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연재 기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주 Aug 27. 2018

아프리카 지척기(08)

잠베지 강  선셋 크루즈 


■  아프리카 地跖記(08)


잠비아로 향하는 여드렛날 아침은 1시간 늦게 기상해 [08:00] 요하네스버그 공항으로 출발한다. 아프리카 여행의 특징은 나라마다 계절별 기온차이를 보이며 같은 지역에서도 밤낮 기온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역별, 시간대별로 옷을 바꿔가며 짐을 꾸리는 번거로움이 뒤따른다. 


하루를 머물렀던 [센톤]지역은 요하네스버그에서 가장 번화한 경제도시이다. 남아공은 자원이 풍부해 광공업이 특히 발달된 나라이지만 1994년 만델라 대통령 취임이후 흑인 대통령이 이어지면서 정부규제가 심해져 경제성장이 하락하고 있다. 또한 남아공은 중고차 수입이 금지 돼있고 최근에는 한국기업들도 철수하고 있다 한다.



각국마다 출입국 수속이 끝나면 제일먼저 찾는 공항 흡연실은 외국인과 나눠 피는 담배와 곁가지 환담이 늘 호기심을 자극한다. [10:40] 출발하는 잠비아 행 항공기는 전 좌석이 채워져 가는데 인도 탑승객들이 가장 많아 보인다. 마침 옆 좌석에 일본 여성가이드가 앉아 가는데 일본팀도 24명이 여행을 왔다고 한다. 


요하네스버그를 이륙해 1시간 반을 날아 리빙스턴 공항에 도착하는데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잠베지 강줄기가 보인다. 입국수속을 하며 연합비자(잠비아-보츠와나-짐바브웨)를 받는데 일처리가 하세월로 늦어 여행의 피로가 더해진다. 1시간쯤 지나 [잠비아] 공항을 빠져나와 국경을 통과한 뒤 [짐바브웨] 령(領) 빅토리아 폭포로 이동한다.


  짐바브웨 편 빅토리아 폭포 (Victoria Falls)  


버스에 올라 [잠비아]의 리빙스턴 타운을 지나가는데 널려있는 가로수가 망고나무다. 20분을 달려 [짐바브웨] 국경검문소를 통과해 입국수속을 끝내고 태국식 국수로 간단히 점심을 마친 뒤, 쉴 틈 없이 서둘러 폭포로 향했다. 식당 앞에는 아프리카 전통타악기와 실로폰을 연주하는 흑인들의 버스킹(busking)이 이채로워 보인다.  


아프리카 남부 [잠비아]와 [짐바브웨] 국경을 가르며 인도양으로 흘러가는 잠베지 강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낙폭인 [빅토리아 폭포]가 있다. “모시 오아 툰야”라 불려 졌던 목포는 영국의 리빙스턴(David Livingstone)이  1853년 잠베지 강 탐험에 나섰다가 놀라운 큰 폭포를 발견한 뒤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따서 빅토리아 폭포라 칭했다.



잠베지 강 중류에 위치한 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는 잠비아 쪽의 [레인보(Rainbow) 폭포]라는 다른 이름을 가진 폭포로 갈라져 있다. 짐바브웨와 잠비아 국경에 걸쳐있는 대규모 [빅토리아 폭포]는 엄청나게 큰 낙차를 보이는 좁은 현무암 협곡으로 쏟아져 내리며 태초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빅토리아 폭포(폭1.7km에 낙차108m)는 이과수 폭포(폭4.5km, 낙차70m), 나이아가라 폭포(폭790m, 낙차53m)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꼽힌다. 차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면 우비와 슬리퍼를 대여하는 가게가 있는데, 준비해간 우비로는 거센 물보라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아 여행사가 제공한 판초우의를 걸치고 별도의 슬리퍼(3$)를 빌려 신었다. 

      

▶  빅토리아 폭포방문 TIP 

 - 두꺼운 우비와 잘 마르는 옷/ 아쿠아 슈즈(Aqua shoes) 준비 

 - 여권, 핸드폰 등 중요한 물건은 비닐에 넣고/ 필요 없는 짐은 차에 보관  

 - 방수카메라 (쏟아져 내리는 물 폭탄에 카메라가 망실 될 정도) 



판초우의를 걸치고 [Rain Forest] 입구로 들어서는데 장엄한 폭포에서 분출되는 소낙비 수준의 거센 물보라가 온몸을 흠뻑 적신다. 우비를 입었지만 무릎까지 걷어 올린 바지가 다 졌고 자칫 카메라마저 손상될 수 있었다. 짐바브웨 편 [빅토리아 폭포] 투어는 ①도보관광과 ②잠베지 강 Sunset Cruise를 하는데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6월 27일 짐바브웨는 낮 24℃, 저녁은 12℃로 점퍼를 걸치면 활동하기 좋은 날씨이다. [빅토리아 폭포]는 2월말부터 6월말까지가 폭포의 수량이 많을 때이며, 특히 우기인 2~3월에는 분당 약 5억ℓ 물이 쏟아져 거센 폭포의 물보라가 온통 여행객들을 적시며 폭포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천지사방을 울린다고 한다. 


하지만 7~9월 건기에는 폭포수량이 1/10로 감소해 분당 5천만ℓ의 물이 쏟아진다. 특히 갈수기인 10~11월은 최대수량의 1/50인 1천만ℓ로 장엄한 폭포를 볼 수 없기에 [빅토리아 폭포] 여행은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 웅장한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빅토리아 폭포는 먼 거리에서도 치솟는 물보라가 보이며 굉음까지도 들린다고 한다. 



폭포가 세상에 알려지기 이전부터 이 지역에서 살아가던 원주민들은 웅장하고 신비로운 폭포를 일컬어 ”천둥치는 연기(Mosi Oa Tunya)“라고 부르며 경배의 대상으로 삼았다 한다. ”악마의 목구멍“으로 불리는 [이과수 폭포]와 비견되는 [빅토리아 폭포]의 엄청난 물보라가 쏟아지는 광경을 바라보는 순간 쌍무지개가 하늘을 수놓고 있다.



악마의 폭포(Devils Cataract)에 가까이 가는 순간 엄청난 물보라에 의해 빛이 굴절되면서 나타나는 눈부신 쌍무지개는 바람에 의해 물보라가 날리는 수량에 따라 마치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거듭해 사라진다. 분주하게 카메라를 들이대면 사라졌다가 이내 피어오르기를 반복하는 일곱 빛깔 무지개는 렌즈를 움켜잡은 여행객들의 가슴을 애태우게 한다.


Main Falls(좌측)

짐바브웨 편 [빅토리아 폭포]는 5곳의 뷰 포인트가 있는데, ①악마의 폭포(Devils Cataract)와 ②메인폴(Main Falls)을 통과해 중간쯤 ③리빙스턴 아일랜드가 보이면, 위쪽으로 ④홀스슈폴(Horseshoe Falls)과 ⑤레인보폴(Rainbow falls)로 이어진다. 이중 가장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메인폴(Main Falls)이다.


Main Falls(둥근 원) 

500m 광폭 메인폴에서 떨어지는 물보라 벽은 300m 높이로 튀어 올라 60km 떨어진 먼 곳에서도 물안개 광경을 볼 수 있다 한다. 이로 인해 하늘은 맑은데 폭포일대는 온통 장대비 수준의 물보라가 쏟아져 내리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홀스슈폴로 향하면 엄청나게 쏟아지던 물보라는 약해지지만 뽀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리빙스턴 아일랜드(우측)

우측에는 레인보폴에서 떠오른 무지개가 하늘에 걸려있고,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메인폴 물줄기는 마치 균열하는 지구의 갈라진 틈새로 엄청난 물줄기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짐바브웨에서 바라본 [빅토리아 폭포]는 대기를 가르며 쏟아져 내리는 거친 물줄기가 숨 막히는 유유창폭(悠悠蒼瀑)의 장엄함을 드리우고 있었다. 



□  선셋 크루즈 (Sunset Cruise)


빅토리아 폭포 북쪽으로 약 5㎞ 지점 잠베지(Zambezi) 강에서는 크루즈 투어를 통해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잠베지 강은 [잠비아]와 [짐바브웨] 국경을 가른 뒤 [모잠비크]를 거쳐 인도양으로 흘러드는 아프리카 남부 최대 강(2,740km)으로 콩고 강, 나일 강, 니제르 강 외 아프리카의 4번째 큰 강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수려한 풍광과 무수한 야생 동물을 품고 있는 잠베지 강 유역은 2시간 크루즈 코스이다. 배를 타고 야생 동식물들을 관찰하며 아프리카 잠베지 강의 뜨거운 석양과 불타는 노을을 감상하기 위해 선셋 크루즈에 올라 물살 위를 유랑해 본다. 



[16:30] 출항한 크루즈 선박은 해질 무렵인 [18:00]경까지 잠베지 강을 오르내린다. 승객들은 선장안내에 따라 강에 살고 있는 하마나 악어를 구경하다가 해지는 모습을 감상하게 되는데 유람선에는 맥주, 포도주, 음료수가 무한리필 제공되는 럭셔리한 분위기였다. 



빅토리아 폭포 수원지인 잠베지 강 상류에서 살고 있는 야생동물은 100여 종류라고 하지만 주로 악어, 하마가 서식하는 것과 다양한 조류 등을 볼 수 있다. 잠베지 강 선상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리필맥주를 즐기다보면 맥주에 취한 것인지 석양의 황홀경에 빠진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어느덧 광활한 수평선을 파고드는 석양이 눈앞에 이글거리며 하늘과 강물경계를 지워 가는데 붉게 변해가는 노을빛은 선상에서의 운치를 더해준다. 노을 지는 잠베지 강은 사진작가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라 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나 볼 듯한 희귀한 조류나 어류, 파충류 등은 현대문명이 깊게 들어서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유산지역 아프리카 대자연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이다. 



선상 여행객들 중에는 젊은 서구여성들이 함께 탔는데 그들은 아름다운 노을과 맥주에 취했는지 목청을 돋우어 그녀들 만에 멋진 하모니를 쏟아내는데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니 새삼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느껴진다.



어느새 강 위로 둥근달이 휘영청 걸려있는데, 강나루 건너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를 떠올려본다. 잠베지 강 푸르른 하늘아래 간간히 구름으로 가려진 아쉬웠던 시간들은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일몰 속으로 잠기며 또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어둠이 깔리며 선셋 크루즈를 끝내고 숙소로 향하는데 불빛하나 없는 캄캄한 어둠속 도로에 갑자기 차량이 멈추어 선다. 도로 위로 커다란 코끼리가 지나가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야간풍경이며 동물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준다.



[19:30] 숙소에 도착해 룸 배정을 받는 동안 로비에 머무르는데 익숙한 피아노 선율이 귀를 유혹한다. 순간 애잔한 흑인 피아니스트 곡에 맞춰 비틀스의 Yesterday를 따라 불러본다. 이어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 사이몬& 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가 연주되자 함께 배에 탔던 젊은 서구 여성들이 나타나 노래를 따라 부른다.



멋진 분위기에 취해 옆으로 다다가 함께 목청을 높이며, 마지막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ll ease your mind”를 코러스로 마무리하고 나니 파란 눈의 이방인들은 벅찬 감동의 눈빛으로 손을 들어 하이파이브를 청한다.



여행 중 노상(路上) 버스킹도 아니고 세계 이방인들과 함께 즉석에서 노래하며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음악만이 갖고 있는 위대함이란 생각을 갖게 된 값진 경험이었다. 지난 30여년 조직에 순응하며 살아왔기에 은퇴 이후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는데, 늘 주책이라 눈을 흘기는 아내는 여전히 끝 모를 내 호기심을 채워주는 지원군이다.


Kingdom Hotel

[Kingdom] 호텔에서의 저녁은 식사 전 일행 중 전직교수 한 분의 79세 생신 축하연으로 시작했다. 생일케이크와 양주를 곁들이면서 무용수들의 아프리카 전통춤에 맞춰  박수를 치며 함께 생일이벤트를 즐겼다. 일행모두 열심히 살아왔던 인생 역정(歷程)을 함께 나누는 동안 짐바브웨의 첫날밤은 정겹게 익어가고 있었다. 

   



Still Image


            

Extra Shooting        


매거진의 이전글 아프리카 지척기(0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