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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Sep 03. 2018

아프리카 지척지(12)

Groot Constancia  와이너리


■  아프리카 地跖記(12)     


아프리카 여행은 매일 마다 날씨정보가 중요한데 [케이프타운]의 칠월 기온은 9℃~15℃이다. 아침부터 겨울비가 내리는데 [08:00]경 어둠이 가시며 아침바람이 드세게 불어 더욱 춥게 느껴지기에 파카를 챙겨 열이틀 차 여정을 시작하면서, 전일 비바람으로 일정이 바뀌었던 케이프타운의 시내풍경을 둘러보기 위해 차에 오른다. 


▶  케이프타운 보캅지구(Bo Kaap Area)     


제일먼저 말레이인들이 최초 남아공에 정착했던 [보캅지구]를 찾아 나선다. 이곳은 20세기 남아공의 극단적인 인종차별에 아픈 기억을 지닌 곳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노예무역의 허브역할을 했던 16~17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농장의 노동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주변의 나라에서 노예를 남아공으로 강제해 데려왔다 한다.


남중국을 포함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강제 이주되어 온 사람들은 인종차별구역에 분리돼 살았었는데, 당시 문맹의 말레이시아인들은 서로의 집을 구분하기 위해 가옥(家屋)에 알록달록한 색칠을 했다고 한다. 1994년 인종차별제도가 폐지된 후 지금은 형형색색의 집들이 모여 있는 [보캅지구]가 여행객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버스차창으로 보캅지구와 국회의사당 및 주청사를 관람하는데 비가 내리는 탓에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슬레이브 롯지(Slave Lodge)는 초장기 노예들 머물던 집단숙소로 형성된 건물이라고 하기에 기온차로 뿌예진 차창을 닦아가며 사진에 담는다. 케이프타운 풍경은 유럽풍의 건물로 지어져 페루 리마의 시내풍경과 흡사해 보였다.


슬레이브 롯지

현지가이드 말로는 이렇게 폭우가 쏟아지는 경우가 흔치않다고 하니, 전일 [케이프 마운틴]을 앞당겨 다녀온 것이 다행스레 여겨질 뿐이다. [케이프타운]은 호주 멜버른과 동일한 위도(緯度)상에 있으며 사계절이 뚜렷하기에 눈이 내리고 스키장도 있다고 한다. 또한 바다를 끼고 있어 윈드서핑이 케이프타운 최고의 스포츠라고 한다. 


Canms Bay 마을

먼저 해안선을 따라 명소로 꼽히는 [12사도 봉우리]를 찾아 나섰지만 초겨울 빗줄기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코스로 향해 산 아래 마을이 아름다운 대서양 해안과 어우러져 멋진 조화를 이룬다는 고즈넉한 캠스 베이(Camps Bay) 마을에 도착해 모진 비바람을 헤치며 잠시 포토타임을 갖는다.  



멈추지 않는 비로인해 결국 차창관광을 포기하고 해안가 전망 좋은 빌보아(Bil Boa)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니 비 내리는 겨울바닷가를 배경으로 타오르는 화로(火爐) 불꽃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무덥기만 할 것 같았던 아프리카에서의 난롯불이 왠지 생뚱맞게 느껴진다.


케이프타운 여행은 대서양과 인도양을 배경으로 하는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온몸으로 호흡하는 것이 주된 코스인데 연일 비바람으로 인해 일정이 짧게 끝나 아쉬움이 컸지만 따듯한 카프치노를 마시며 아프리카 남단의 드넓은 대서양 물결에 풍덩 빠져들어 본다.  



□  도이커(Duiker) 물개섬     


빗줄기가 줄어들자 헛베이(Hout Bay) 선착장으로 향하는데 어느새 비가 멈춰 선다. [11:00]경 유람선에 올라, 섬으로 달려가는 동안 촬영을 위해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는데 어찌나 바람이 심한지 몰려오는 대서양의 파고(波高)와 선상 롤링으로 사진수평을 맞추기 쉽지 않았다. 



거센 파도위로 이어지는 비바람이 간혹 시야를 가린 채, 섬으로 가는 중간지점 쯤 나타난 세트노 마운틴의 아담한 모습이 마치 희망봉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도이커 섬]에는 매년 1~3월에 6천여마리의 케이프 물개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세트노 마운틴

물개 섬에는 가마우지 등 다양한 바닷새를 볼 수 있지만 간혹 물개를 사냥하기 위해 상어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한다. 20분가량을 달려온 유람선이 속력을 줄이자 조그만 바위섬이 눈에 들어오는데 섬 위에는 물개들이 빼곡히 모여 있다.



커다란 돌덩이가 바다에 떠있는 것 같은 바위섬은 겨울햇살을 기다리고 있는 물개들의 천국이었다. 2층 선상에 올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물개들과 마주하는 동안 파라카스 [바예스타 섬]의 물개들이 오버랩 되기도 했다.



이 섬은 6천여마리 물개들이 모여들기에 너무 좁아 보이는데 동물세계 속성상 힘없는 물개들은 이 좁은 섬에 올라보지도 못할 듯 보인다. 경쟁에 뒤처져 [도이커 섬]에 오르지 못한 물개들이 얼마나 많이 상어 밥이 되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물개들이 가득한 서식처를 둘러본 뒤 잠시 바위섬 주변에 머물며 사진 찍을 시간이 주어지지만, 높은 파도가 치고 있기 때문인지 배는 섬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는데 비가 그치며 파란하늘이 열린다. 케이프타운의 겨울날씨는 줄곧 냉탕과 온탕이 반복되는 듯 변화무쌍해 보였다. 



[케이프타운]의 멋진 드라이브 코스인 체프만스 피크(Chapman's Peak)는 물개 섬으로 가는 헛베이(Hout Bay) 선착장에서 펭귄 서식지(Boulders Beach)인 시몬스 타운(Simon's Town)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이다. 대서양을 끼고 달리는 체프만스 피크 해안지역은 세계적인 휴양지이기에 할리우드 배우의 별장도 있다고 한다. 



□  그루트 콘스텐시아(Groot Constancia) 와이너리     


버스에 올라 케이프타운 동쪽으로 50km 떨어져있는 스텔렌보스(Stellenbosch) 지역 와이너리 농장으로 향하는데 방문농장은 60만평 규모의 아주 오래된 Winery 농장이다. 이곳은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 이어 1679년 2번째로 건설된 도시로 비옥한 농업지대 중심에 위치해 포도주 양조업이 활성화 된 지역이다.



농장으로 가는 길에는 떡갈나무 가로수를 따라 17∼18세기 유럽계의 전원주택들이 들어서 있으며, 와이너리(Winery) 농장 안에는 드넓은 포도농장과 네덜란드풍의 이색적인 건물들이 보인다. 



포도농장을 둘러보기 전, 농장안쪽 식당에 들러 호박 스프와 닭 가슴살로 점심을 드는데 식당분위가 무척 고풍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구름 짙은 쌀쌀한 날씨에 검은색 지붕과 대문은 왠지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더하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 여행은 가슴으로 느껴지는 모든 것을 사진에 담아내기 위해 입으로 느껴보는  즐거움은 뒷전이었다. 식사를 대충 끝내고 이곳저곳 독특해 보이는 풍경들을 담기위해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댄다. 


식당 창밖 겨울풍경

식사 후 그루트 콘스텐시아(Groot Constancia) 포도농장으로 이동해 와이너리에서 시음시간을 갖는데 남아공은 4,700여개의 개인소유 와인농장이 있고 와인역사도 350년가량 된 와인천국이라 한다. 스텔렌보스에는 남아공 와인의 90%가 생산되는 와이너리가 있어 경치 좋은 곳에서 시음을 해보고 질 좋은 와인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다. 



이곳 주변에는 90여개 와이너리가 있다는데 그중 한 와이너리 농장을 방문해 주변을 들러보고 1시간가량 여러 종류의 와인을 맛본다. 술을 좋아하지 않기에 시음장 입구에 세워진 홍보용 오크통과 농장주변을 둘러보며 쓸쓸한 겨울풍경을 담은 뒤 뒤늦게 시음장으로 들어가니 여행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음이 진행되고 있었다.



포도주는 보르도 와인처럼 브랜딩 와인이 고급이라 한다. 그루트 콘스텐시아(Groot Constancia), 조던(Jordan), 토카라(Tocara)와 같은 큰 와이너리와 드 모르겐존(De Morgenzon)과 같은 작은 와이너리 제품을 둘러보며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갖춘 농장들의 각기 고유한 와인 맛을 시음해 볼 수 있다. 


와이너리 시음장

남아공은 세계적인 포도주 생산국으로 비교적 가격이 싼 편이며 20$불 가격이면 고급종류에 속한다. 케이프타운에서 1만원∼3만원을 주면 그 10배 가치의 와인을 살 수 있다고 한다. 



포도농장 수확시기에는 수백만 명이 이곳에 모여들어 주조까지 마치는데 그 인건비가 기계 값보다 저렴하다고 하니, 흑인 노동자들의 빈곤한 삶이 고달파 보인다. 남아공에서 꼭 맛봐야 할 와인은 오직 이 나라의 고유품종인 피노타지(Pinotage)라고 한다. 



케이프타운의 일정 속에 자연과 어우러져 와인을 곁들이는 여유로움에 취해보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버스 안에서 시청사, 국회의사당  버스투어를 하는데 6.25참전 용사 기념비도 보인다. 

      

▶  워터 프론트(Water front)     


이어 도착한 곳은 케이프타운 최대 상업지구인 [워터 프론트]로 각종 기념품 상점들과 음식점들이 즐비한 쇼핑지역이었다. 큰 배와 요트가 보이는 주변 항구풍경을 배경으로 대형 쇼핑몰인 노벨 스퀘어(Nobel Square)도 보인다.



이곳에는 항구를 뒷배경으로 역대 노벨수상자 4명의 동상을 모아놓은 공간이 있는데 맨 우측에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동상이 있다. [워터 프론트]에서 쇼핑 겸 자유시간을 갖으며 하루를 마감하는데 이곳은 사람들로 붐벼 안전하고 볼거리도 많다. 



쇼핑몰의 1층 목공예품 가게에는 넬슨 만델라 대형 목각인형이 눈길을 끈다. 지하 슈퍼마켓을 둘러보니 그루트 콘스텐시아 와이너리의 피노타지(Pinotage)가 보인다. 


와이너리 시음장에서 223랜드에 판매되는 Groot Constancia 2016년 피노타지가 [워터 프론트] 쇼핑몰 슈퍼마켓에서는 233랜드 가격표가 붙어있다. 



하지만 25% 와인세일을 하고 있어 175랜드(13.5$)에 판매하고 있기에, 이 가격이면 공항 면세점보다 저렴할듯해 몇 병을 챙겨 넣었다. 쇼핑을 끝낸 저녁 중국식당으로 향하는데, 내심 기대했던 얼큰한 짬뽕대신 이름 모를 코스요리를 들며 3일 내내 오락가락 비를 뿌렸던 케이프타운의 아쉬웠던 기억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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