푸와 같은 대형쇼핑몰이 들어와 생필품 품질이 나아졌다고 한다. 케냐는 오바마 미대통령 부친의 고향으로 유학시절 결혼했던 부친은 학자였으며 미국인인 모친도 400여년 전 버지니아에 살았던 아프리카 노예의 후손이라 한다. 오바마는 임기 마지막 해인 2014년 조상의 땅 케냐를 방문했었다.


사파리 파크 호텔 숙소

현재 아프리카에는 중국이 기관투자를 하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한다. 때마침 대한민국도 이낙연 국무총리가 7월 19일부터 7일간 케냐, 탄자니아, 오만 3개국을 방문했는데 이제 한국도 아프리카와 교류협력을 늘려가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케냐에는 이슬람 테러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관광지마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경계를 서고 있다.

      

▶  나이로비 전망대

     

시내로 가는 길은 넘치는 차량들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보니 차량매연으로 공기가 매우 탁하다. 케냐는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이 아직도 50년대 헐벗은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그나마 다른 아프리카 나라보다는 나은 편이라 한다. 최근 부를 이룬 소수의 사람들은 부동산 졸부일 뿐 일반인이 상류층으로 진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시내투어는 차창관광으로 대신하며 나이로비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로 향한다. 지난날 백인들은 쾌적한 기후와 원활한 물류수송 항구를 갖춘 나이로비를 중심으로 “화이트 하일랜드” 지역을 형성해 동아프리카의 중심적 대도시로서 지위를 확립했다. 협소한 전망대 언덕에 오르니 시내 로터리 아래 [우후루 공원]이 내려다보인다.



나이로비 시내전경을 바라보니 멀리 높은 빌딩들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뷰 포인트 우측에 UFO처럼 둥근 탑 건물이 나이로비 최고층 랜드마크 빌딩인 KIC(케냐 국제컨벤션센터)이다. KIC를 중심으로 좌측에 시청사가 있고 우측에는 시계탑 건물인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현재 시내공사 중인 신축빌딩은 대부분 중국인들이 참여하고 있다한다.


□  카렌 블릭센 기념관 (Karen Blixen Museums)    

 

나이로비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20㎞정도 달리면 “카렌지역”이 나타나는데, 이곳에 카렌이 살던 집을 개조한 [카렌 블릭센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으로 가는 길목에는 온통 카렌을 빗댄 간판들이 즐비한데 그 까닭은 카렌이 이곳에 살면서 원주민들의 교육과 의료에 온힘을 쏟았기에 그녀에 대한 좋은 평이 지금껏 이어지기 때문이라 한다.   



당시 유럽열강들은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기위해 혈안이 돼 있었기에 백인들에게 아프리카 원주민은 노예대상일 뿐이었다. 하지만 덴마크에서 건너온 카렌은 선교사적 열정을 갖고 아프리카 사람들을 교화하려고 애썼다. 이곳은 노벨문학상 후보에 2번씩이나 올랐던 작가 카렌이 1914부터 17년간 커피농장을 하며 살았던 집이다.   



1937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을 배경으로 한 영화 「Out of Africa」가 1985년 이곳에서 촬영돼 케냐 최고의 관광명소가 되었다. 영화에 나오는 [마사이마라]에서의 사냥장면과 기린 등의 동물배경은 실제로 나이바샤 [크레센트 반달 섬]에 옮겨다 놓고 촬영한 것이라 한다. 기념관 입구의 넓은 땅들은 1920년대 모두 커피농장 이었다고 한다.  



이곳은 60만평의 커피농장과 흑인학교가 지어졌던 곳으로 사업과 사랑에 실패한 그녀가 1931년 덴마크로 돌아간 후 케냐정부에 의해 보존되다가 현재는 관광객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를 가슴에 간직한 채 아프리카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 아프리카에서 지내던 추억을 회상했던 여인의 그리움이 배어있는 곳을 둘러본다.



6,000여 평의 넓은 부지에는 기념관과 정원이 들어서 있는데 건물 안에는 당시 카렌이 사용했던 가재도구와 영화촬영 소품들이 진열돼있어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해 오스카상을 수상했던 영화 속 건물 안으로 줄을 서서 들어가 보니 통로가 좁고 실내가 영화 세트장보다 작아 보인다.



각 방에는 살림도구가 잘 보존돼있어 20세기 초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당시 사용했던 침실, 거실, 서재, 주방 등의 살림살이는 지금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화장실 대신 들고 가서 치우는 좌변기가 1950년대 우리네 요강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기념관내 가구들은 사진촬영이 가능하지만 일부 전시품과 플래시 촬영은 금지돼 있다.



「영화 속 [데니스]는 “우리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다.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라는 메시지를 [카렌]에게 남겼지만 그녀는 자신이 모든 것을 잃고 데니스 마저 세상을 떠난 뒤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달으며 뒤늦게 아프리카 그 자체만을 사랑하게 되었다」라며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잊지 못하는 방문객들에게 잠깐 영화를 소개해 주기도 한다.  



「Out of Africa」는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광을 한껏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를 본지 오래돼 줄거리가 희미해진 사람들도 화면가득 펼쳐졌던 아프리카의 광활한 사바나 풍경과 무리지어 뛰노는 야생동물들의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카렌은 남편에 대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한때 신경쇠약으로 예민해 있던 카렌은 밖에 나가지 않을 때면 선박에 걸어놓는 수신호 램프를 창밖에 걸어놓고, 매일 자신의 심경을 램프를 통해 외부에 알렸다. 이때 밖에 머무는 집사(執事)는 붉은 램프가 껴있으면 주인의 심기가 불편한 것이고 파란 램프 조명이 달려있으면 기분이 좋은 상태임을 파악했다고 한다.



기념관 방에는 빈티지한 LP판 플레이어도 전시돼 있어, 그 시대의 분위기와 감동을 한껏 더해주었던 영화 속의 모차르트 협주곡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속에서 카렌과 데니스의 복엽비행기 장면에 나오는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는 모차르트가 남긴 2곡의 클라리넷 협주곡 중 한곡이며 그가 죽기 전에 완성한 곡이다.



이곡은 당초 크게 알려진 곡이 아니었으나 영화「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삽입되면서 대중들에게 사랑받게 되기도 했다. 작가 카렌은 영화의 여주인공인 “메릴 스트립”보다 실제로 더 미인이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지지만 관람객이 많고 사진 찍기에 바빠서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영화 속 복엽비행기

기념관 뒤쪽으로 나와 널따란 뜰 앞 언덕을 바라보니, 지난날 식민지에 대한 유럽열강 정복자들의 애틋했을 향수와 악명 높은 제국에 매몰돼 간 아프리카인들에 통한의 세월이 잠시 오버랩 돼 스쳐간다. 정원 뜰에는 당시 사용했던 트랙터와 철제 마차가 전시돼 있는데 1920년대 백인 정착민들의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영화를 보고 왔는데 며칠간 케냐에서 보았던 아프리카의 자연과 야생동물 풍경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식 도시락으로 점심을 마치고 나이로비 공항으로 가는 길에 차창멀리 세계3대 슬럼가인 키베라(Kibera)마을이 보이는데 나이로비 거주자 ¼이 슬럼가에서 월 100$이하로 살고 있다고 한다.


키베라 마을

대한항공은 2012년 6월 나이로비 직항 편을 운행했으나 적자누적으로 2년 만에 노선을 폐쇄했다고 한다. 나이로비에서 잠비아로 가기 위해서는 요하네스버그 공항을 거쳐야 하는데, 공항으로 가는 외곽도로는 나이로비 국립공원을 가로질러 있다. 나이로비 면세점을 둘러보니 요하네스버그 면세점보다 가격이 저렴해 보인다.


나이로비를 출발해 4시간을 날아오니 어느새 창밖 구름 끝에 짙은 황혼이 걸려있다. 트랙을 내려서니 초겨울의 서늘함이 느껴지는데 요하네스버그는 1,600m 고지대이기에 남아공에서도 특히 날씨가 쌀쌀했다. 이곳에서 하루를 묵기위해 숙소로 가는 길에  현지가이드는 남아공은 에티오피아와 함께 한국전쟁 참전국이라며 말문을 꺼낸다.


항공기 날개에 걸려있는 황혼

이어 “여행은 떠나기 전의 설렘이요, 떠나면 고생이지만 멋진 추억을 남겨준다”라며  아프리카의 유럽인 남아공 입국을 환영해 준다. 또한 남아공은 홍수환이 1974년 비행기를 5번 갈아타고 한국복싱 최초로 항구도시 더반(Durban)에 도착해 남아공 아놀드 테일러를 꺾고 WBA 밴텀급 챔피언이 되었던 아주 오래된 기억을 되살려 주었다.


아직도 가슴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의 뜨거운 한 마디,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장하다, 수환아! 대한민국 만세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 간의 스포츠는 온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는데, 6월 아프리카 여행 내내 저녁식사나 호텔로비에 잠시 머무는 동안에도 TV를 통해 러시아 월드컵을 곁들이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요하네스버그 [Holiday Inn Sandton] 숙소를 배정받아 짐을 정리 한 뒤 엿새간의 케냐 여정(旅程)을 되돌아본다. 아프리카 여행 중 1단계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함께 [킬리만자로]의 멋진 풍경과 영화「아웃 오브 아프리카」초원에서의 가눌 수 없는 사랑과 벅찬 감동을 떠올리며 아쉽기만 한 케냐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마감한다.  

             



Still Image


카렌 블릭센 기념관 얖에서


Extra Shooting                                                                      


아래 주소를 터치(클릭)하면, 영화아웃 오브 아프리카OST(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QAUSsO8_v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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